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소리만 듣고 눈빛만 봐도 모든 것이 통하는 출판기획자 다진(김하늘)과 홈쇼핑 PD 재영(윤계상)은 어느덧 6년째 연애 중인 커플이다. 테라스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옆집에 살며 거의 동거하듯 지내는 그들은, 이제는 연애의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없는 익숙한 부부나 마찬가지다. 그러던 어느 날, 재영은 회사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는 지은(차현정)과 깊은 사이로 발전하고, 다진 역시 비즈니스 관계로 만나던 북디자이너 진성(신성록)과 가까워진다. 그렇게 서른을 앞두고 점차 소원해지면서 서로에 대한 불만이 쌓여가던 두 사람은 종종 큰 싸움을 하게 된다. 그럴수록 두 사람은 각각 지은과 진성에게 끌리게 된다.
두 사람은 6년째 연애를 했고, 막연히 언젠가 결혼을 하게 될 것이라 생각하는 커플이다. 영화는 자연스레 김하늘의 이전 출연작들인 <동갑내기 과외하기> <그녀를 믿지 마세요> <청춘만화> 등 일련의 청춘 로맨틱코미디를 연상시키지만, 예상과 달리 ‘서른 즈음의 여자’라는 현실적 고민을 끌어안는다.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발랄함보다는 오히려 <싱글즈>나 <연애의 목적>의 현실적 고민에 더 가깝다고나 할까. 영화에 등장하는 늙은 부부의 사진처럼 그들은 6년간의 사랑이 60살이 되도록 이어지길 바라는 순정만화적인 순수함을 가지고 있지만, 각자 눈앞에 나타난 새로운 사람 앞에 흔들린다. 그 6년이라는 시간은 바로 사랑이 주어지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임을 깨닫게 되는 시험의 시간인 것이다.
서른 즈음을 앞둔 주인공들이 무척 사소한 것에도 과민하게 현실적인 사랑싸움을 벌이는 것은 꽤 공감의 흡입력을 만들어낸다. 윤계상과 김하늘 역시 실제 그 나이대의 고민을 끌어안은 사람들처럼 매끄럽고 솔직하게 연기한다. 그 과정에서 실질적인 주인공은 다진이라 해도 좋을 만큼 여성적 시선에 무게감이 실리는 것은 바로 그 나이대의 젊은 여성감독의 연출과 시나리오가 빚어낸 미덕이다. 교통사고로 어쩔 줄 몰라하는 다진과 대조적으로 이러쿵저러쿵 간단하게 해결을 보는 재영의 모습은 바로 그런 데서 연유한 디테일이다. 그러면서 막연하게 결혼만 하면 만사형통이라는 단순 과격한 결론으로 이끌리지 않고, 다진의 복잡한 심경을 더 지켜보게 만드는 것도 그런 연장선에 있다. 그럼에도 6년째의 무감한 현실을 드러내기 위해 더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을 것 같지만, 각자의 마음이 흔들리는 4각 관계를 더 강조하는 쪽으로 나아간 것은, 2시간에 가까운 꽤 긴 시간을 오히려 느슨하게 만드는 것 같아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