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년(戊子年) 극장가의 첫 번째 차림표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내년 1월31일과 2월5일에 개봉을 확정한 영화들은 설 연휴 동안 극장가의 아랫목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CJ엔터테인먼트는 황정민, 전지현 주연의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를 개봉하며, 쇼박스는 신현준, 허준호 주연의 <마지막 선물>을,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이연걸과 유덕화가 손잡은 무협영화 <명장>을 내세운다. 기존 주요 배급사들 외에 2008년 설 연휴는 신규 배급사들까지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라 스크린 확보를 위한 물밑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SKT는 박용우, 이보영 주연의 경성시대물 <원스 어폰 어 타임>을 개봉하면서 배급사업의 신호탄을 알릴 계획. 올해 <용의주도 미스신>으로 배급사업을 시작한 싸이더스는 류승범의 <라듸오 데이즈>를 역시 1월31일에 개봉할 예정이다. 설 이틀 전인 2월5일에는 스튜디오2.0이 김하늘, 윤계상이 주연한 <6년째 연애중>을, 프라임엔터테인먼트가 신하균 주연의 <더 게임>을 개봉한다.
있는 듯 없는 듯 했던 올해 추석 극장가 상황을 예로 들며 더이상 “명절 특수는 더이상 없을 것”이라는 단언도 있지만, 영화계 대부분의 분위기는 아직까지는 대목의 힘을 믿는 눈치다. 똑같이 경성시대를 배경으로 한 <원스 어폰 어 타임>과 <라듸오 데이즈>가 같은 날 개봉일을 잡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SKT영화사업본부 최규환 배급팀장은 “경쟁을 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좋은 날짜를 맞추려고 하다보니 이렇게 된 것 뿐”이라고 말했으며, 싸이더스의 최문희 배급팀장 또한 “아무래도 시대극이라 예산이 크다보니 설날 같은 큰 시장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며 “하지만 막상 공개하면 두 영화의 색깔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의 이상무 부장은 “연휴도 길지만, 배급사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경쟁이 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휴 덕에 극장으로 관객이 몰리는 만큼 설날영화 모두 어느 정도 손해를 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오히려 한편의 영화가 독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예매사이트 맥스무비의 김형호 실장은 “연휴가 긴 명절이기 때문에 관객 사이의 입소문이 차단되게 마련”이라며 “1월 마지막 주 박스오피스 1위를 한 영화에 설날 관객이 몰릴 것”이라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