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친구들이 뭉쳤다. 기예르모 델 토로, 알렉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알폰소 쿠아론. 3인의 멕시코 감독이 자국영화를 살리기 위해 두팔을 걷고 나섰다. 이른바 ‘스리 아미고스’(Three Amigos)로 불리는 세 감독은 절친한 친구 사이이자 멕시코 영화계를 대표하는 인물들.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개의 열쇠> <바벨> <칠드런 오브 맨>으로 올해 아카데미 총 1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4개의 오스카를 거머쥐기도 한 이들은 최근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을 만나 자국 영화산업에 대한 지원을 당부했으며, 곧이어 국회의원들과도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지난해 멕시코 자국영화의 박스오피스 점유율은 4.7%. 그나마도 애니메이션 <달걀에 관한 영화> 한편의 선전에 힘입은 바가 크며, 다른 멕시코영화들이 가져간 평균 수익은 50만달러에 불과하다. 델 토로는 “멕시코 정부는 자국영화를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며 “북미무역자유협정(NAFTA)이 체결된 뒤 자유무역 앞에 모든 보호막이 무너지면서 영화도 상품처럼 취급됐고 결국 황폐화됐다”고 말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이어 세 감독이 내세운 것은 배급 시스템 개선. 지난 한해 동안 제작된 65편의 멕시코영화 중 극장을 찾은 것은 28편에 불과하다. 델 토로는 “배급업자들이 이윤을 올리는 데만 열중한 나머지 정작 좋은 영화에 기회를 주지 않는다”며 “칸에 초청된 <바이올린> 같은 영화가 아직까지 개봉을 못했다는 것은 정말 참을 수 없는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또 매년 수백만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멕시코의 방송업계가 영화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세 감독의 목소리는 실제로 멕시코 정부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 듯 보인다. 3월 둘째주부터 발효된 세제 혜택안은 개인과 기업이 세금의 10%까지 영화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마련된 이 법안은 어느새 힘을 발휘해, 미디어 그룹 그루포 살리나스, 거대 소매업체 리버풀 등 다수의 기업들이 자국영화에 투자를 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이냐리투는 “멕시코에 진짜 영화산업이라고 불릴 만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를 만드는 이들은 먹고살기 위해 방송이나 광고 일을 해야만 했다”며 “이번 정책으로 올 한해 20~30편의 영화가 더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고,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앞으로 5년 안에 영화인들은 정말 영화만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