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마르티네즈 감독의 데뷔작 <100>은 시한부 암 환자의 마지막 시기를 다룬 영화다. 이렇게 말하고 나면 무겁고 침울한 영화를 떠올리게 될 테지만 이 영화는 죽음을 다룬 영화들의 지배적인 톤에서 벗어나 있다. 다소 모호한 제목인 <100>을 ‘죽기 전에 해야 할 100가지 일들’로 풀어쓰면 이 영화의 많은 부분이 짐작될 것이다. 말하자면 필리핀판 <버켓 리스트>인 셈이다.
영화는 금융회사에 다니던 싱글 여피족 조이스가 100개의 포스트잇에 써넣은 ‘할 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충실히 재현한다. 그 ‘일’들은 ‘엄마에게 말하기’처럼 어려운 숙제부터 ‘폭음, 폭식’처럼 그다지 권장되지 않는 일과 ‘낯선 남자에게 프렌치 키스를 퍼붓고 도망가기’같은 특별 이벤트까지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펼쳐낸다. 죽음의 문턱에 선 이에게 망설임 따윈 있을 리 없다. 이처럼 시한부 삶의 마지막 ‘실천’들을 통해서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에게 삶의 기쁨을 환기시키는 이 영화는 매순간 우리를 부추긴다. ‘삶을 만끽하라’. 감독의 그 전언이 공감을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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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금융회사에 다니던 싱글 여피족 조이스가 100개의 포스트잇에 써넣은 ‘할 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충실히 재현한다. 그 ‘일’들은 ‘엄마에게 말하기’처럼 어려운 숙제부터 ‘폭음, 폭식’처럼 그다지 권장되지 않는 일과 ‘낯선 남자에게 프렌치 키스를 퍼붓고 도망가기’같은 특별 이벤트까지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펼쳐낸다. 죽음의 문턱에 선 이에게 망설임 따윈 있을 리 없다. 이처럼 시한부 삶의 마지막 ‘실천’들을 통해서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에게 삶의 기쁨을 환기시키는 이 영화는 매순간 우리를 부추긴다. ‘삶을 만끽하라’. 감독의 그 전언이 공감을 불러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