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작 중의 흉작.” 한국영화가 위기 일로에 서 있음이 수치로 드러났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올해 상반기 결산 자료에 따르면, 상영작 증가에도 불구하고 외려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은 41.7%로 하락했다. 2001년 이후 최저치다. 상반기 한국영화 관객 수(서울, 상영작 기준)는 939만114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379만8532명에 비해 30% 이상 감소했을 정도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반면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를 비롯해 <스파이더맨 3> <300> <슈렉3> 등 할리우드산 외화들은 흥행 상위권을 싹쓸이했다. 한국영화는 <미녀는 괴로워>만이 흥행 5위 안에 이름을 올려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다.
영진위쪽은 “지난해 이월작인 <미녀는 괴로워>를 빼면 시장점유율이 30%대로 떨어진다”며 “할리우드영화의 강세는 7월에 개봉한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다이하드4.0>에 이어 8월 개봉예정인 <본 얼티메이텀>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최근 몇년 동안 한국영화를 밑천으로 배급시장에서 선두권을 형성했던 메이저 투자·배급사들의 2007년 상반기 성적표 또한 기대 이하다. 22.5편을 배급한 CJ는 <슈렉3> <트랜스포머> 등의 외화를 앞세워 수위를 고수했으나 2006년에 2, 3위를 차지했던 시네마서비스와 쇼박스는 소니, 워너 등의 할리우드 직배사에 자리를 내줬다.
한국 영화산업에 빨간 불이 켜졌음은 저조한 수출 현황으로도 알 수 있다. 45개국에 148편의 한국영화가 수출됐지만, 총계약금은 748만5411달러에 그쳤다. 2005년부터 매년 60% 이상의 감소폭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영진위는 지역별 수출액을 분석한 결과 “미국과 일본에서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으나” 대부분의 지역에서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인 것을 감안하면 “단지 일본 등에서의 한류 거품이 꺼진 결과라고만 볼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안팎으로 적신호 경고를 받은 한국영화가 하반기에 <화려한 휴가> <디 워> 등을 기점으로 숨통을 틔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