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으로 활동하는 남자 스타들, 현지 배우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2006년 일본 최고의 실사영화 히트작은 해안경비대 액션영화 <우미자루2: 리미트 오브 러브>였다. 일본 밖에서 극장 상영을 한 곳은 싱가포르밖에 없지만, 이 영화는 뻔한 재앙영화일지라도 관객을 사로잡았고, 하이 컨셉의 범아시아 블록버스터였던 <일본침몰>보다는 훨씬 더 재미있는 영화가 됐다. <일본침몰>은 이 영화의 액션영웅으로 여자주인공인 시바사키 고우가 (말 그대로) 하늘에서 확 날아드는 것으로 시작했다면, <우미자루2...>는 고전적으로 잘생긴 31살의 이토 히데아키가 믿음직스러운 남자 액션스타로 등장한다.
2006년 한국영화의 일본 수출은 80% 떨어졌다. 이런 하락이 20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영화 자국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어서는 재기의 타이밍에 일어났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한국영화만 일본에서 벌이가 되는 계약을 성사시키기가 어려운 상황은 아니다. 홍콩의 <이사벨라>(2006년 베를린영화제)와 대만의 <실크>(2006년 칸영화제)를 포함해 유명 영화제에서 선호한 아시아 타국의 영화들도 바이어를 찾는 데 실패했다.
어쩌면 일본에 대한 한국의 수출이 하락세를 이루고 있는 한 가지 이유는 이토 히데아키 같은 스타가 관객이 한국영화에서 찾고 있는 것을 주기 시작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즉, 테스토스테론과 “감성적 지성”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매력적인 남자 영웅 말이다.
일본업계 정보통들은 변함없이 이전에 액션스타였던 75살의 다카쿠라 겐을 유일하게 확실히 히트할 수 있는 스타로 꼽는다. ‘가오 간지엔’으로도 알려진 다카쿠라는 또한 실베스터 스탤론과 함께 1980년대 중국에서 남성성의 화신으로 대단한 인기를 얻기도 했다. 일본은 또한 사나다 히로유키(46살), 와타나베 겐(47살), 야쿠쇼 고지(51살)처럼 매력적인 영웅으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중년 남자 스타들이 있다. 그렇지만 더 젊은 세대 중에는 일본의 배용준은 제쳐두고라도 장동건이나 이병헌, 정우성 같은 스타들은 없다.
그러나 아시아에서 중국 본토의 영화감독들만큼 매력적인 본국의 영웅을 찾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없다. 최근 중국의 모든 블록버스터들은 남자주인공들을 이웃 나라에서 수입해왔다. 첸카이거의 <무극>은 일본과 한국 배우들을 기용했고, 장이모의 <황후花>는 홍콩과 대만의 배우들을 기용했다. 그리고 펑샤오강의 <야연>은 중국에서 유일하게 확실한 스타인 머리가 벗겨져가는 49살의 코미디언 거유를 받쳐주기 위해 홍콩에 기반을 둔 미국계 중국인을 기용했다.
중국에서 극장 흥행의 또 다른 보증수표는 <황후花>에서 순수한 무사 아들 역을 맡은 대만 가수 주걸륜이다. 28살밖에 안 된 주걸륜은 현재 자신을 주연으로 한 첫 번째 장편영화를 연출하고 있다. 영화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와 <와호장룡>의 프로듀서 빌 콩의 투자를 받았다. 대만은 재능있는 젊은 아이돌은 부족함이 없는데, 30살을 넘은 매력적인 스타들이 부족하다. 1990년대에 빈약해졌던 영화산업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을 뒤이은 한국영화의 최대 수출시장은 2006년에 두배로 성장한 타이이다. 타이에서 가장 뜨겁게 떠오르는 스타는 전직 모델 아난다 에버링험이다. 공포영화 히트작 <셔터>로 제일 잘 알려진 이 호주 혼혈인 배우는 국제영화제가 가장 주목하는 타이의 세 감독, 즉 펜엑 라타나루앙, 논지 니미부트르, 에카차이 우에크롱탐의 차기작에서 각각 주연을 맡고 있다. 24살밖에 안 된 에버링험은 아마도 한국에서 수출하는 멋진 남자 배우들에게 만만치 않은 경쟁자가 되어주지 않을까 싶다. 한국 세일즈사들은 미니멈 개런티를 챙길 수 있을 때 챙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