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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영화 속에서 빛나는 소시민들의 일상

9월2일부터 시네마테크 부산에서 총 17편의 영화 상영하는 오즈 야스지로 회고전

오즈 야스지로의 회고전이 9월2일부터 21일까지 시네마테크 부산에서 열린다. 이번에 상영될 총 17편의 영화는 1930년대부터 1960년대 작품까지 고루 선정되었다. 무성영화 <태어나기는 했지만>(1932)을 비롯해 <동경이야기>(1953)를 포함한 40, 50년대 흑백영화, <피안화>(1958) 이후의 컬러영화까지 그가 작업한 영화의 다양한 형식도 비교할 수 있다. 흔히 가장 일본적인 감독이자 할리우드식 고전적 영화문법과 대비되는 동양적인 숏을 창안한 감독으로 일컬어지는 오즈는 이 같은 한정된 수식어에 가두기에는 훨씬 더 깊은 세계를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이 점에 대해 하스미 시게히코는 “돈가스와 두부”의 비유를 들어 설명한 바 있다. 비슷비슷한 영화를 만든다는 지적에 대해 오즈 자신은 “두부가게 주인이므로 두부밖에 만들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실제 그의 영화에 두부만 있는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주로 가족멜로드라마의 틀 안에서 오즈는 “인생은 결국 혼자”라는 씁쓸한 성찰을 보여준다. 하지만 오즈의 영화가 이런 결론을 위해 존재하는 건 아니다. 그의 영화는, 비록 마지막 결론은 같을지라도 반복되는 일상을 최선을 다해 살 수밖에 없는 인간조건을 예의 바르게 관찰하고 있다.

<동경이야기>

<꽁치의 맛>

1927년 <참회의 칼>을 시작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오즈의 작품목록에서 <태어나기는 했지만>은 앞으로 전개될 그의 영화 세계를 예시하는 영화다. 아버지가 가장 훌륭한 사람인 줄 알고 있었던 아이들은 상사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하는 아버지를 보고 실망한다. 소시민 가정의 부모와 아이들이라는 소재는 나중에 <안녕하세요>(1959)에서 다시 다루어진다. 여기서는 텔레비전을 사달라고 시위하는 아이들과 부모의 갈등이 중심이 된다. 오즈의 첫 발성영화 <외아들>(1936)은 일본의 산업화로 야기되는 가족의 문제를 어머니와 아들의 이야기로 보여준다. <도다가의 형제 자매들>(1941)은 흥행과 비평 양쪽에서 성공한 초기작으로 여백 숏이나 정적인 카메라 등 오즈 후기 양식의 토대가 마련된 작품으로 평가된다. <셋방살이의 기억>(1947)은 패전 뒤 일본의 피폐한 풍경이 생생하게 반영된 영화로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정’에 대해 그린다. 역시 전후의 힘든 생활을 보여주는 <바람 속의 암탉>(1948)은 독특하게 매춘문제가 다뤄진다. 생활고 때문에 매춘에 나선 젊은 주부가 겪는 고난과 이로 인한 가족간의 갈등을 그린 이 작품은 과도기적 오즈의 영화미학을 보여준다.

오즈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전성기에 해당되는 시기에 만들어진 계절 시리즈 <늦봄>(1949), <초여름>(1951), <이른 봄>(1956)은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 <동경이야기>와 더불어 오즈의 형식미를 잘 보여주는 대표작들이다. 딸의 혼사문제는 오즈가 즐겨 다루는 소재로 <늦봄>은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딸 노리코의 결혼 이야기가 중심이다. 편부모와 사는 딸의 결혼은 후기작 <가을 햇살>(1960)에서 다시 변주되고, 딸을 시집보내는 아버지의 심정은 오즈의 첫 컬러영화 <피안화>와 그의 유작 <꽁치의 맛>(1962)에서 다시 다루어진다. <꽁치의 맛>은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던 장년 남자들의 일상과 이들의 영락해버린 은사에 대한 묘사가 인상적이다. 노년의 삶, 늙는다는 문제는 바로 전 작품 <고하야가와가의 가을>(1961)의 주제이기도 하다. <초여름> 역시 대가족의 막내딸 혼사가 중심이 되는 영화이나 스토리보다는 ‘윤회’나 ‘무상’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반복되는 일상과 행동의 변화를 세밀하게 그렸다.

<이른 봄>은 권태기를 맞은 부부의 문제를 다룬 멜로드라마로 외도를 다루고 있어 오즈 작품 중에는 다소 이색적이다. 부부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오즈의 작품은 많지 않지만, 그중에서 <오차즈케의 맛>(1952)은 결혼생활이나 부부애에 대한 오즈식의 답변을 엿볼 수 있다. 이외로 유랑극단의 배우가 주인공인 <부초>(1959)나 아내가 가출한 가정의 풍경을 그린 <동경의 황혼>(1957)은 가족의 결손문제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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