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소 지수 ☆ 실소 지수 ★★☆ 하품 지수 ★★★★☆
서울 강력반에서 영덕 교통과로 내려온 강일도(정웅인)와 택시기사 신호철(성지루)은 견원지간이다. 본래 친구였던 두 사람은 15년 전 호철의 첫사랑을 일도가 빼앗으면서 우정이 깨졌는데, 그 뒤 군대에서 고참과 졸병으로 재회해 악연에 불을 지폈다. 일도는 당시 어찌나 고생을 했던지 지금도 그 시절로 돌아가 호철에게 당하는 악몽을 꿀 정도. 그러나 일도의 귀향과 함께 전세는 역전됐다. 신호위반과 불법 유턴을 밥먹듯 하는 월급 택시기사 호철은 숨어서 딱지를 끊는 교통경찰 일도에게 번번이 당하면서도 공무원의 권력 앞에 굴복한다. 일도에게도 사연은 있다. 식물인간이 된 아내의 병수발을 하느라 사채를 썼는데, 사채업자의 빚독촉과 위협을 피해 서울을 떠나온 것이다. 영화는 두 남자의 악연을 바탕으로 일도의 딱한 사정과 눈먼 돈 1억원이 엮이며 한바탕 소동을 벌인 뒤 해피엔딩으로 달려가는 짧은 여정이다.
정웅인과 성지루의 이름에서 코미디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잘못된 만남>은 정영배 감독의 전작 <방울토마토>와 연장선상에 놓인 휴먼드라마다. 치졸함의 극단을 드러내던 두 사내는 결국 단단한 우정을 얻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첫사랑을 지킨 순정이나 가족을 희생하는 못난 우정이 아니라, 엄마의 생명유지 장치를 떼기 위해 아이가 흘리는 눈물이다. 그리고 그 눈물은 강요된 슬픔이라 최루성 카타르시스조차 없어 영화를 따라 울면서도 공감이 어렵다. 가족애, 사랑, 사회문제를 건드리는 서브플롯들이 두 남자의 관계라는 구심점으로 모이지만, 강약이 없어 다양한데도 오히려 지루하다. 무게를 실어줄 이야기를 몇개 골라 코미디든 액션이든 뚜렷한 색깔을 드러냈으면 어땠을까. 엔딩 크레딧과 함께 보여지는 일도의 새로운 로맨스는 그래서 더 사족 같다.
Tip/ <잘못된 만남>은 조연이 감칠맛 나는 영화다. 호철의 부인으로 출연하는 김정난은 일광과 해풍에 거칠어진 바닷가 여인의 우직한 모습을 낮은 목소리에 담았고, 눈치없는 아버지 역할로 최종원이 출연했다. 아버지들과는 다르게 우정을 나누는 아들들은 <날아라 허동구>의 최우혁과 <새드무비>의 여진구이고, 천방지축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호철의 동생 호경은 <폰> <방울토마토>의 최지연이 강태은으로 이름을 바꿔 출연했다. 영화 속 노래부르는 장면은 모두 본인의 솜씨라고. 일도와 호철을 친구에서 원수로 만들었다가, 원수에서 친구로 돌이키는 주역인 첫사랑 연희는 S.E.S의 ‘슈’ 유수영이 연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