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투자·배급사들의 행보가 부쩍 신중해진 것을 두고 영화계 일각에서 투자 및 제작 위축이 지금보다 심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CJ, 쇼박스, 롯데 등 주요 투자·배급사들이 상반기에 투자를 결정한 작품들이 많지 않아 2008년 하반기 라인업의 공백은 물론이고 내년 상반기까지 이 같은 침체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CJ는 아직 공식 발표를 하지는 않았으나 6월 중순에 <강철중>, 7월 중순에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선보이고, <신기전>은 8월15일 개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4월24일 개봉예정이었던 <모던보이>는 “후반작업이 다소 늦어져” 하반기에 개봉할 것으로 보인다. CJ는 현재 촬영 중인 <기억, 상실의 시대> <아내가 결혼했다>를 비롯해 자체 제작하는 <공중곡예사>, <미녀는 괴로워>의 제작사인 리얼라이즈픽쳐스의 <마린보이>, 박찬욱 감독의 <박쥐> 등을 하반기 라인업에 올려둔 상태다. 최근에 투자 결정을 한 <마린보이>를 제외하면 신규 투자작을 아직 내보이지 않은 상황이다. 쇼박스의 경우, 4월3일 개봉하는 <GP506>을 비롯해 <가루지기>(5월1일 예정), <서양골동양과자점-앤티크>(6월)를 상반기에, 하반기에는 <님은 먼 곳에>(7월), <다찌마와 리>(8월), <고고70>(9월), <쌍화점>(미정) 등을 개봉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4월30일 <비스티 보이즈>를 제외하면 한국영화 투자·배급작이 전도연, 하정우 주연의 <멋진 하루>뿐이다.
“편수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는다”(CJ), “예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20편 정도 갈 것 같다”(쇼박스), “좋은 작품이 눈에 띄면 당장 잡지 않겠나. 현재 결정 단계에 있는 작품들이 있는데 아직 발표 단계는 아니다”(롯데엔터테인먼트), “촬영에 들어가는 영화가 없다”는 아우성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지나친 걱정이 외려 충무로의 위기를 부풀리는 것을 경계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메이저 투자·배급사들은 경쟁적으로 라인업을 확보하는 것보다 “시장 상황을 따져보고 투자하겠다”는 입장이다. 메이저 투자·배급사의 한 관계자는 “한국시장의 경우 적정 자국영화 제작편수가 연간 70편 내외 정도가 적당한 것 아닌가”라며 1년 넘게 계속되어온 투자·배급사들의 숨고르기가 “유능한 재능들을 발굴하지 못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일시적으로 낳을 수 있겠지만 일종의 긍정적인 구조조정 효과를 낼 것으로도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충무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KT와 SKT 또한 어떤 수업료를 치르고서라도 메이저 대열에 끼겠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서 충무로 한랭전선은 쉽게 걷히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벤티지 홀딩스가 자체 배급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나 얼마 전 투자·제작사인 KM컬쳐와 앰앤에프씨가 함께 공동배급사 엠+를 만들기로 한 것 또한 이러한 국면과 무관하지 않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전체 영화계의 거품을 빼는 차원이라면 모두들 수긍하겠으나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활력 감소는 물론이고 고사할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