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가 마을을 휩쓸고 지나간 다음날 정체 모를 안개가 호숫가에서 피어난다. 전기가 끊기고 통신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조급해진 사람들은 생필품이라도 사기 위해 동네의 슈퍼마켓으로 몰려든다. 어린 아들 빌리(나단 갬블)와 옆집 주민 노튼(안드레 브라우퍼)을 데리고 그곳에 온 주인공 데이빗(토머스 제인)도 그중 한 사람. 그때 갑자기 한 남자가 공포에 질려 상점 안으로 뛰어들어와 안개가 누군가를 데려갔다며 소리친다. 안개는 점점 짙어지고 상점 바깥으로 벗어나면 한치 앞도 볼 수 없다. 도대체 저 바깥에서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사람들이 막연히 두려움에 떨 때쯤 온갖 기형적인 괴물들이 나타나고 희생자는 속출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카모디(마샤 게이 하든)라는 광신도가 종말의 계시가 온 것이라며 사람들을 선동한다. 사람들은 카모디 부인의 말에 홀려 점점 흉악한 광란자가 되어간다.
할리우드 감독들이 소재의 원천으로 가장 많이 찾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공포소설의 제왕 스티븐 킹. 그가 1980년 발표한 중편소설 <안개>가 이 영화의 원작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당하는 공포 아니 그 형체만 흘낏 보일 뿐 정작 근본적인 이유를 알 수 없는 것에 의한 갑작스런 공격, 그리고 그 공격이 벌어지자 도리어 내부가 미쳐버리는 상황이 흥미롭게 얽혀 있다. 언뜻 할리우드영화치고는 적은 예산이었을 거라는 걸 짐작하게 되는데, 영화는 거기에 구애받지 않고 집중력있는 긴장감을 보여준다. <미스트>는 어쩌면 이런저런 SF영화와 호러영화에서 많이 보아온 맥락 안에 있지만, 원작이 갖고 있는 원래의 분위기와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프랭크 다라본트의 연출력- 그는 스티븐 킹의 <쇼생크 탈출>과 <그린 마일>을 수준급으로 연출해낸 바 있다- 덕택으로 간만에 제대로 만끽하는 스티븐 킹 원작 영화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