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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영화가 춤추는 가을, 제8회 메가박스유럽영화제
박혜명 2007-10-16

10월17일부터 21일까지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제8회 메가박스유럽영화제가 10월17일(수)부터 21일(일)까지 닷새 동안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다. 베를린, 칸, 베니스 등 세계 3대 영화제 화제작들을 중심으로 그해 주목할 만한 유럽영화들을 선별해 소개하는 메가박스유럽영화제는 그 주요 라인업이 종종 10월 부산국제영화제와도 겹쳐서 부산을 놓친 관객에게는 일종의 ‘패자부활전’이 되어주기도 하는 행사다. 올해 행사에서는 총 28편의 상영작이 6개 섹션을 통해 선보일 예정. 섹션은 거장과 신성, 멜로와 코미디, 드라마와 심야상영 부문으로 크게 나뉘어 있다.

개막작 <포미니츠>

개막작 <포미니츠>(2006)는 독일의 한 교도소에서 60년 동안 피아노 레슨을 해왔던 실존여성 거트루드 크루거의 삶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주인공 크루거는 그곳에 살인죄로 수감된 10대 소녀 제니에게 천부적인 재능이 있음을 알고 그녀를 콩쿠르에 보내고자 한다. 제니에겐 불신과 분노가 가득하고, 크루거는 젊은 날에 연인을 잃은 상처가 있다. 슈만의 피아노 소나타 선율과 함께 두 사람의 관계는 힘겹게 신뢰의 진도가 나아간다. 완전한 구원은 없되, 찰나의 충만함이 찾아온다. 이 영화로 2007년 독일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감독 크리스 크라우스는, 암으로 죽어가는 청년과 그를 20년간 버려두고 약물중독자가 된 엄마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 <섀터드 글라스>(2002)로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받은 바 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때 체코 거장 이리 멘젤의 신작을 놓친 관객이라면 ‘마스터스 초이스’를 눈여겨볼 것. 1930년대를 배경으로 백만장자의 꿈을 품은 시골 청년의 인생 흥망성쇠를 그린 <나는 영국 왕을 섬겼다>(2006)는 리듬감 넘치는 스토리텔링의 힘을 바탕으로 이리 멘젤 특유의 해학과 휴머니즘, 삶을 대하는 여유와 통찰력을 매우 감각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즐거운 작품이다. 삶의 상처를 들여다보는 냉철한 시선과 그것의 치유에 대한 차분한 희망이 공존하는 드라마를 원한다면 다큐멘터리스트 출신인 보스니아 여성감독 야스밀라 이바니치의 <그르바비차>(2006)를 보길 권한다. 이 영화는 발칸전쟁 때 강간으로 인해 사생아를 낳게 된 여자와 그녀의 10대 딸이 주인공. 포성이 멈춘 고요한 땅에서 전쟁의 상처를 힘겹게 극복해가는 현실을 치밀하고 정의롭게 주제화했다. 두 모녀가 마주보며 손을 흔드는 마지막 장면은 감독이 가진 삶에 대한 신중한 신뢰를 느끼게 한다.

유쾌한 로맨틱코미디를 좋아한다면 프랑스영화 <결혼하고도 싱글로 남는 법>(2006)이 제격일 듯. 남자는 가족들 등쌀에 못 이길 지경이고, 여자는 아이를 입양하고 싶다. 싱글로서의 삶에 아무 불만없는 두 남녀가 각자 필요에 의해 계약결혼을 한다는 데서 출발하는 이 영화는 지난해 프랑스 자국영화 흥행 1위에 오른 ‘공인된’ 대중영화다. 만국공통어인 ‘유머’와 장르 법칙에 순종하는 기분 좋은 해피엔딩이 있다. ‘프렌치 시크’ 스타일의 대명사로 불리는 샬롯 갱스부르의 팬들에게도 호소력이 클 듯. 스페인 배우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두 번째 연출작인 모국어 영화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2006)는 1970년대의 뜨거운 여름을 배경으로 한 청춘영화. 시인이 되고 싶은 주인공은 발레리나를 꿈꾸는 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이소룡에 심취해 있던 젊은이는 엄마를 찾아 런던으로 떠난다. 열정과 불안을 한몸에 끌어안고 자폭하듯 삶에 뛰어들 수 있는 청춘. 그것의 묘사 방식이 지나치게 나르시시스트적이라는 인상을 남기는 이 작품은 스페인 작가 안토니오 솔레르의 소설 <잉글리시 로드>를 원작으로 삼고 있다.

이외에도 제이미 벨 주연의 독특한 성장영화 <할람 포>, 영국 뉴웨이브의 전설 ‘조이 디비전’의 프론트맨 이언 커티스를 다룬 <컨트롤>, 세개의 러브스토리를 엮는 뛰어난 플롯으로 올해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이스라엘 여성감독 2인의 공동연출작 <젤리피쉬>, 브라질 여성감독의 완성도 높은 성장영화 <무툼> 등을 올해 부산에서 놓친 사람들도 이번에 다시 기회를 노려볼 만하다. 10월19~20일 이틀간 자정에 상영되는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섹션에서는 독일 에로틱드라마 <아모르 포>와 프랑스 호러 <인사이드>, 한 남자의 잃어버린 기억을 다룬 또 다른 프랑스영화 <로스트 맨>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제8회 메가박스 유럽영화제는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 3개관에서 열린다. 상영시간표와 티켓 구매를 비롯한 기타 자세한 정보는 를 참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