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0일에 있었던 시나리오작가조합의 집회. 샌드라 오(가운데) 등 익숙한 얼굴이 눈에 뛴다.
이미 촬영을 시작한 영화들은 가슴을 쓸어내릴지도 모르겠다. 미국작가조합(WGA)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할리우드에 비상이 걸렸다. 11월19일자 <버라이어티>는 조니 뎁 주연의 <샨타람>과 <게이샤의 추억>을 만든 롭 마셜 감독의 신작 <나인>도 무기 제작 연기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다빈치 코드>의 속편이자 첫 번째 제작 연기 영화였던 톰 행크스 주연의 <천사와 악마>와 올리버 스톤의 신작 <핑크빌>은 그보다 앞서 제작 연기 소식을 전한 영화들이다. <샨타람>은 내년 2월부터 인도에서 크랭크인할 예정이었지만 이번 사태로 시나리오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라, 연말부터 인도에 머물며 영화를 준비하고자 했던 조니 뎁은 뜻하지 않은 휴가를 보내고 있다. 미라 네어 감독의 신작인 <샨타람>은 마약중독자가 인도 빈민가에서 의사로 변신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이미 캐서린 제타 존스와 페넬로페 크루즈가 캐스팅된 <나인>도 같은 이유로 연기됐다. <나인>은 롭 마셜이 페데리코 펠리니의 <8과 1/2>에서 모티브를 따온 뮤지컬영화로 하비에르 바르뎀이 ‘귀도’ 역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한편, <나인>의 캐서린 제타 존스, <핑크빌>의 브루스 윌리스 등은 다른 영화에 먼저 출연하는 것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장기파업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던 작가들의 처우 개선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그동안 작가들은 영화, 드라마의 DVD와 온라인 판권 이익에 철저히 배제돼왔다. 책을 쓰는 작가는 책 한권이 팔릴 때마다, 작곡가는 공연 한번마다 저작권료를 받지만 이들 드라마와 영화 작가들은 자신이 쓴 작품이 오랜 기간에 걸쳐 TV에서 재방송되어 제작사가 막대한 부를 챙겨도 전혀 부가수익을 보장받지 못했다. 여건도 열악해서 작가조합의 절반에 이르는 작가들이 현재 장기 실직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가조합은 현재 개당 20달러에 이르는 DVD 판매에서 얻는 작가들의 수익을 4센트에서 8센트로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는 아이포드 등 새로운 매체들이 속속 생겨나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이권을 합리적으로 보장받기 위한 것이다.
이번 파업에 대해 <다빈치 코드>의 작가인 아키바 골드만은 <천사와 악마>의 시나리오 탈고를 멈춘 채 “제작자들은 작가들의 요구에 응해야 한다”며 동맹 파업을 벌이고 있고, 인기 TV시리즈 <프리즌 브레이크>의 주연배우 웬트워스 밀러 역시 “그들은 작품을 함께하는 형제”라며 공개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로빈 윌리엄스와 팀 로빈스 등도 지지를 선언하고 나섰으며, 조지 클루니도 이번 파업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업계 노동자들을 위해 약 2만5천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