나의 첫사랑 그리고 마지막 사랑 어머니..
나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산, 어머니의 이야기좀처럼 정착하지 못하는 아버지를 떠나 홀몸으로 나(오다기리 죠)를 키운 엄마(키키 키린). 남들과 다를 바 없지만 어쩐지 조금 더 애틋한 모자지간이다. 갑자기 미술공부를 하겠다고 떠난 나에게 엄마는 지극한 응원을 보내지만, 처음의 원대한 꿈과는 달리 나는 빈둥거리다 졸업도 하지 못하고 빚만 쌓여간다. 나이가 들수록 나는 그렇게 싫어했던 지독하리만큼 책임감 없는 아버지와 점점 닮아가고 있었다.
4월, 눈 내리던 어느 벗꽃의 계절, 나의 첫사랑은 그렇게
돈이 없어 친구들은 모두 떠나고 집세가 밀려 이곳저곳을 전전하는 질 낮은 자유를 즐기던 나. 어느 날 날아온 엄마의 암 투병 소식은 나를 조금씩 변화시킨다.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자리가 잡히자, 나는 엄마와 도쿄에서 함께 살 결심을 하고, 친구들 북적이는 집에서 그들만의 소박한 행복이 시작된다. 하지만 엄마의 암이 재발되고 그들의 일상에도 끝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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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Moviemore
200만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 원작 영화,
박스오피스 1위의 감동 그대로 드디어 한국에 상륙!
‘히라가나로 쓰여진 성서’, ‘새로운 형태의 국민문학’으로 불리우며 일본의 국민소설로 등극한 <도쿄타워-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저자 릴리 프랭키가 돌아가신 어머니와의 추억을 중심으로 부모와 자식, 사회와 개인, 시대에 따라 변화와 시대불변의 것들을 솔직하게 그려낸 자전적 소설인 이 작품은 2005년 6월 출판 이후 ‘슬프다’, ‘통곡했다’라는 찬사와 함께 200만부가 넘는 판매량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일반인들은 물론 까다로운 평론가들로부터도 뜨거운 찬사를 이끌어낸 소설은 곧 TV드라마, 연극 등 다양한 매체와 믹스되며 폭넓은 공감대를 자랑했다. ‘사회현상’이라고까지 부를 수 있을 만큼 공감의 원을 넓혀간 이 작품의 영화화는 어찌 보면 필연적인 선택이었다. 전 일본인들의 열망과 기대를 안고 2007년 4월 14일 334개 스크린에서 개봉된 영화는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 10주간의 장기상영을 통해 18억 2천만 엔의 흥행수입을 올리며 상반기 흥행 Top 10에 진입하면서 소설에 이어 영화까지 국민영화로 자리잡았다.
세상의 모든 이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 어머니
영화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가 가지는 특별한 힘은 200만 명을 울린 감동의 베스트셀러의 영화화라는 흔한 문구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다. 평소에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책을 사게 만들고, 일명 ‘울리는 책’ 붐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던 까다로운 평론가들마저 사로잡은 ‘현대인의 단단한 마음의 벽을 부수는 힘’, 그것은 우선 누구나의 마음 속에 자리잡아있는 공통의 키워드 ‘어머니’에 있다.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어머니는 처음으로 사랑을 담게 되는 첫사랑이자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나를 사랑해줄 마지막 사랑이다. 당신에게 몇 번이고 찾아올 지 모르는 절망의 순간, 떠올리게 되는 어머니의 얼굴. 세상 모든 이가 등을 돌려도 마지막까지 내 편으로 남아줄 것이라 믿고 있던 그 얼굴과 더이상 만날 수 없게 된다면? 가장 소중한 것은 언제나 잃어버리게 되었을 때 알게 되는 법이고, 그래서 더욱 애절한 것이다. 가장 소중한 것을 잃는 아픔을 겪은 이가 보내는, 평범하지만 그래서 더욱 가슴 아픈 모든 사람의 메시지. 이토록 단순하고 평범한 이야기가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것은 그 이야기의 전해주는 메시지가 아무런 치장도 멋도 가식도 두르고 있지 않지만 그만큼 진실하기 때문이다.
일본 최고의 완소남, <메종 드 히미코> <유레루>의 오다기리 죠 주연!
풋풋한 미대생부터 자유로운 일러스트레이터까지 다양한 연기 변신!
미술이라는 꿈을 쫓아 도쿄로 올라왔지만 어영부영 젊음을 낭비하고, 빚에 쫓기는 생활을 하다 어머니의 투병 소식에 겨우 자신의 일을 찾아 자리를 잡지만 금새 어머니를 떠나 보내야 하는 한심하지만 너무나도 평범한 주인공 마사야. 그런 그를 밉지 않게, 사랑스럽게 연기할 배우로 선택된 이는 바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배우 오다기리 죠였다.
<메종 드 히미코>에서는 이성동성 모두에게 사랑 받는 마성의 게이 하루히코, <유레루>에서는 흔들리는 기억과 진실 속에서 괴로워하는 포토그래퍼 다케루, <피와 뼈>의 폭력적인 아버지에게 반감을 가진 아들 다케시 등 출연하는 영화마다 색다른 매력을 선보이며 변신하는 다재다능한 배우 오다기리 죠가 평범남으로 변신했다! 이제까지 너무나도 강렬한 배역들만을 맡아왔기에 평범한 사람을 연기하는 오다기리 죠를 만나는 일은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특히, 영화 속 나, 마사야처럼 오다기리 죠 역시 모자가정에서 자라났기에 더욱 자연스럽게 역에 녹아 들어갈 수 있었다. 가시 돋힌 매력으로 무장해 있던 자신의 벽을 부수고, 어깨에 힘을 빼고 한 발짝 나아간 새로운 연기 세계를 보여주는 오다기리 죠가 한층 더 매력적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 모녀의 첫 공연! 불가능이라 생각하던 올스타 캐스트!
이 작품이기에 가능했던 화제만발의 캐스팅!
일본 열도를 들끓게 한 원작소설의 영화화, 그렇기에 모두가 납득할 만한 캐스팅이 아니라면 영화는 스타트 지점부터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가장 중요한 어머니 역을 맡은 키키 키린은 소설을 읽은 이라면 누구나 그녀를 떠올릴 정도로 실제 비슷한 인생을 살아온 여배우. 다수의 영화에서 카리스마적인 연기력을 선보여온 그녀의 캐스팅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었다. 거기다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젊은 시절의 엄마 역을 키키 키린의 진짜 딸인 우치다 야야코가 맡음으로써 모녀의 첫 공연으로도 큰 주목을 모았다.
화려한 캐스팅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비밀>의 고바야시 카오루가 바람처럼 사라졌다 나타나는 아버지 역을 맡았으며, 이외에도 어리지만 당찬 연기파 배우 <나나>의 미야자키 아오이, <2009 로스트 메모리즈>의 나카무라 토오루, 고이즈미 쿄코, 테라지마 스스무 등 지금 일본 영화계에서 내로라하는 최고의 스타 배우들이 이 작품이라면 어떤 작은 역이라도 좋다는 의사를 밝히며 참가했다. 마지막으로 원작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지만 연인 미즈에 역으로 <4월 이야기>에서의 청순한 매력으로 한국에도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마츠 다카코가 출연, 지금 일본 영화계의 최고의 배우들이 결집한 최고의 영화가 탄생했다.
Production Note
감독이 작품을 고른다? VS 작품이 감독을 고른다!
반드시 감독이 자신의 작품을 고르는 것은 아니다. 작품이 감독을, 찍어야 할 작품을 고르는 일도 있다. 다른 말로 작품에 끌려들어간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족이라는 테마로 오리지널 각본을 쓰고 있었던 마츠오카 조지 감독은 어느 날 한 권의 책과 만난다. 거기에는 그가 읽고 싶었던 모든 것이 그려져 있었다. 릴리 프랭키가 쓴 <도쿄타워-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안에는 몇 군데인가 감독의 각본과 너무나도 비슷한 대사와 설정이 있었다. 하지만 소설 쪽이 훨씬 완성도가 높다고 감독은 느꼈다. 2005년 6월, 단행본이 발간된 지 1, 2개월 후 감독은 릴리 프랭키를 만나기 위해 사인회로 향했다. 그 때 그의 마음 속엔 앞으로 이 소설이 얼마나 베스트셀러가 될 것인가 하는 욕심이 아닌, 소박하게 ‘이 작품이 정말 좋다! 하게 해달라’는 생각뿐이었다. 감독은 한 사람의 창작자로서 원작자인 릴리 프랭키를 만나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이후 소설은 역시나 대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일본 최고의 제작진이 보내는
올 가을 최고의 감동을 만난다!
2005년 12월, 포기하고 있던 감독에게 프로듀서로부터 연락이 왔다. 프로듀서 역시 이 소설을 잡지 첫 연재부터 지켜보며 작가와 신뢰관계를 쌓아온 사람. 두 사람은 이 작품의 제작비가 얼마가 되든 영화를 만들겠다는 점에 의기투합했다. 이런 제작진의 순수한 의지와 작품의 힘에 끌려 이 이상을 생각할 수 없을 만큼의 최고의 배우들이 모였고, 일본 영화계 최고의 베테랑 제작진들이 결집했다. 제작진은 시대를 그대로 표현한 미야기 세트를 만들어냈다. 배우들이 입을 모아 한 말은 세트, 미술소품, 의상, 메이크업 등이 정말 잘 되어 있어 그 시대 그 장소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었고 덕분에 연기하기가 훨씬 수월했다고 한다. 각 팀이 이루어낸 노력의 결정이 하나의 그림이 되고 영화가 된 것이다.
촬영에 소요된 필름은 약 6만 피트. 2시간이 넘는 완성본의 분량을 생각하면 굉장히 적은 편이었다. 필름을 많이 쓴다고 해서 크게 변할 이야기가 아니었던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원 테이크만으로도 OK가 나온 씬이 많았다. 원 테이크로 OK가 나올지도 모르는 현장이었기에 제작진의 긴장감도 높아져 완성도 높은 작업으로 연결되었다. 릴리 프랭키의 실제 어머니의 사진을 언제나 시나리오에 붙여놓고 촬영에 임했던 키키 키린, 실제로 모자가정이었기에 무엇보다도 자연스러웠던 오다기리 죠의 연기는 이런 긴장감과 적절히 어우러져 최고의 영화를 만들어냈다.
<도쿄타워> 원작자 인터뷰
Lily Franky(リリ- フランキ-)-원작자
「본적 없는 풍경」
-촬영현장에는 얼굴을 내보이지 않았던 원작자가 처음으로 영상을 마주한 것은 이마지카에서 열린 첫 시사에서이다. 상영 예정시각을 몇 분 지나 나타난 릴리 프랭키의 모습에 감독 이하 스태프도 긴장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릴리 프랭키가 이 영화에 바란 것은 무엇이었을까.
원작자로서 제 작품이 영상화 된다는 것에 있어서는 일단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드라마도 영화도 소설과는 전혀 다른 것이 되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소설이 계기가 되었다고 해도 영상은 감독과 각본, 스태프들의 작품이기 때문이죠. 시사회의 무대인사에서 오다기리 씨가 “이것은 릴리 씨의 소설로서 릴리 씨 본인을 모델로 하고 있지만 이 이야기는 저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관객들의 이야기입니다.”라고 하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 그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원작자가 이렇게 세상에 살아있기 때문에 원작자와 닮았다던지 닮지 않았다라든지 요점에서 빗나간 비평을 적는 매체도 있지만, 원래 배우가 자신의 경험이라든지 캐릭터 안에서 연기하는 것이지요.
영화가 완성되는 것을 한참 전부터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en-taxi]의 연재 중, 2003년부터 시작된 이야기니까 벌써 4년 정도 되는군요. 라고는 해도 영화화를 의식해서 쓴 것은 절대 아닙니다. 처음부터 소설자체를 완성할 수 있을지 없을지 조차도 몰랐으니까요. 그래서 손(손가방 제작 프로듀서) 씨에게 말한 것은 서로 언더그라운드에서 꾸준히 일해온 동지이고 대실패를 하더라도 상관없으니까 [축제]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함으로써 지금까지와는 다른 것이 가능하다. 우리들이 지금까지 어떤 것을 만들어 오는 동안에는 본 적 없는 풍경을 볼 수 있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첫 시사 종료 후, 로비로 나온 프로듀서에게 조용히 다가가니, 릴리는 “좋은 영화였어요”라며 중얼거리는듯한 한 마디를 남기고 돌아갔다. 두 사람의 약속이 달성된 순간이었다. 이벤트, 사인회, 영상화. 베스트셀러 떨들썩한 와중에도 오랜 기간 언더그라운드, 서브컬쳐를 주무대로 해온 릴리 프랭키는 어딘가 정신을 차리고 있다. “코미디언에게 갈굼당하는 포인트가 늘어난 것뿐 입니다”.
아무튼 그래도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영화가 된다는 것은 반은 다른 사람의 축제니까요. 제 자신의 축제는 책이 나왔을 때 전국의 책방에서 싸인회 투어를 했을 때입니다. 서른여 곳에서 싸인회를 했는데 마츠오카 감독이 오셔서 “이 작품을 영화화 하신다면, 제가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라고 했습니다. 아직 5~6번째 즈음에 기치죠지의 책방에서였습니다. 영화화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해도 처음에는 현실감이 없잖아요. 그중에서 제일 처음에 와서 싸인회에 와서 줄을 서준다는 것은 열심인 건지 얼빠진 사람인 건지…. 물론 처음에 입후보했기 때문에 마츠오카 씨가 맡게 된 것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츠오카 씨는 스스로가 비슷한 경험을 써서 영화를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을 때에, 이 책을 읽은 것입니다. “이걸로 됐어”라고 한 것도 이상한 말이지만 본인의 가족 이야기가 아닌 이것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말씀해주신 것입니다.
제 손을 떠난 것으로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정말로 품질 좋은(원문에서는 상품(上品)이라고 표현함)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이죠. “조지, 그 부분은 조금 더 드러내서 울려도 되지 않을까”라던가 시사가 끝나고 말했지만요.(웃음) 관객을 울린다던가 감동시킨다는 것은 조금 더 간단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은 건지, 하려고 하지 않은 건지 모르겠지만 통속적인 부분은 잘라내고, 질이 좋은 작품이 되어있었습니다. 감독이 마츠오카 씨여서 정말 잘됐다고 생각합니다.
또 키키 키린씨가 말하는 방식 하나만으로도 어쩜 이렇게 어머니 말투를 잘 알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단지 그것은 저밖에 모를 일이니까요. 정말 굉장하다고 생각합니다. 빙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것은 스틸 사진을 봤을 때부터 그런 생각을 했지요. 립스틱을 남겨 놓는 것이라던가, 조금 삐져나와 있는 느낌이라던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닮았어요. 그리고 동시에 어떤 사람이던지 느낄 수 있는 어머니의 큰 존재감이라던가, 상냥함이라던가, 또한 반대로 초라하다라는 그런 것이 표현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라면, 절대로 거절해요.” 그렇게까지 말하는 이 영화의 각본을 마츠오 스즈키에게 의뢰한 것은 같은 세대, 같은 지역에서 소년시대를 공유한 원작자의 간절한 희망이었다. 40년에 걸치는 가족의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어려운 문제와 200만부라는 압박. 각본가는 그런 신뢰에 멋지게 대답했다. 우연이지만 마감일인 4월 14일의 다음날은 엄마의 기일. 도쿄 하늘의 위와 아래에서 관객의 판결이 내려진다.
영화화에 관해서는 기본적으로 어떤 제안도 내지 않았지만, 영화의 각본만은 마츠오 스즈키씨에게 맡겨달라고 말했습니다. 손 씨과 비슷한 의미로 마츠오 씨도 저도 같은 지역출신의 동갑입니다. 일하는 방식도 좀 겹친다고 듣지만, 오랜 시간 언더그라운드에서 해오고 이렇게 되었스빈다. 그래서 함께 부끄러움을 감수해달라고 마츠오 씨에게 말했습니다. 단지 시간으로 말하면 40년이나 걸친 이야기잖아요. 이것을 2시간 짜리 대본으로 만들어 달라고 한다면 저도 절대 안 한다고 그러죠. 정말 어려운 일이잖아요. 게다가 마츠오 씨도 지금까지 본인이 연출하는 것 이외의 희곡을 쓰는 것은 거절해 왔으니까요. 그렇게 말해도 각본은 굉장히 소중한 거라서 이 사람에게 부탁해서 재미없다면 어쩔 수 없네..라고 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맡기고 싶었어요.(웃음) 마츠오 씨 자신은 이 이야기를 거절하는 것은 아깝다고 생각한 것 같아서 “그런 식으로 원작자에게 부탁 받아서 거절하는 작가는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자신 있습니다”라고 메일로 써줬습니다.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일 처음에 나온 것이 굉장히 분량이 두꺼워요. 상영시간 4시간 반, <도쿄재판>같은 영화가 되버려요.(웃음)
결과적으로 멋진 각본이 되었습니다. 처음에 읽었을 때 “굉장하다, 마츠오 스즈키는..”라고 생각했어요. 원작에 없는 부분까지 잘 채워주었지요.
릴리 프랭키/ 1963년 후쿠오카 현 출생. 무사시노 미술대학 졸업. 문장가, 소설가, 칼럼니스트, 그림책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아트디렉터, 디자이너, 작사, 작곡가, 구성 연출가, 라디오 네비게이터, 포토그래피 등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장르의 벽을 넘어서 활동.
오다기리 죠 인터뷰 오피셜북
우연인지 다른 힘이 움직인 건지 이번 영화는 결과로서는 이 이상 바랄 수 없을 정도의 주연배우들을 얻었다. 어머니와 아들 단둘이라는 환경에서 자라난 자신에게 있어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 “나” 라는 역할에 대한 깊은 이입과 그것을 완벽하게 컨트롤하는 연기를 표현해 보인 오다기리 죠이다. 언론관계자로 가득찬 유락쵸 마루노우치 빌딩 피카디리 극장에서의 완성시사회는 오다기리의 이런 인사로 시작되었다. 이 영화는 릴리 프랭키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의 이야기이자 모두의 이야기이다.
출연의뢰를 받았을 때 받아들인다는 답안은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자신을 작품에 필요로 해 준다는 것은 기쁜 일이었지만 솔직히 아직 자신에게는 시기가 빠르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출연해온 각각의 작품이 각각의 테마를 가지고 있지만 어머니와 아들이라는 테마는 자신에게 있어 특별한, 귀중할 수밖에 없는 테마였기 때문이다. 배우라는 직업이 자신의 경험과 내면을 반사하는 것이라면 아버지가 없는 가정에서 자란 나에게는 모친이라는 존재가 감성에 강하게 작용하여 연기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그래서 배우로서 최종적인 골로서 그 테마를 위치해 두고 싶었다. 어머니와 아들이라는 테마의 작품을 하고 나서야 처음으로 배우로서 만족할 수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최종적으로 역을 받아들인 동기가 된 것은 이 이야기의 테마이기도 한 부모와 자식의 연결을 소중히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이다. 세계 어디에나 있는 이 평범한 테마를 여유롭게 느끼며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떤 작품에서도 그렇지만100% 만족할 수 있는 연기를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저, 지금 있는 모든 힘을 쏟았다고 생각한다. 두 번 다시 없을 이런 테마이기에 후회가 남는 결과로는 만들고 싶지 않았다.
작품과 실생활, 역할과 배우개인은 당연히 전혀 다른 존재이다. 하지만 우연의 싱크로니시티로부터 작품에 리얼리티가 더해지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남성이 모친에게 품고있는 감정. 만인이 “나” 처럼 풍부한 애정을 가지고있지는 않다. 하지만 촬영중, 많은 스태프들이 오다기리씨와 키키씨는 처음 두사람이 미야자키의 세트에 섰을 때부터 벌써 어머니와 아들이었다 그런 감상을 가지고있었다고 한다. 오다기리와 키키 그리고 고바야시 각각 본래의 거리감이 그대로 배역에 반영된 현장에서 실감이 담긴 영상, 그리고 하나의 가족이 탄생했다.
주변 등장인물에게 휘둘려 성장해 가는 것이 주된 이야기이다. 이번엔 휘둘려 라기 보다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이끌려 라는 편이 가까운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키키 키린씨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기대하고 있었다. 실제로 촬영현장에서도 대기시간과 식사시간을 함께 지내면서 나와 어머니의 관계성이 좀더 명확해짐을 느낄 수 있었고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감수성 안에 많은 재산을 받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연기에 대한 공부를 했다기 보다는 인간으로서의 영향력을 보면서 내가 연기하는 역도 영화 그 자체도 성장해 간 게 아닐까 한다.
한편 고바야시씨는 자신과 어머니와의 관계가 좀더 담백하니까 나와 어머니의 관계가 너무 가까워서 위화감이 있다 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위치가 아버지와 어머니, 나와의 관계와 닮아있다. 현장에서 고바야시씨가 나와 키키씨를 객관적으로 보는 방식은 영화 속 아버지의 방식과 닮아있다. 어머니와 나 사이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인지 들어오고 싶지 않은 것인지 오히려 어머니와 아버지, 아버지와 나 의 관계성에 강한 힘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그런 구도가 솔직한 관계에도 반영되어 있는 것은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마츠오카 감독과는 일을 하는 것은 처음이지만 이전부터 함께 술을 마실 기회가 많아. 어째서인지 어머니와의 교류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역의 해석’ 같은 이야기는 하지 않았고 어머니와 나의 관계성은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이번 작품에 투영되었다면 이라고 생각하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원작자의 흉내나 이미지화는 필요가 없다는 것은 서로 알고 있었고 나의 견해를 현장에서 판단해 주는, 그런 관계였다. 아무튼 섬세한 감수성에 외로움을 잘타는 몸이 약한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웃음) 이 작품을 찍는 다는 것에 대해 정면으로 부딪히고 모든 것을 맡길 수 있는 신뢰를 보낼 수 있는 감독이었다.
또 이번 마초오카 감독의 스태프 모든 분들은 이전에 함께 일을 했었던 분들도 많았고 내겐는 예전부터 길러주신 분들이 보호해 주고 있는 것 같은 현장이었다. 그것이야 말로 나에게 있어서는 가족이라고 말할 수 있는 멋진 현장이었다고 생각한다.
크랭크업직후, 어머니에게 작품을 보여주는 것이 조금 무섭다 라고 말한 오다기리 죠. 하지만 완성피로시사의 뒤에는 그 감상이 또 조금 바뀐 듯하다.
완성된 이 영화를 어머니가 보게 되는 것은 미묘한 저항감이 이라고 할까, 부끄러움이 있다. 나와 어머니는 일정의 거리감을 두고 있지만 가장 친밀한 관계이기도 하기 때문에 절대 보이고 싶지 않은 얼굴과 건드리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걸 훤하게 다 보여주고 있다. 사실은 나도 어머니에게 이렇게 있고 싶었지만 부끄러워서 평소엔 할 수 없었던 모든 것을 내보이고 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감정이다. 뭐 하지만 내가 어머니와의 관계를 도쿄타워와 겹쳐보고 있는 것처럼 어머니도 나와의 관계를 겹쳐보고있을 테니 기뻐해 주실 것이라 생각한다. (웃음)
마츠 다카코 인터뷰
- 도쿄타워를 바로 옆에서 바라보는 도쿄의 한 중심에서 태어나, 자란 20세기의 명배우 마츠 다카코에게 지방에서 상경해 온 자들이 안고 있는 도쿄로의 동경과 반발, 위화감은 없다. 더군다나 1976년 출생의 그녀에게 도쿄타워의 특히 전반부에 그려진 시대의 공기를 마셔봤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에서 그려진 도쿄라는 도시가 안고 있는 빈곤함, 가혹함으로의 ‘공감’이 그 마음을 움직였다.
실은 미즈에 역을 받기 전에 원작을 읽었었다. 2004년 11월 경인가, 함께 연극을 하던 배우 분이 연습 중에 ‘도쿄타워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라는 책이 정말 좋다라는 이야기를 하셔서 받아본 것이 계기였다. ‘어머니 이야기라는 시점자체가 약았다구’ 라는 이야기와 함께 …연습하는 중간중간에 읽었기 때문에 시간을 좀 걸렸는데 후반으로 가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읽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멈출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연극을 하던 중 다음날 낮 공연이 있는 날의 아침에 책을 끝냈다. 이렇게까지 통곡하며 읽은 책도 없다고 할 정도로 너무 울어서 공연 중에 대사를 틀려버렸다.
난 도쿄출신으로 거기다 도쿄타워가 보이는 곳에서 자란 인간인데다 지금도 본가에서 걸어서 2,3분정도 걸리는 곳에 살고 있다. 그런 나에게 있어서 지방에서 도쿄로 올라온 사람의 마음은 실감할 수 없는 것 일런지도 모르지만, 원작을 읽고 무언가 굉장히 알 것 같은 부분이 많았다. 예를 들면 도쿄의 묘사, 이 도시의 빈곤함, 허구의 세계가 근처에 있는 가족- 학교친구의 집과는 틀린, 연기의 세계를 통해 이어져 있는 가족이라는 원작과는 전혀 다른 환경이지만, 너무나도 마음을 움직이는 부분이 많은 소설이었다.
그래서 영화제안이 들어왔을 때 우선 어떤 역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미즈에 역이라니 생각보다 비중이 크다고 생각했을 정도니까(웃음) 우선 원작에서는 주인공 나와 미즈에가 왜 헤어지게 되는지 구체적인 이유가 나와있지 않아서 첫 인상은 ’비밀이 많은 역’ 이라는 것. 나만 그렇게 생각했을 런지도 모르지만 ‘두 사람은 헤어지지 않아도 좋으련만 왜 그렇게 되어버린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주변의 남자친구들이 ‘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다. 타인이 보기에 잘 어울리는 것 같지만, 잘되지 않은 경우도 있는 거다’ 설명해 주더라. 잘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다. 남자들이 본 이상적인 여성상인 미즈에와 여자가 본 현실적인 미즈에 사이에 갭이 있는 걸까.
각본을 읽고 처음으로 느낀 것은 필요없는 부분이 없다는 인상. 담백한 부분도 있고 드라마틱한 감정이 복받쳐오르는 부분도 있고 거기다 과장된 이미지의 연결이 아닌 리얼리티가 있었다. 미즈에는 이야기의 포인트에서 추상적인 부분에 등장하기 때문에 어려운 역이라고 생각했다. 미즈에역에 무언가를 너무 하려고 해도 안되고, 그렇다고 존재감이 옅지도 않은 캐릭터를 만들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어려웠다.
또, ‘특이해…’ 라던가 미즈에는 언어사용도 유니크한 면면이 있다. 감독님으로부터도 ‘이 대사 말할 수 있겠어?’ 라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나는 거기에는 그다지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일단 해보고 감독님이 OK라면 나도 OK. 마츠오카 감독님은 촬영하기 전에 이거도아니고 저거도 아니다 라고 깊게 생각하기 보다는 우선 해보자라고 말해주시는 분이기에 안심하고 따라갈 수 있었다.
- 이번의 미즈에는 원작이상의 존재감으로 나와 어머니, 두 사람의 농밀한 부자관계에 종착점을 옆에서 지킨다. 세사람이 서로를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것- 도쿄타워를 올려다보며 행복한 미래를 생각하는 씬은 작품 속에서도 출중한 명장면이었다고 촬영 중, 많은 스태프들이 말했었다. 하지만 마츠 다카코는 모자의 깊은 관계 옆에서도 가족 바깥에 위치하는 미즈에를 연기하는 것이 소외감이나 외로움 같은 것은 없었다고 말한다.
미즈에는 나를 보거나 나와 어머니를 보고 있거나 그 두 사람을 포함한 원안에 들어가는 있지만 어딘가에서 두 사람을 ‘보고 있다’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나 자신도 그대로 ‘이 원안에 있고 싶다’ ‘ 마사야라는 사람은 뭘 생각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을 계속 가지고 있도록 했다. 하지만 내가 나오는 장면을 몰아서 찍는 것도 아니고 전체적으로 시간순의 촬영이 이어졌기 때문에 도중부터 참가하는 형태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찰영현장에 들어가야 할 것인가 꽤 고민했다. 내가 처음 이 영화의 현장에 들어가게 된 것은 촬영이 시작된 지 한달 후, 공원에서 마사야와 ‘좋은’ 분위기로 걷는 씬 부터였다. 배우이니까 당연한 거지만 도중참가이든 아니든 무조건 갑자기 ‘좋은’ 분위기가 되지 않으면 안되지 않는가(웃음). 오다기리 죠 씨와도 처음이고 여자 주연으로서 해가 되어서도 안되고, 이런 경우엔 열가지 방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눈에 보이는 노력은(웃음). 내가 약간 약삭빠른 구석이 있는 것이 실제 막상 연기에 들어가게되면 어찌되든 상대역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해보자 라고 생각해 버린다. 이번에도 오다기리 씨가 연기하는 마사야가 좋아하는 여자로 보이면 된다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원래 말을 많이 나누지 않는 것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편이기에 오다기리 씨가 조용한 분이면 조용하게 있어야지 라고 생각해서 굉장히 재미있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른스럽게 현장에서 지낼 수 있었다.
키키 키린씨와 다 함께 세 사람이 처음 모였던 것은 상경한 어머니와 다같이 도쿄타워를 보러 가는 장면이었다. 촬영하는 사이에도 쭉 키키씨의 이야기를 즐겁게 듣고 있었다. 미즈에로서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옆에 있고, 좋아하는 사람의 소중한 사람의 옆에 있는 너무나도 행복한 집단이다. 세 사람이 마주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도 가까이 있지만 조금은 떨어져 있는 도쿄타워를 보고 있다. 그것이 역으로 너무나도 ‘함께 있다’ 라는 느낌이 들어서, 행복한 기분이었던 것이 기억난다. 어머니와 나의 강력한 신뢰관계를 근처에서 보고나니 미즈에는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지 모르겠지만 연기하면서 모자의 발 들여놓을 수 없는 관계에 질투하거나 외로워하기 보다는, 함께 있다는,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행복감이 압도적으로 컸다. 사별이 되었든 다른 이유로 헤어져있던가 그런 자세한 이유는 밝혀져 있지 않지만 미즈에는 자신의 어머니가 없다고 가볍게 본인이 밝히고 있다. 그래서 미즈에는 어머니의 또 한 명의 자식으로 여겨지는 기쁨이 느껴졌던 것 같다.
- 아버지는 가부키배우 9대 마츠모토 코시로, 오빠는 7대 이치가와 소메고로. 연기라는 허구의 세계를 통하여 연결되는 가족 안에서 한 발 물러선 위치에서 냉정하게 상황을 바라보는 듯한 마츠 다카코. 가족을 바라보는 관찰자의 시선에 자신의 어머니는 어떻게 비추어졌을까.
영화의 어머니는 어떤 의미로 어머니의 이상, 어머니 그 자체이다. 부탁할테니 이제 그만하자 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딘가 역시 이길 수 없다고 생각되는 지울 수 없는 존재이다. 면박을 줘도 금새 없었던 일이 되어버리는, 나를 받아들여 주는 힘 그 자체이다.
나의 어머니는…강한 분이시다. 내가 독립을 하게 되고 오빠가 가정을 가지게 되는 경험을 하고 이십대 중반을 지나게 되면서 어머니는 행복한 걸까 아버지와 결혼하는 것 이외의 인생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우리 집처럼 모두가 자기가 좋은 대로만 하고 사는 가족을 받아들여 주고 웃어주는 사람이기에 무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요즘 들어 겨우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라고는 해도 그런 이야기를 직접 어머니에게 하게 되지는 않더라.
원작을 읽을 때도 이 책이 재미있다는 이야길 하고 빌려주기로 약속을 했었다. 하지만 다 읽고 보니 자식으로서 이 책을 어머니에게 추천해도 될까 싶더라(웃음). 결국 빌려주긴 했지만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자기자신이 부모로서 잘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았다. 그런 감상을 서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직 무리가 있지만... 그런 모녀관계이다.
영화 속에서도 그려져 있지만 장례식에서 이런 때에도 일을 해야 하는가라고 말하는 주인공에게 어머니가 ‘그려주거라’라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난 그 기분이 어떤 것인지 잘 알 것 같다. 어머니가 직접 입으로 힘내라거나, 일 제대로 잘 해야지라고 말을 하든 아니든 그런걸 느낀다면 우물쭈물 할 수만은 없다. 또 어머니에게 그런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다.
촬영일지
8/7(월) <도쿄타워 크랭크인>
큐슈에 상륙한 태풍의 영향으로 여기 동북 미야기현도 흐린 뒤 비가 온다는 기상예보가 있었지만, 이날은 완전히 쾌청했다. <도쿄타워> 크랭크인. 오늘부터 약 10주간에 걸쳐질 촬영은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첫날은 #1부터 #7 중간까지 촬영예정. 낮 동안에 준비와 리허설을 하고 밤 촬영을 준비한다. 본격적인 영화출연은 처음인 우치다 야야코(젊은 날의 엄마 역)은 촬영 초반 딱딱하고 긴장을 풀지 못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아빠역의 고바야시 카오루와 싸우는 장면에서 화려한 모션을 연기하는 사이 그런 딱딱함도 풀려갔다. 좁은 실내에서 많은 스태프에 둘러싸인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됐다며 웃는 얼굴이 정말 멋진 야야코. 이후에 이 미소가 현장을 살리는 일이 꼭 있을테지.
8/12(토) <코안경 개인기 촬영>
‘엄마’의 18번 장기 ‘코안경의 개인기’ 야야코의 촬영날. 오늘 촬영된 영상을 기본으로 하고 이후에 키키 키린이 연기할 현대의 엄마가 이어받는다. 현실에서는 엄마였던 키키로부터 딸인 야야코에게로 여러가지 것들이 물려졌을 테지만 영화에서는 반대로 야야코로부터 키키에게 바통이 넘어간다. 실생활에서는 모녀 지간인 두 사람이 하나의 인물을 연기한다는 재미가 남다르다. 마츠오카 감독의 경쾌하고 재치 있는 실연지도 덕분에 현장은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종료 후, 야야코에게 이렇게 물었다. “키키 키린에게 어드바이스를 하자면?” 그녀는 “프로인 엄마에게 뒤를 맡기겠습니다”라고 했다. 이제부터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8/15(화) <오다기리 죠 촬영 첫날>
내레이션의 주인공 ‘나’ 마사야 역을 맡은 오다기리 죠의 촬영 첫날. 석양이 내리쬐는 병실에 할머니 병문안을 온 ‘나’를 찍는 씬이었다. 오다기리는 이 씬 촬영을 위해 당일 오전, 미야기에 도착했지만 촬영은 대사 한 마디 없는 한 컷이었다. 실제 30분 정도 소요되고 종료된 촬영. “에~벌써 끝이에요?”라며 돌아가는 뒷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였다.
8/16(수) <키키 키린의 촬영 첫날>
어제 오다기리에 이어 오늘은 키키의 첫날. 식당 일에 질리고 만신창이가 돼 치쿠호 집에 돌아온 엄마에게 ‘나’가 쓴 책이 도착한다. 엄마는 아직 암이 완치되지 않았지만 이 책을 읽고 힘을 낸다며 ‘나’에게 전화로 말한다. 실제 극본에서는 “이 책 읽고 힘 낼게 (밝은 목소리로)고마워”라고 되어있었지만 필름에 찍힌 키키의 연기는 눈물을 머금고 수화기 저편의 ‘나’에게 “고맙습니다”라며 고개를 숙이는 것이었다. 아들에게 “고마워”가 아닌 “고맙습니다”. 키키는 “영화는 부감이니까”고 말했다. 아마 나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는 완성된 영화를 볼 때에야 이 말을 이해하게 되겠지.
8/18(금) <미야기 로케 최종일>
미야기 로케 최종일. 엄마가 나와의 전화로 도쿄행을 결정하는 씬. “아버지는 다른 여자와 살고 있어”라고 고백하는 엄마의 볼에 스치듯 걸린 머리카락. 이 머리카락 한 가닥으로 표정이 전혀 달라 보인다. 다음으로 촬영한 것은 상경직전, 텅 빈 방안에서 우두커니 서있는 엄마를 담아내는 장면이다. 이제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생활에 대한 마음을 표현이라도 하는 듯 의상은 아름다운 제비꽃 색의 옷. 미야기에서 출연한 배우들이 입을 모아 한 말은 세트, 미술소품, 의상, 메이크업 등이 정말 잘 되어 있어서 그 시대 그 장소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었고 덕분에 연기하기가 훨씬 수월했다고 한다. 각 팀이 이루어 낸 노력의 결정이 하나의 그림이 되고 영화가 된다.
9/11(월) <세심한 정성이 담긴 영화소품들>
엄마의 가게 ‘갓빠’. 노렌(상점 앞에 걸어놓는 천)의 일러스트를 시작으로 인형과 목각인형 등 가게 안에는 여러가지 갓빠(일본에 상상의 동물) 상품이 진열되어 있다. 미술부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한다. 그리고 이번 작품의 관심사 중 하나인 엄마의 요리. 점심시간에 촬영이 끝난 키키 키린은 가게 안 카운터에 놓여진 촬영용 요리를 타파 웨어에 담고 있다. “가져가서 오늘 점심으로 먹을 거에요. 아마 이런 여배우는 없을 거에요”라고 말하며 총총히 돌아갔다. 보통 때의 꾸미지 않는 모습도 포함해서 역시 엄마 역은 이 사람밖에 없다.
9/17(일) <배우들의 유쾌한 애드립>
엄마가 처음으로 사사즈카의 맨션에 왔을 때 즈음. 원작자인 릴리 프랭키가 실제 볼링장 바로 윗 층에 살았다고 하자 극본에는 적혀있지 않았지만 아래층의 진동에 놀라는 연기를 하는 키키. 거기에 이어 오다기리도 “스트라이크 나왔네” 라며 척척 받아 친다. 이런 식으로 공기에 색깔이 생기고, 방음된 스튜디오가 바로 그 순간 떠들석한 장소처럼 들려왔다.
9/19(화) <그녀는 모두의 엄마>
태풍이 지나가고 난 후의 기분 좋은 가을하늘. 촬영은 스튜디오 안 사사즈카 맨션. 엄마가 세탁물을 개면서 몸이 편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씬을 찍을 예정이었으나 “세탁물 개는 모습은 자주 보는 장면이잖아”라며 키키가 자택에서 삶은 밤과 칼을 지참하고 촬영에 임했다. 대화를 하면서 마구 밤을 먹는 엄마. 개인적인 얘기지만, ‘나의 엄마도 이랬었지’라며 마음속 깊이 떠올려버렸다. 다른 것에서도 나의 모친과 겹치는 부분이 몇 가지 눈에 띄었다. 필시 그것은 나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엄마가 모두에게 사랑 받는 이유는 분명 그녀가 ‘모두의 엄마’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씬을 마치고 키키가 밤을 모두에게 대접해주었다. 달고 맛있는 그리운 맛. 이제 완연한 가을이다.
9/24(일) <횡단보도 씬>
사사즈카, 횡단보도 씬. 파란 신호가 들어왔다. 오다기리가 아무런 말도 없이 손을 내밀었고 키키는 아무 말 없이 그 손을 잡는다. 말이 필요 없다. 그 이상의 무언가가 여기에 존재하고 있다. 엄마의 손에 이끌려 걸어가던 소년시절이 있었다면 지금은 내가 엄마의 손을 잡아 끌며 걸어간다. ‘나’를 위해 살아온 어머니. 이제부터 내가 엄마를 위해 산다.
10/3(화) <병실 씬>
연일 계속 촬영된 병실 씬. 그리고 드디어 그날이 왔다. 갑자기 엄마의 상태가 나빠져 ‘나’와 아버지가 지켜본다. 아침부터 의료지도를 위한 선생님과 함께 리허설이 반복된다. 거기에 부랴부랴 달려온 아버지 역의 고바야시는 대사를 검토하고 있다. 죽음을 눈앞에 둔 어머니를 향해 “죽지마!”라고 말하는 것은 바보스럽지 않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스텝들이 고민하고 있는 동안 키키 키린이 말 한마디를 건넸다. “오히려 아버지다워서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것으로 모두의 고민은 종결되었다. 그리고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자식 만이 남은 방에서 엄마는 마지막을 맞는다. 현장은 소리 하나 없이 극도의 긴장상태. 숨을 거두며 영혼이 떠나는 순간을 표현하고 싶다는 키키 키린. 최후의 힘을 쥐어짜내어 상체를 일으킨다. 모두가 집중해서 그 과정을 끝까지 지켜본다. 정적을 깨는 듯한 감독의 “OK!”소리와 함께 현장도 힘이 빠진 것처럼 안도의 공기가 감돌았다.
10/5(목) <키키 키린의 마지막 촬영>
오늘은 엄마가 돌아가신 후 새집 이불에 누워 가만히 있는 모습을 찍는 날. 하지만 눈과 배가 실룩실룩 움직여서 몇 번인가 NG가 나버렸다. 커트 종료 후, 모두에게 정중히 사과하는 키키 키린. 모든 촬영 중에서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오늘이 제일 어려웠다고 농담처럼 이야기한다. 오늘은 키키 키린의 촬영 전편이 종료되는 날. 그녀는 본인의 대본에 릴리 프랭키의 어머니 사진을 붙이고 있었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인생을 꿋꿋이 살아간 그 모습은 영화의 인물을 넘어서서 보는 사람 모두가 마음속에 간직한 어머니의 모습일 것이다.
10/7(토)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나카메구로의 집 앞에서 엄마의 장례식이 거행된다. 유영을 든 아버지, 위패를 든 ‘나’. 촬영 전에 감정 몰입을 위해 기분을 만드는 오다기리. 감독에게 “5분만 주세요”라고 전하고 걸어갔다. 참석자 사이에서 가끔씩 그 모습이 멀리 보인다. 흔들흔들 몸을 움직여 걸으며 일정한 구간을 왕복한다. 그 동작이 반복되는 만큼 감정이 고조되는 것처럼 보인다. 정말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분위기다. 얼마 후 오다기리가 돌아왔다. “괜찮습니다”라며 언제나처럼 담담한 느낌으로. 하지만 위패를 들고 서는 위치에 들어간 순간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 나왔다. 이 순발력, 폭발력에 압도되며 나는 아스팔트에 떨어지는 굵은 눈물 방울을 바라고 있었다. 그 후, 실내세트에 이동해서 나와 아버지의 이별. 오늘로서 전편을 종료하는 고바야시의 얼굴에 늙은 아버지의 특수분장이 오늘은 유달리 눈에 띈다. 성장한 아들과 어딘가 작아진 듯한 아버지의 뒷모습. 그 뒷모습에서 아버지의 인생이 전해져 온다. 여름날 미야기현의 오프닝에서 문짝을 차 부수고, 영화의 막을 열었던 고바야시가 최후에는 사라져가는 남자의 애수를 보여주었다.
10/12(목) <도쿄타워 씬 촬영일>
한밤중인지 아니면 이른 새벽인지 오전 3시에 집합한 스태프들은 도쿄타워 오픈시간까지 촬영을 마치지 않으면 안 되는 듯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시각부터 준비에 들어가 일출과 함께 촬영을 개시했다. 촬영은 시간과의 승부이다. 그래서인지 웬만해서 촬영하기 힘든 시간대의 야경에 자꾸만 눈이 간다. 오다기리 죠, 미즈에역의 마츠 다카코도 어두운 때부터 현장에 와서 리허설을 반복하고 있는 사이, 주위가 서서히 밝아져 왔다. 밖을 보자 지평선으로부터 태양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새빨간 아침노을의 하늘, 황금색으로 빛나는 도쿄만. 전망대의 이쪽저쪽으로부터 환성이 들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스태프들과 오다기리 그리고 마츠도 유리창에 찰싹 달라붙어서 사진을 찍고 있다. 모두와 함께 본 이 하늘이 엄마의 죽음 직후, “엄마, 잘해주셨어요”라는 내레이션에 걸리는 하늘이 되었다. 촬영이 끝나고 나서도 이 광경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드디어 영화의 라스트 씬 촬영 개시. 날씨도 따라주었고 거기에 맑은 기분이 더해져 잘 어울리는 커트가 되었다. 전망대를 끝으로 마츠 다카코의 촬영이 모두 종료되었다. 그 여운에 잠기고 싶었지만 이제 10분 후면 오픈시간, 모두 서둘러 밖으로 나온다. 밖으로 나와 도쿄타워 기슭에 온 ‘나’의 촬영. 이 씬으로 드디어 오다기리 전편종료. 감독과 꼬옥 악수를 하는 그 얼굴은 해냈다는 만족감이 넘쳐있었다. 오다기리 죠라는 배우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해봐도 대답은 나오지 않는다. 단지 <도쿄타워>의 ‘나’라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뭐 그것만으로 괜찮지 않을까요?”라며 웃는 오다기리의 얼굴을 떠올려 봤다.
10/16(월) <크랭크 업>
고등학교에 진학한 ‘나’와 엄마의 이별. 여기 치바현 고미나토 철도는 한 시간에 한대 운행되는 단선철도. 찍을 수 있는 기회도 한정되어있다. 게다가 A역을 출발해서 B역에서 몇 명 내리고 C역에서 합류해서 A역까지 자동차로 돌아 오는 퍼즐 같은 스케줄에 스태프는 노선도, 시각표, 커트표에 눈을 떼지 못했다. 최종일에 가장 복잡한 촬영을 한 셈이다. 야야코의 라스트 컷. 열차 안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찍는다. 스태프는 그대로 열차를 타고 가고, 차내에서 촬영에 임한다. 혼자 홈에 남겨진 야야코는 찍히지 않기 위해 숨어있었던 스태프가 나오자 “정말 혼자만 남겨진 줄 알았어요”라며 안도하는 얼굴이다. 다음은 차를 타고 역으로 이동해서 기차의 도착을 기다리는 것뿐이다. 텅 빈 역 앞의 로터리에 촬영버스, 트럭, 몇 대의 자동차가 모여든다. 촬영팀을 태운 열차가 도착하고 기차를 내리는 스태프의 얼굴엔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아무래도 무사히 찍은 것 같다. 이 순간, 대략 2개월하고 2주간 계속된 <도쿄타워>의 촬영도 드디어 크랭크업. 좋은 영화를 만든다는 한가지 목적으로 뭉친 전우들. 조촐한 건배 뒤, 헤어짐이 아쉬운 듯 한 사람 한 사람씩 각자의 자동차를 타고 흩어졌다. 이 광경자체가 [영화]다. “그럼 또 어딘가에서 만나겠지” 나도, 그들도, 그렇게 말하고서는 석양이 지는 로터리를 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