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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캐릭터가 생기를 불어넣는 영화 <발렛>
이주현 2008-08-20

슈퍼모델과의 아찔한 동거 지수 ★ 칼 라거펠트 연기력 지수 ★★ 등장인물 수다 지수 ★★★★☆

피뇽(게드 엘마레)의 엄마는 말한다. 자신의 아들은 ‘어떤 여자든 넘어올 만큼 착하고 미남’이라고. 하지만 레스토랑에서 발렛 주차 일을 하는 피뇽은 사랑하는 여인 에밀리에게 청혼했다 거절당한다. 서점을 열면서 받은 대출금 때문에 사랑할 여유조차 없는데다 그저 좋은 친구 사이일 뿐이라는 이유로. 한편, 아내 덕으로 대그룹 회장 자리를 지키고 있는 르바쉐르(다니엘 오테유)는 톱모델 엘레나(앨리스 태그리오니)와 2년째 몰래 연애 중이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파파라치에게 들켜 둘이 함께 있는 사진이 신문에 실리고 둘의 관계를 의심하는 아내에게 르바쉐르는 피뇽이 엘레나의 남자라고 거짓말한다. 르바쉐르는 거짓말을 숨기기 위해 피뇽에게 엘레나와의 가짜 커플 행세를 부탁하고 피뇽은 에밀리의 대출금을 대신 갚아줄 생각으로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발렛 주차 요원과 슈퍼모델의 동거 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지만 그들을 감시하는 눈길은 사방에서 반짝거린다.

개봉하자마자 프랑스 박스오피스를 석권한 <발렛>은 프랑시스 베베르 감독이 만들어낸 귀여운 캐릭터가 생기를 불어넣는 영화다. <바보들의 저녁식사> <은행털이와 아빠와 나>를 통해 프랑스 대중영화의 대표 감독이 된 프랑시스 베베르는 <발렛>에서 엉뚱하고 어수룩하면서도 발랄한 캐릭터 ‘프랑수아 피뇽’을 탄생시켰다. 감독은 작품마다 각기 다른 캐릭터의 ‘프랑수아 피뇽’을 만들었는데 이번엔 게드 엘마레를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캐릭터에 캐스팅해 역대 피뇽들 중 최고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게드 엘마레는 얼핏 보면 안경 벗은 유재석을 닮았지만, 프랑스의 떠오르는 미녀 전담 로맨틱코미디 배우다.

<발렛>을 관통하는 분위기와 정서는 소박하지만, 수시로 억대의 자동차와 드레스가 등장해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주인공 피뇽의 직업상(?) 포르셰, 벤츠, 아우디 등이 때때로 출현하고, 슈퍼모델 엘레나는 샤넬의 드레스를 패션쇼에서 선보인다. 칼 라거펠트가 직접 출연한 2005년 샤넬 F/W 패션쇼를 영화에서 만날 수도 있다.

tip/ 조연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르바쉐르 역은 <제8요일> <히든> 등으로 세계적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던 다니엘 오테유가 맡았고, 르바쉐르의 아내 역은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잉글리쉬 페이션트>에서 지적인 연기를 보여준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가 맡았다. 또한 <8명의 여인들>에서 첫째 딸로 분했던 프랑스의 차세대 여배우 비르지니 르도엥이 에밀리를 연기했고, 리차드를 연기한 대니 분은 <발렛>으로 2007년 세자르 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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