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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시나리오작가들에게 고함
2007-02-01

아리스토텔레스가 들려주는 ‘성공적인 이야기를 쓰는 법’

지금쯤이면 한국 관객이 뭘 원하는지 불가사의할 것도 없을 것이다. 영화가 한두명의 유명한 빅스타를 캐스팅했다고 해서 수많은 관객을 끌어모으지는 못한다. 또한 현란한 CG와 인상 깊은 특수효과 그 자체만으로는 큰 변별점을 얻어내지 못한다. 1992년 대통령 선거 운동 시절, 빌 클린턴은 이젠 유명해진 한마디를 선거운동 조직위원들에게 퍼뜨리면서 유권자들이 정말로 무엇에 신경을 쓰고 있는지에 마음을 쏟도록 했다. “경제가 핵심이란 말이야, 이 둔한 사람아.” 2007년 한국 영화업계에도 이 말은 동일하게 적용될 여지가 많다.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이 둔한 사람아.

물론 한국 관객이 탄탄하면서 마음을 잡아끄는 이야기에 가장 좋은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보기는 쉽다. 반면 실제로 그런 이야기를 앉아서 써내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건 인정한다. 운좋게도 재예를 갖춘 작가들이 수년간 귀띔해준 것들은 전혀 부족하지 않다. 이런 충고는 2006년 어떤 영화들이 성공하고 실패했는지 그 이유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줄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은 이런 면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포괄적인 충고를 던져준다. 예를 들면 비극의 경우, 관객이 자기네가 열등하다 느낄 만한 인물을 적어도 한명 만들라는 것. 인간의 문제를 운이나 신의 간섭으로 풀지 말 것. 또한 극적 갈등은 아버지와 아들, 선생과 학생, 남편과 아내처럼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할 경우 더 흥미롭다는 걸 주장한다. <친구>와 <공동경비구역 JSA>가 아주 성공적인 비극이었던 것은 갈등이 나오기 전에 인물들 사이의 끈끈한 관계를 설득력있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결혼 이야기>와 <마누라 죽이기> 같은 1990년대 초의 성대결 코미디는 지금은 기억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을지라도 그 당시에는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조만간 서로를 죽이고 싶어하는 남편과 아내에 대한 코미디가 한국에 다시 나올 것이고 또다시 성공할 것이다.

위의 예는 이야기의 플롯을 구성하는 방법에 해당하는 몇 가지 예들이지만, 어쩌면 완전히 몰입시켜주는 플롯을 개발해내는 것이 더 어려운 도전일 것이다. 여기서 미국 소설가 존 가드너의 말을 살펴보자. “진정한 서스펜스는 도덕적 딜레마와 선택을 하고 행하는 용기에서 나온다. 헛된 서스펜스는 우연하고 무의미한 사건들이 연달아서 지긋지긋하게 나올 때 생기는 것이다.” 많은 이야기들은 한 인물이 무슨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장면을 포함한다. 그렇지만 관람자로서 우리는 만약 문제가 인물로 하여금 무슨 선택을 하게 할 경우 더 몰입하게 된다. 특히 그 선택이 도덕적 결과를 초래하게 되고 그 해결이 명백하지 않다면 더욱 그렇다. <가족의 탄생>은 모든 인물들이 도덕적 선택을 대면하게 되고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반응하는 영화의 좋은 예이다.

미국 소설가 플라너리 오코너는 또 다른 귀띔을 해준다. “이야기는 늘 인격의 미스터리를 극적인 방식으로 포함한다.” 많은 사람들은 <타짜>가 140분의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쭉 흥미진진함을 유지하며 몰입하게 만든다는 사실에 대해 언급했다. 이것은 끝에 가서 정말 누가 돈을 갖게 되는지에 대해 신경을 써서가 아니라, 인물들이 모두 미스터리에 싸여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겠다. 그들이 다음에 무슨 일을 할지 우린 결코 알 수가 없다. 때때로 인물들도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가 나중에 가서야 깨닫게 되는 것도 있다. 최고의 이야기들은 결국 모든 것을 설명해버리기보다는 끝에 가서도 약간의 미스터리를 유지한다.

마지막으로, 이야기의 클라이맥스를 통과한 뒤에 모든 것들을 마무리하는 최고의 방식은 무엇일까? 소설가 리처드 팩은 “잘된 이야기는 ‘이후에 모두 행복하게 잘살았다’는 식으로 끝맺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직 살아나가야 할 인생이 많이 남아 있다는 느낌을 주는 새로운 시작으로 끝맺는다”고 말한다. 좋은 충고다. 게다가 속편의 여지를 남겨주기도 한다.

번역 조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