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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고] 슈퍼 리모콘 클릭 한방으로 인생 바꿔볼까
황수진(LA 통신원) 2007-01-24

애덤 샌들러 주연의 <클릭> LA 시사기

뼈빠지게 일하지만 파트너로 승진시켜줄 생각은 하지 않고 날마다 요구 사항만 늘어가는 상사(데이비드 핫셀호프). 일로 바쁜 아빠의 관심을 원하는 아이들. 일중독자인 남편에게 늘 불만인 아리따운 아내. 세상에는 신경써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그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현대인을 위해 각종 최신 기능의 플래너, 시간관리법 강의와 관련 도서는 해마다 봇물을 이룬다. <클릭>은 그러한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쫓기는 삶 앞에 이 모든 것들을 클릭 하나로 컨트롤할 수 있는 슈퍼 리모컨이 있다면이라는 아이디어로 시작되었다.

전형적인 미국의 현대 남성인 마이클(애덤 샌들러)은 아직은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한 건축가이자 두 아이와 아내를 둔 가장으로 이 두삶 사이에서 나름대로(?) 균형을 잡느라 허우덕대며 하루하루 살고 있다. 어느 날 집에 아이들의 게임 리모컨을 비롯해 수많은 리모컨들이 널려 있어 TV 하나 간단히 작동하기도 쉽지 않자 마이클은 홧김에 모든 것을 통합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리모컨을 찾아 Bed, Bath & Beyond(가정용품 전문점)를 찾게 된다. 그리고 우연히 발견한 Beyond 섹션에서 그는 모티(크리스토퍼 워큰)라는 기묘한 점원을 만나 모든 기능을 통합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인생을 컨트롤할 수 있는 슈퍼 리모컨을 접하게 된다. 되감기부터 빨리감기, 화면 정지, 화면 색상 및 볼륨 조절, 자막 기능까지 리모컨의 기능이 그대로 마이클의 인생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다 제공해주는 것 같아 보이던 슈퍼 리모컨은 점차 마이클의 인생을 그가 예상하지 않은 방향으로 끌고 나가고 결국 마이클은 자신의 인생의 진짜 컨트롤을 잃어버리게 된다. 애덤 샌들러의 오랜 친구이자 <웨딩 싱어>와 <워터 보이>의 프랭크 코라치가 메가폰을 잡은 <클릭>은 특유의 좌충우돌하는 모습으로 미국인에게 사랑받는 코믹 연기를 펼치는 애덤 샌들러의 여정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아간다는 드라마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다.

이 영화의 재미는 아내의 잔소리를 뮤트시킨다거나 일본인 비즈니스맨들을 상대해야 하는 과정에서 발휘되는 영어자막 기능 등 리모컨의 기능이 적용되는 장면들에서 시작한다. 슈퍼 리모컨으로 마이클의 전 인생을 다루는 만큼 애덤 샌들러와 아리따운 아내 도나를 맡은 케이트 베킨세일 두 사람의 젊은 시절과 나이든 모습, 뚱뚱한 모습, 망가진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랍 왕자 하비부로 분한 롭 슈나이더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보지 못하고 놓칠지도 모른다. 또한 슈퍼 리모컨을 클릭할 때마다 70년대의 과거에서부터 2016년 미래까지 끊임없이 빠르게 변신하는 배경도 주목할 만하다. 감독인 프랭크 코라치와 <웨딩 싱어> <워터보이> <80일간의 세계일주>로 계속 호흡을 맞춘 프로덕션디자이너 페리 블레이크는 마이클의 직업이 건축가이기에 각각 다른 시대의 공간을 디자인할 때 특히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고 전한다. 여러 시대를 창조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이 프로젝트에 매료된 페리 블레이크는 2016년의 미래를 좀더 유기적이며, 부드러운 원형의 느낌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가 디자인한 슈퍼 리모컨도 첨단 기능으로 무장했다거나 미끈하게 쭉 빠졌다기보다는 투박할 정도로 심플하다.

절대적인 시간은 변함이 없겠지만, 새로운 기계들과 그에 익숙해지다 못해 언젠가부터 그에 의존하게 된 우리는 10년 전보다 훨씬 빠르게 돌아가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슈퍼 리모컨에 스스로의 인생을 빼앗긴 마이클의 모습은 우리와 거의 다르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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