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2007년 400편이 넘는 장편영화를 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숫자는 단지 정부 영화부처에서 상영인가를 받은 영화들, 즉 극장 배급을 목적으로 한 합법적 영화들만을 센 것이다. 텔레비전용 영화와 HD영화, 무인가 영화들까지 포함한다면 제작편수는 적어도 1.5배는 더 많아질 것이다.
2001년 중국은 단지 71편의 인가 영화를 제작했다. 펑샤오강의 <거장의 장례식>, 장위안의 <사랑해>, 황지엔신의 <엄마는 갱년기>, 장양의 <지난날> 같은 인정받는 감독들이 만든 손꼽히는 영화들이 이때 나왔다.
낮은 제작수준에도 불구하고 이해는 새로운 세대의 흥미로운 감독들이 나온 주목할 만한 해였다. 카오바오핑의 <절대적 감정>, 리지시안의 <왕수선의 여름>, 루추안의 <사라진 총>, 멩치의 <눈오는 날>, 텡후아타오의 <100>, 장이바이의 <스프링 서브웨이> 등의 데뷔작이 나왔다. 2001년에 촬영을 마쳤지만 2002년에야 상영인가가 난 작품으로는 천다밍의 <맨홀>, 마리웬의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이의 죽음>, 주징레이의 <아버지와 나> 같은 작품들이 있다.
지난 몇년간 6배로 성장한 영화산업은 외국 감독들과 새로운 재능있는 신인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어권 영화는 외국인 감독들은 우선적으로 홍콩과 대만에서 수급한다. 2001년 대만의 추옌핑과 홍콩의 서극, 마초성, 종주가 등이 공식적인 공동제작물의 감독이 되기도 했다.
중국과의 공식적인 공동제작 수가 지난 6년 동안 붐을 이루었을지 몰라도, 이런 성장의 대부분은 국내에서 성장한 인재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심지어 다작을 하는 홍콩 영화감독들도 400여편의 영화에 자신의 자취을 남기긴 힘들다. 그리고 보수적인 홍콩 영화업계는 “수출할 수 있는” 새로운 세대의 감독들을 그동안 키우지 않았다. 베이징과 상하이에 계속해서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지난 2년간 만들어진 중국영화의 작은 일부밖에 보지 못했다. 한 나라 영화의 10% 이하만이 극장개봉을 하면 우회로를 통해 DVD를 받아보는 것에 의존하게 된다. 그런 식으로 하다보니 영화가 완성되고 나서 1년 이상이 지난 뒤에야 새로운 영화를 보게 되는 일이 허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6∼2007년 동안 주목할 만한 데뷔작들을 충분히 보았고, 이때가 2001∼2002년 이후 중국의 새로운 감독들의 가장 생기 넘치는 시기라고 믿을 수 있게 됐다. 장우신의 <애정적 치아>, 후야오치의 <텅 빈 도시>, 왕웨이의 <타푸> 등 최근의 영화들이 필자를 자극시켰다. 그외 충실한 데뷔작으로는 장멩의 <운 좋은 개>, 레온양의 <콜드 프레임>, 인리촨의 <공원>이 있다.
그러나 이 시기 제작자들도 2001∼2002 세대에 투자했고, 그들 중 여러 명은 5년 동안 광야를 헤매다가 두 번째 영화를 만들 기회를 갖게 됐다. 카오바오핑은 생동감 넘치는 블랙코미디 <트러블메이커>를, 천다밍은 앙상블드라마 <계건부녕>을, 그리고 장이바이는 거의 연속으로 두편을 찍었다.
그동안의 불모지 같은 시기가 다시 반복되지는 않을 듯하다. 카오바오핑은 주목받고 있는 로맨틱코미디 <사랑과 죽음의 등식>을 찍고 있고, 천다밍은 잘 알려지지 않은 홍콩의 고전 한편을 흥미롭게 리메이크하고 있으며, <공원>의 인리촨은 이미 <애정적 치아>의 재능 넘치는 주연 여배우를 기용해 두 번째 장편을 찍고 있다.
지난 10년간 한국영화를 무시한 영화제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질 수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10년 동안은 본토 중국영화에 대해서도 그렇게 될 것이라는 신호들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