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차승재
싸이더스FNH 공동대표·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
차승재 대표가 지난해에 이어 파워 넘버원을 굳힌 것은 다소 의외다. 싸이더스FNH 대표로서 그의 성적은 좋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개봉한 싸이더스FNH의 영화 12편 중 뚜렷한 수익을 올린 영화는 <타짜>와 <달콤, 살벌한 연인>뿐이었고, <비열한 거리>와 <각설탕>만이 손익분기점을 약간 넘겼다. 그럼에도 그가 대기업들의 짱짱한 위세를 꺾고 1위를 수성할 수 있었던 데는 지난 2월 한국영화제작가협회(제협) 회장으로 선출됐다는 점이 가장 큰 힘을 불어넣었다. 제협 회장으로서 그의 힘은 이미 발휘되고 있다. 그는 4월18일 영화노조와 임·단협을 타결시켰고, 한국 영화계의 위기를 맞아 제작비 절감과 시스템 합리화라는 깃발을 치켜들고 있다. 결국 그의 1위 자리 고수는 “충무로 현안에 대한 가장 폭넓은 경험자이자 조정자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과 “한국영화의 위기를 헤쳐나갈 난파선의 선장 격으로 향후 산업 재편에서 영향력이 클”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전문기업 싸이더스를 출범시킨 바 있고, 영화산업의 주식시장 진입을 주도했던 그의 경험은 충무로의 산업적 도약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높다. 특히 거대기업 KT를 영화계로 끌어들였으며, “KT라는 대형 자본집단의 콘텐츠 투자 자문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의 산업적 잠재력은 여전히 높게 평가된다. 물론, 그에게도 약점은 있다. 싸이더스FNH의 궁극적인 지향점인 배급사업에 여전히 발을 들여놓지 못하는데다 주변의 핵심 인물들이 자꾸 떨어져나가고 있다는 점은 그의 승승장구를 속단할 수 없게 하는 요소들이다.
2위, 김주성/ CJ엔터테인먼트 대표 김주성 대표의 2위 부상은 다양한 해석을 낳게 한다. 우선 올해 상반기 CJ의 성적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그는 <그놈 목소리>와 <1번가의 기적> 등으로 올해 시즌 초반을 ‘퀄리티 스타트’해 <중천>으로 추락한 위상을 다시 세우는 중이다. 할리우드 스튜디오 파라마운트의 라인업을 확보했다는 점 또한 그의 파워를 배가시킨 것으로 보인다. <트랜스포머> <슈렉3> 등은 올 여름시장의 주도주가 될 것이 확실시된다. 또 중국이나 미국 등 CJ가 그동안 공을 들여온 투자, 합작 등 해외사업, 독립영화에 대한 지속적 지원도 올해에는 어느 정도 결실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자의에 의해서건, 타의에 의해서건, 그가 만약 취임 초기 펼쳐놓았던 장기적인 플랜 대신 눈앞의 성과주의에 매달리게 된다면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잃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를 일이다.
3위. 강우석 지난해 말 ‘백의종군 선언’을 깨고 시네마서비스로 돌아올 때만 해도 강우석 감독의 파워 1위 복귀는 머지않아 보였다. 시네마서비스의 슬림다운, 500억원 규모의 강우석 펀드 구성, KnJ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아들> <모던보이> <신기전> 등 화제작 제작, 아이필름과의 제휴 등 야심찬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돈이었다. 강우석 펀드가 주춤하면서 그의 순위는 3위로 내려가고 말았다. 2007년은 그에게 분수령이 될 수밖에 없다. <아들> <황진이> <밀양> <싸움> <뜨거운 것이 좋아> 등 시네마서비스의 화려한 라인업으로 그는 다시 영화판을 흔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 영화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한다면 그와 시네마서비스의 운명은 밝다고 볼 수 없다. 자칫 마지막 베팅이 될 수도 있다. 올해 안에 시작될 그의 새 연출작 또한 관심을 모은다.
4위. 김우택/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대표 <괴물>의 흥행기록 수립과 <미녀는 괴로워>의 깜짝 성공 등으로 기분 좋게 출발한 쇼박스의 2007년은 현재까지 영 신통치 않다. 기대작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이 기대 이하의 성과를 냈고, <허브> <마강호텔> <쏜다> 또한 좋지 않은 흥행 결과를 기록한 탓이다. 거기에 뒤숭숭한 소문마저 나돌았다. 하지만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오우삼 감독의 <적벽>에 투자하는 등 미래에 대한 준비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 할리우드 이십세기 폭스와의 협상 사실이 미리 공개됐다면 그의 순위는 바뀌었을지 모를 일이다. 특히 대기업의 오너가 아닌 ‘고용 사장’이면서도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면서 사업의 지속성과 파트너들과의 안정적 협업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은 그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충무로는 아직 <디 워>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5위. 봉준호/ 감독 말 그대로 한국 영화계의 괴물이다. 봉준호 감독은 지금까지 작품마다 하나 이상의 수식어를 덧붙여왔다. <플란다스의 개>로 재기발랄한 재능을 입증했고, <살인의 추억>으로 뛰어난 연출력과 흥행성을 인정받은 그는 <괴물>을 통해 세계적인 감독으로 추대됐다. 하지만 2년 연속 17위에서 머무른 그가 단번에 5위로 뛰어오른 이유는 단지 영화의 흥행 때문이 아니다. 영화인들은 흥행성뿐만 아니라 작품성을 겸비한 영화 교과서적인 감독인 면에 더 큰 점수를 주었다. “작가주의와 상업주의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솜씨”를 비롯해 “가장 한국적인 인물과 정서, 유머를 집약하는 능력”을 가진 그는 이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한국영화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1300만 관객을 동원한 <괴물>은 중국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한 것에 이어 제1회 아시안필름어워드에서 작품상을 받았고, 현재 미국 박스오피스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중. 오는 8월, 미셸 공드리, 레오스 카락스 감독과 함께 도쿄를 주제로 옴니버스영화를 연출할 봉준호 감독은 올 연말 <마더>(가제)의 촬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괴물> 이후 또 한편의 대작 프로젝트인 <설국열차>는 2010년으로 예정되어 있다.
6위. 정훈탁/ IHQ 대표 정우성, 전지현 등 충무로 최고 배우사단의 수장. 박신양, 이미연 등이 나가고 스타파워가 줄었다고 하지만 순위변동이 크지 않은 것은 배우 개런티의 합리적 조정이 필요한 현 영화계 상황에서 영화인들이 그에게 거는 기대가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는 다국적 프로젝트인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를 통해 전지현의 월드스타 가능성을 점치고 있는 중이다.
7위. 박찬욱/ 감독 지난해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약간 주춤했다. 하지만 <싸이보그지만…> 같은 흥행적인 요소가 적은 영화에 정지훈과 임수정을 동반 캐스팅할 수 있는 영향력도 입증됐다. 칸에 이어 베를린에서 보여준 예술적인 성과 또한 어느덧 그를 세계적인 거장 반열에 올려놨을 정도. 현재 송강호가 출연할 <박쥐>를 준비 중인 그는 제작자로서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에 탑승할 계획이다.
8위. 김광섭/ 롯데시네마·롯데엔터테인먼트 대표 배급사로서는 CJ와 쇼박스에 밀리지만, 극장체인 규모로는 넘버2다. 특히 지방 극장가에서는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2009년 말까지 80개관 630개 스크린을 확보할 계획 또한 순위가 소폭 상승한 데 영향을 끼친 듯. 투자·배급분야에서는 200만 관객을 넘기지 못했을 정도로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인 적이 없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지만, 최근의 공격적인 투자성향은 잠재력을 가늠케 한다.
9위. 송강호/ 배우 그는 관객뿐만 아니라 영화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배우다. 스타파워뿐 아니라 연기력까지 완성 단계에 있다는 평가. <남극일기>의 흥행실패로 지난해 30위권 밖으로 물러났지만 <괴물>의 대박과 이후 행보에 대한 기대로 단숨에 10위권 안으로 올라왔다. 현재 이창동 감독의 <밀양>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연이어 그의 입성을 기다리고 있다.
10위. 이준익/ 감독·씨네월드 대표 “1천만 관객 영화에 진심을 담는 감독.” 2006년 상반기 <왕의 남자>의 흥행에 이어 하반기에는 <라디오 스타>로 호평받았다. 순위에 큰 변동이 없는 것은 “소박한 영화를 만드는 후배감독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롤모델”임과 동시에 제작을 경험한 연출자로서 “감독과 제작자 모두를 반성하게 하는 사람”이기 때문일 듯. 현재 정진영, 김윤석 등이 출연하는 <즐거운 인생>을 촬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