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월19일, 먀오톈이 사망했지만 그 어디서도 뉴스를 접할 수 없어 서글펐다. 할리우드 배우들은 그보다 지명도가 덜한 배우라도 단신이라도 다뤄지는 법인데 그의 소식은 어디에도 없었다. 먀오톈(苗天)이 누구냐면, 차이밍량의 영화 <하류>(1997)와 <구멍>(1998)에서 늘 이강생의 아버지로 나왔던 배우로 과거 호금전의 무협영화에서 악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게다가 차이밍량의 또 다른 영화 <거긴 지금 몇시니?>(2001)에도 출연했고 이강생의 데뷔작 <불견>(2003)에서도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로 나온 적 있어, 언젠가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그런데 암으로 오랜 투병생활을 해오던 그는 향년 80살로 <안녕, 용문객잔>(2003)을 유작으로 남기고 세상을 떴다.
차이밍량은 언제나 애정을 담뿍 담아 그를 ‘파파 미아오’ 혹은 ‘엉클 미아오’라 불렀다. 어렸을 적 먀오톈의 데뷔작이기도 한 <용문객잔>(1967)의 팬이기도 했던 차이밍량은 그렇게 1987년 사실상 은퇴했던 그를 다시 스크린으로 불러냈다. 과거 호금전의 <용문객잔>은 물론 <협녀>(1971), <충렬도>(1975)에서도 악역으로 등장했던 그는 쇼브러더스의 무수한 무협영화에 출연했고 작품이 없을 때는 고향인 대만에서 지냈다. <용문객잔>에 시나리오작가로도 참여했고 <협녀>에는 조감독으로 참여했던 그는 한때 연출을 꿈꾸던 배우였다. 탐관오리나 친일파 역할도 제격이었던 그는 무엇보다 확실한 ‘인상파’였다. 세월이 흘러 잔뜩 찌푸린 듯한 표정이지만 가슴 깊숙이 자신과 가족에 대한 애증을 머금은 듯한 그의 얼굴은 단숨에 차이밍량 영화의 정서 그 자체가 됐다. <거긴 지금 몇시니?>에서는 그가 죽게 되는데 많은 사람들은 이제 먀오톈이 당신 영화에 나오지 않는 거냐고 물었고, 차이밍량은 “그의 영혼은 언제나 살아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출연했던 영화가 바로 <안녕, 용문객잔>이다. 그러니까 그는 공교롭게도 마치 신화의 한 대목처럼 호금전의 <용문객잔>으로 데뷔해 차이밍량의 <안녕, 용문객잔>을 끝으로 떠났다.
<안녕, 용문객잔>에는 먀오톈 외에도 또 다른 호금전 사단의 배우 석준도 등장한다. 석준 역시 <용문객잔>이 데뷔작이었는데 악역을 도맡았던 먀오톈과 달리 이후 <협녀>는 물론 <공산영우>(1979), <산중전기>(1979)에서 모두 주인공을 맡았던 배우다. 짙은 눈썹에 갸름한 얼굴의 그는 호금전 영화에서는 언제나 인기 최고의 미남이었지만 오히려 다른 감독의 작품에서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안녕, 용문객잔>에서 과거의 (영화 속에서) 적이었던 두 사람이 낡은 극장에서 함께 만나는 장면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먀오톈보다 열살 어린 석준은 아직 생존해 있지만 아마도 먀오톈과 똑같은 데뷔작과 유작을 남기고 떠나지 싶다. 그래서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