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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날려 줄 액션 <원티드>

액션지수 ★★★★ 러브라인지수 ☆ 반전지수 ★★★

상사의 잔소리 포화와 대수롭지 않은 업무에 짓눌려 사는 월급쟁이라면 누구나 또 다른 삶을 꿈꾸게 마련이다. 멋지고 화끈한 삶이라면 금상첨화다. 이 영화의 주인공 웨슬리(제임스 맥어보이)는 바로 그러한 판타지를 실현하는 인물이다. 웨슬리는 자신의 귓가에 스테이플러를 찍어대며 닦달하는 낙으로 사는 뚱뚱한 여자 상사에게 한마디 항의도 못하는 소심한 청년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직장 동료가 자신의 여자친구와 바람을 피우는 걸 알게 되지만 그 앞에서는 아무 말도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섹시한 여성 폭스(안젤리나 졸리)가 나타나면서 그의 인생은 180도로 달라진다. 그녀로부터, 웨슬리가 유아기 때 집을 나간 아버지가 사실은 중세부터 이어져온 암살단의 최고 킬러이고 자신도 킬러의 운명을 타고났다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겉보기엔 평범한 방직공장이 암살단의 아지트이고 킬러들이 직공으로 위장한 흥미진진한 광경은 그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잔고가 텅텅 비어 있던 통장에 아버지의 막대한 유산까지 입금되어 있으니 이제 그의 인생에는 거칠 것이 없어졌다. 도넛 중독인 여자 상사에게 “당신은 끔찍해”라고 소리지르고, 자신의 여자친구와 바람 피우는 동료에게 멋지게 한방 날려준 뒤 회사 문을 박차고 나온다. 다른 SF영화들에 비해 평범했던 웨슬리의 생활 묘사에 공을 들인 점은 이 영화의 독특한 개성으로 이 부분이 상당히 유쾌하다.

영화는 웨슬리가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고 난 다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SF와 판타지, 액션영화의 흥미로운 요소들만 쏙쏙 뽑아서 섞어놓은 듯 한 스토리에 화려한 액션신들이 이어진다. 바라만 봐도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안젤리나 졸리는 웨슬리를 킬러로 성장시키는 견인차 역할이다. 자신에게 파리의 날개를 총으로 쏘아맞히는 비범한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얼떨결에 알게 된 웨슬리는 폭스의 지도 아래 피나는 노력 끝에 구부러지는 총알을 쏠 수 있는 최고 실력자가 된다. <어톤먼트> <페넬로피> <비커밍 제인> 등의 영화에 출연하며 최근 상종가를 기록하고 있는 제임스 맥어보이의 평범한 외모와 졸리의 비범한 아우라가 교묘히 결합된 둘은 의외로 잘 어울리는 커플로 탄생됐다.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쳐 두달 만에 근육질 몸매로 거듭났다는 맥어보이의 액션도 예상보다 훌륭했다. 영화의 에피소드들은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을 주는데 그 덕에 편안한 서사가 된 반면에 참신함은 다소 떨어진다. 하지만 뒷부분 반전에 반전을 마련하고 있어 심심하지 않으며 루마니아에서 직접 찍었다는, 협곡을 달리던 기차의 폭파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근사한 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재미있는 건, 생각하는 장소로 순간이동을 하는 <점퍼>에서도 그랬듯 <원티드>에서도 특수한 능력이 유전된다는 점이다. <원티드>의 철학적 배경은 단지 유전 정도를 넘어 좀더 큰 결정론에 의거하고 있다. 악을 저지를 사람이 정해져 있고 그 사람을 미리 암살한다는 이야기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그랬듯 세계가 미리 다 결정되어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원티드>는 결정론에 함축된 철학적 문제를 건드리는 것보다는 더위를 날려줄 액션 연출에 더 많은 공을 들인 영화다.

tip/세계 곳곳을 돌아다녀 촬영한 영화 속 로케이션 장소를 일부 소개하자면 이렇다. ‘운명의 배틀’이 있는 성은 1956년 폐쇄된 프라하의 오래된 설탕 공장 내부를 개조해서 만들었고, 기차가 추락하는 협곡장면은 노르웨이와 루마니아에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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