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재외동포영화제가 8월28일부터 31일까지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영화제는 총 4개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본, 중국, 독일, 멕시코, 우즈베키스탄 등 재외동포들의 삶과 한국에서 이주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모아놓은 ‘700만의 발자국’, 이주민들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담은 ‘이웃사촌’, 새터민 청소년들을 통해 바라본 분단과 통일에 대한 이야기들 ‘통일, 기억과 구상’, 2007년 재외동포영화제에서 소개된 작품 중에서 한편을 소개하는 ‘2007 CNFF 다시 보기’, 이렇게 4개의 섹션이 준비되어 있다.
개막작은 2002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소개된 마티아스 카일리히 감독의 <미카엘과 진희>. 독일인 감독이 한국 입양아 이야기를 첫 장편 데뷔작에서 다뤘다고 해서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화제가 된 적이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한국에서 독일로 입양된 미카엘이 독일 부모의 불화로 가정이 붕괴될 처지에 놓이자 베를린으로 떠나고 그곳에서 한국 동포 진희를 만나 가까워지지만 한국인도 독일인도 아닌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다는 내용이다. 비교적 정공법으로 입양아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영화적 임팩트는 떨어지지만 그 정공법 때문에 어쩌면 재외동포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썩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소록도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임은희 감독의 <섬이 되다>는 폐막작으로 선정됐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멕시코에 갔다가 멕시코국립영화제작학교에 입학하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임은희 감독은 <섬이 되다>로 2007년 멕시코 아리엘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폐막작 외에도 임은희 감독이 만든 다른 세편의 영화, <뚫어!> <갑각류를 요리하는 빨간 조리법> <파문>을 만날 수 있다.
‘700만의 발자국’ 섹션에서 소개되는 영화 중 눈에 띄는 작품은 재독동포 조성형 감독의 <풀 메탈 빌리지>다. 독일의 시골마을 바켄은 전통을 중시하며 종교적 경건함을 미덕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조그만 마을이다. 그러던 어느 날 조용하던 마을에 메탈 페스티벌이 열리고, 마을 사람들은 젊은이들의 요란하고 반항적인 몸짓과 충돌한다. 사회 반항과 체제 반항을 몸으로 표현하는 메탈은 마을의 모습을 서서히 바꾸기 시작한다. <풀 메탈 빌리지>는 독일 개봉 당시 현지에서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재외 동포로 외국에서 살다가 국내에 들어와 장학금을 받고 영화 공부 중인 두명의 감독, 박루슬란과 파울라 김은 눈에 띄는 감독들. 두 감독 모두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에서 공부하고 있다. 파울라 김 감독은 브라질 상파울루 출신이며, 주말을 같이 보낼 친구도 애인도 없는 여주인공의 눈에 비친 서울의 주말 풍경을 그린 <주말>이 영화제에서 상영된다. 박루슬란 감독은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났고, <괜찮아, 울지마> <나의 결혼원정기>에서 연출부로 일했다.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자유로운 새의 춤>은 아름다운 마음과 순박한 미소를 가진 주인공이 외로운 한국 생활에서 인터넷 채팅으로 한 소녀를 만나지만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자신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올해 영화제 부대행사는 눈과 귀를 모두 즐겁게 해줄 만하다. ‘음악과 영화와 별과 시’는 영화제 전야제로 일본의 ‘밥 딜런’이라 불리는 재일동포 가수 박보와 신촌블루스의 공연을 볼 수 있다. ‘이웃사촌’ 섹션에서 상영되는 <박보-부르고 싶은 노래가 있다>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 박보는 일본에서 ‘히로세’라는 이름으로 데뷔했지만 한국 이름 ‘박보’로 활동을 다시 시작해 자유와 반전을 희망하는 그의 마음을 노래에 담아 부른다. 영화는 재일조선인 가수 박보의 행보를 통해 그의 현실을 보여주는 음악다큐멘터리다. ‘3인3색 재외동포 영화감독, 영화와 디아스포라를 말하다’ 행사에선 재중동포 장률 감독과 앞서 소개한 박루슬란, 파울라 김 감독이 한자리에 모인다. 자신의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이주민으로서의 삶에 대한 얘기도 풀어놓을 예정이다. 장률 감독의 영화 <11세> <경계> 역시 ‘700만의 발자국’ 섹션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자세한 일정과 정보는 영화제 홈페이지(www. cnff.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문의: 02-337-65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