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야생의 낙원에서 펼쳐지는 모험극 <님스 아일랜드>
주성철 2008-07-16

간접여행 지수 ★★★★ 동물연기 지수 ★★★★ 성인관객 호응지수 ★★

<300>의 근육맨 제라드 버틀러와 <브레이브 원>의 터프한 엄마 조디 포스터가 아동영화의 주인공이 됐다. 전작에서 그들이 겪었던 고통과 무게에 비하자면 완전히 상반된 이미지로 등장한 그들에게 <님스 아일랜드>는 그야말로 한숨 돌리기 위해 출연한 영화 같다. 시종일관 ‘님’(에비게일 브레슬린)을 위해 망가졌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로 코믹연기도 마다않는 조디 포스터의 모습은 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풍경이다. <님스 아일랜드>의 무대도 그렇다. 아름다운 화산섬 속의 오두막집, 그 집 앞으로 펼쳐진 끝없는 바다, 거기서 어린 님의 친구들은 바로 춤추는 바다사자와 사람 말을 알아듣는 것 같은 이구아나와 물고기를 대신 잡아주는 갈매기 갈릴레오다. 제작진이 찾아낸 촬영지는 바로 호주 퀸즐랜드의 골드코스트와 호주 국립공원이 위치한 힌친브룩 섬이다. 전세기로만 닿을 수 있다는 인기 관광지이기도 한 그곳은 사실상 영화가 보여주는 정서 그 모든 것이기도 하다. <님스 아일랜드>는 그렇게 완전한 야생의 낙원에서 펼쳐지는 모험극이다.

남위 20도, 서위 162도, 남태평양 피지 제도에 자리한 미지의 섬에 님과 그의 아버지 잭 루소(제라드 버틀러)가 함께 살고 있다. 해양생물학자 잭이 아내와 사별하고 딸과 함께 미지의 생물을 찾아 지구 위를 떠돌다보니 님은 이미 어린 나이에 지구를 2바퀴 이상 돌았다. 그러던 어느 날, 잭이 산호섬을 연구하기 위해 섬을 비운 사이 갑자기 폭풍우가 몰아쳐 잭은 배가 가라앉는 위기에 처하고, 집에 남아 있던 님 역시 해적들에게 거처가 발견될 처지에 놓인다. 한편, 위대한 탐험가 알렉스 로버(제라드 버틀러, 1인2역)를 다룬 베스트셀러 소설로 유명한 세계적 작가 알렉산드라 로버(조디 포스터)는, 소설을 위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인터넷으로 알게 된 잭에게 메일을 보내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 메일은 알렉스 로버의 열렬한 팬이기도 한 님이 읽게 되고, 하필 때가 때인 만큼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광장공포증 때문에 한 걸음도 집 밖으로 나서지 못하는 알렉산드라는 그렇게 님을 위해 일생일대의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낙원의 이미지에서 미국사회에 환멸을 느껴 유토피아를 꿈꾸며 모스키토 코스트라는 곳으로 아내와 자식들을 데리고 떠난 한 발명가(해리슨 포드)의 이야기 <모스키토 코스트>(1986)가 떠오르기도 하고, 동물들과 교감하는 님의 모습에서 고래 윌리와 우정을 나눴던 <프리 윌리>(1993)의 제시가 겹쳐지기도 한다. 더불어 아기자기한 퍼핏(인형)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하는 오프닝에서 볼 수 있듯 <님스 아일랜드>는 철저한 아이들의 판타지다. 님이 소설 속 알렉스 로버의 무대로 들어가기도 하고, 마감에 쫓기는 알렉산드라 앞에 알렉스 로버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게 남태평양을 무대로 한 주인공의 모험은 거의 테마파크의 세계다. 물론 수많은 캐릭터와 거대 예산이 상승작용을 빚는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나 <황금나침반>(2007) 같은 영화들과 비교하자면 무척 소박하지만 꽤 사랑스런 세계다. 그 속에서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에 출연한 조니 뎁처럼 실제 자신의 아이들을 떠올리며 연기했다는 조디 포스터의 변신이 가장 눈에 띈다. <패닉룸>(2002), <플라이트플랜>(2005), <인사이드 맨>(2006) 등 주로 지적이고 강인한 모성을 연기했던 그녀는 이 영화에서 어울리지 않게 광장공포증을 앓는 ‘엽기녀’에 가깝다. 지난 10년 넘게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본 적 있었던가.

tip /‘님’의 얼굴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면? 바로 <미스 리틀 선샤인>(2006)의 그 귀여운 꼬마아이가 맞다. 어린이 미인대회에 나가기 위해 마약쟁이 할아버지로부터 ‘저질댄스’를 사사받아 대회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던 에비게일 브레슬린이 이제 밝고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원작과 감독, 그리고 동물들

1999년 선보인 <님스 아일랜드>의 원작은 웬디 오어가 쓰고 케리 밀라드가 그린 <무인도에서 온 이메일>이라는 제목이며 국내에도 출간돼 있다. 동화작가 웬디 오어의 다른 작품들로는 <아만다의 공룡> <위대한 손수레 경주> <공원의 방주> 등이 있다. 아빠와 단둘이 무인도에 살고 있는 여자아이 ‘아론’의 신나는 모험 이야기를 그린 것으로, 아론은 모험 이야기 <미친 산>의 주인공 알렉스 로버를 가장 좋아한다. 물론 영화에서처럼 아론의 가장 친한 친구는 바다사자와 이구아나이며 작가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친한 친구 사이가 된다. 영화에서는 엄마가 등장하지 않지만 원작에서는 아론의 엄마가 악당 ‘야단법석 관광단’에게 잡혀간 것으로 나온다.

조디 포스터만큼이나 부부감독 마크 레빈과 제니퍼 플래켓은 아이들에 대한 사랑으로 <님스 아일랜드>를 영화화했다. 12년 동안 시나리오를 함께 쓰는 한팀으로 일해온 두 사람은 <리틀 맨하탄>(2005)으로 장편 데뷔했으며 <퍼펙트 스톰>(2000), <윔블던>(2004), <스피드 레이서>(2008)의 시나리오에 참여했다. 그들이 <님스 아일랜드>를 연출하며 가장 고심했던 건 동물배우들의 지도였다. 거구의 바다사자 ‘셀키’는 특수효과가 아닐까, 할 정도로 명연기를 펼쳤는데 바로 호주 골드코스트의 아쿠아리움에서 잘 훈련된 스퍼드와 프라이데이가 번갈아 셀키를 연기했다. 인사와 키스, 포옹은 기본이라고. 셀키는 님과 함께 섬의 평화를 지키는 최고의 단짝이라 할 수 있는데, 촬영장을 찾은 원작자 웬디 오어가 가장 감탄했던 것도 바로 그 스스로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던 바다사자 캐릭터가 실제 등장한 장면들이었다고.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