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라와 함께 마쓰리~
부드러운 감성의 잔잔한 사랑 이야기가 아닌, 색다른 일본영화를 원한다면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괴수영화 시리즈 중 한편인 <고질라 대 메카고질라>부터 일본 요괴에 대한 총정리가 가능한 <요괴대전쟁>까지. SF와 액션으로 변주된 꿈과 모험의 세계.
리터너 Returner 야마자키 다카시 | 가네시로 다케시, 스즈키 안 | 2002년 | 118분
<올웨이즈: 3초메의 석양>을 연출한 야마자키 다카시 감독의 2002년작. 2084년 우주생물 다그라의 침략으로 인류가 멸종의 위기에 처하자 밀리라는 소녀가 최초의 다그라를 말살하기 위해 2002년 과거로 돌아온다. 밀리는 우연히 미야모토라는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에게 자신의 임무를 도와달라는 요청을 한다. 미야모토는 의뢰인으로부터 돈을 받고 암거래 시장에 잠입해 부정한 돈을 빼돌려주는 리터너다. 그는 어린 시절, 눈앞에서 친구가 암살당한 아픔을 갖고 있어 이를 복수하기 위해 리터너가 됐다. 영화는 이후 밀리와 미야모토가 힘을 합쳐 인류의 멸망을 막는 과정을 보여준다. 특수촬영기술자 출신인 야마자키 다카시 감독의 영상은 많은 컷 수와 빠른 편집으로 리듬감은 있지만, 매끄럽지 못하다. 다만 총의 속도보다 빠른 동작을 가능하게 하는 무기와 평범한 여객기가 외계선으로 변하는 장면 등은 흥미롭다. 홍콩 스타로 더 유명한 금성무가 미야모토를 연기했다.
요괴대전쟁 妖怪大戰爭 미이케 다카시 | 가미기 류노스케, 미야사코 히로유키, 구리야마 지아키 | 2005년 | 124분
일본 전래의 다양한 요괴가 총출동하는 영화.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연출했다. 부모님이 이혼한 뒤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게 된 소년 타다시는 마을 축제에서 기린소시로 지목된다. 기린소시로 뽑히면 오텐구라산의 동굴에 가서 검을 뽑아 세계의 평화를 지켜야 한다는 게 마을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 마침 전국 각지에서는 기괴한 요괴들이 인간을 습격하기 시작하고, 타다시는 요괴들과 힘을 합쳐 악마인간 가토와 싸움을 벌이게 된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작품이라고 하기엔 다소 평범한 영화. 우산 요괴, 창호지 요괴 등 개성있는 요괴들의 모습은 흥미롭지만, 선과 악의 대결로 진행되는 요괴의 세계는 심심하다. 머리가 크고 기름이 줄줄 흐르는 요괴로 나오는 다케나카 나오토를 비롯해, 유명 개그맨 콤비인 나인티 나인티의 오카무라 다카시 등이 카메오로 출연했다.
고질라 대 메카고질라 ゴジラ×メカゴジラ 데즈카 마사아키 | 샤쿠 유미코, 다쿠마 신, 나카오 아키라 | 2002년 | 82분
1954년 이후 현재까지 총 28편이 만들어진 고질라 시리즈의 26번째 작품. 치바현 보소 반도 앞바다에 고질라가 나타나 마을을 파괴한다. 이에 특생자위대가 나서서 대응해보지만, 가장 강력한 무기도 소용이 없다. 정부에서는 1954년 처음으로 고질라가 나타났을 때 보관해 둔 뼈를 기초로 고질라에 대응할 수 있는 메카고질라 기룡을 만든다. 하지만 고질라와 DNA가 유사한 기룡은 막상 전투에 나서면 고질라의 울음 소리에 간섭을 받아 오작동을 일으킨다. 정부의 호출을 받은 일련의 과학자들은 이를 보완해 다시 기룡을 완성시키고, 영화는 고질라와 메카고질라의 대결로 이어진다. 다소 어설픈 부분이 보이지만, 두 마리의 고질라가 직접 부딪치며 싸우는 장면은 괴수영화의 묘미를 즐기기에 모자람이 없다. 다만 파일럿 아카네와 과학자 유하라의 이야기는 완결성이 떨어지며, 유하라의 딸 사라의 등장장면도 전체적인 줄거리와 어울리지 못한다. 1974년에 제작된 동명의 영화에선 메카고질라가 지구를 침략하는 괴수로 그려진다.
크로스파이어 クロスファイア 가네코 슈스케 | 야다 아키코, 이토 히데아키, 하라다 류지, 나가사와 마사미 | 2000년 | 115분
사회가 제구실을 다하지 못할 때, 개인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크로스파이어>와 <방화>를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 <크로스파이어>는 염력으로 방화를 할 수 있는 여성 준코가 사회적 악과 벌이는 분투기다. 준코가 짝사랑하는 직장 동료 타다의 여동생이 어느 날 여고생을 노린 연쇄살인사건에 희생된다. 하지만 범죄자들은 미성년자로 법적 처벌이 불가능한 상태. 이에 준코는 자신의 능력을 살려 복수를 하기로 다짐한다. 사회적 법과 제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일본의 현실이 반영되어 있다. 괴수영화 <가메라> 시리즈로 유명한 가네코 슈스케 감독은 특수촬영기술을 활용하여 일본의 평범한 동네에서 벌어지는 현실의 부조화를 스펙터클한 영상으로 담아낸다. 준코와 사회적 범죄라는 대결의 축이 지극히 단순하긴 하지만,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한 작품. 드라마 <라스트 크리스마스>의 유키, 야다 아키코가 준코를 연기했다.
일본 청춘 스타를 소개합니다일본영화제 상영작으로 보는 일본의 젊은 배우
사와지리 에리카, 미야자키 아오이, 아사노 다다노부, 쓰마부키 사토시 등. 이번 영화제 상영작에는 이미 국내관객에게 익숙한 배우들의 모습도 있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새로운 배우도 눈에 띈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나가사와 마사미, <금발의 초원>의 이세야 유스케, <전차남>의 야마다 다카유키 등. 국내관객에겐 아직 친숙하지 않지만, 일본에선 주목받고 있는 청춘 배우들. 일본영화제 상영작을 통해 미리 만나보자.
현재 일본에서 가장 인기있는 여배우를 고르자면 단연 나가사와 마사미일 것이다. 얼마 전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 <러프>를 비롯해, 쓰마부키 사토시와 함께 출연한 영화 <눈물이 주룩주룩>, <NHK> 대하드라마 <고우묘가쓰지>, 현재 <TBS>에서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세일러복과 기관총>까지 올 한해에만 출연한 작품이 모두 네편에 이른다. 이번 일본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출연작도 <터치> <로보콘> <크로스파이어> 등 모두 3편. 12살 때, 일종의 여배우 등용문인 ‘도호 신데렐라 선발대회’를 통해 연예계에 데뷔한 나가사와 마사미는 일본에서 청순하지만 발랄하고 건강한 소녀의 이미지로 인기를 얻고 있다. 영화제 상영작 중 추천작을 고르자면 <터치>보다는 <로보콘>. 로봇 게임에 몰두하는 모습이 신인배우답지 않은 진지함까지 보여준다. 국내에선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아키가 가장 유명하다.
개막작인 <편지>의 야마다 다카유키도 일본영화와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꽤 익숙한 배우다. 밝고 귀여운 느낌보다는 진지하고 남성적인 역할을 주로 연기하고 있다. 영화제 개막작인 <편지>에서도 세상의 차별과 홀로 싸우는 다소 어두운 인물을 연기했다. 아직 영화보다는 TV드라마에 더 많이 출연하고 있다. 얼마 전 방영을 마친 <TBS> 드라마 <태양의 노래>에선 사와지리 에리카와 함께 출연했으며, 국내에서는 <런치의 여왕>의 종업원, <워터보이즈> TV드라마의 주인공, <전차남>의 오타쿠 역할로 많이 알려졌다. 안정적인 연기력에 비해 잦은 스캔들과 복잡한 사생활에 대한 소문이 끊이지 않는 배우. 영화 <워터보이즈>에서 기억할 만한 또 한명의 배우는 다마키 히로시다. 폐막작인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에서 미야자키 아오이의 상대역으로 출연하는 다마키는 <워터보이즈>에서 폭탄머리에 불이 붙은 채 수영장으로 뛰어들던 소년. 2002년에 방영된 ‘포카리스웨트’ CM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로커로 변신한 영화 <로커스>와 아오이 유와 함께 출연한 <변신> 등 코믹한 연기부터 어두운 역할까지 다양하게 소화하고 있다. 현재는 <후지TV>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치아키 선배로, 우에노 주리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무엇보다 큰 키와 시원시원한 외모가 돋보이는 배우. 올해 초, 일본의 대형 음반회사 AVEX로 이적, 가수로도 본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포카리스웨트’ CM으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는 한명 더 있다. <리터너>에서 미래 소녀 밀리를 연기한 스즈키 안. 큰 눈망울이 인상적인 스즈키는 초등학교 때 광고 모델로 데뷔한 배우다. 국내에선 <하나와 앨리스>의 엉뚱한 소녀 하나로 알려졌다. 안방극장의 아역배우로 시작해 지금은 영화에도 많이 출연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에이타와 함께 출연한 영화 <공중정원>과 일본의 아이돌 스타 야마시타 도모히사, 니노미야 가즈나리의 절친한 친구로 등장한 드라마 <스탠드업> 등이 있다.
<눈에게 바라는 것>에서 실패한 기업가로 등장하는 이세야 유스케는 얼마 전 한국에서도 개봉한 이누도 잇신 감독의 영화 <금발의 초원>의 닛포리 노인이다. 이세야는 미술을 전공한 뒤 모델로 데뷔했고, 뉴욕에서 영화를 공부한 뒤에는 2003년, <가쿠토>라는 영화를 직접 연출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고레에다 히로가즈 감독이 제작에 참여했는데 고레에다 감독과 이세야의 인연은 좀더 깊다. 고레에다 감독의 1998년작 <원더풀 라이프>가 이세야의 첫 영화 출연작. 이후 이세야 유스케는 <디스턴스>에서 옴진리교 사건의 가해자 중 한명인 의대생의 동생으로 출연했다. 최근 작품으로는 아오이 유우, 가세 료 등과 함께 연기한 <허니와 클로버>,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된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 등이 있다. 머리모양과 역할에 따라 부드러움부터 강함까지, 느낌의 폭이 넓은 배우다. 이 밖에도 <로보콘>에서 로봇부 멤버 중 한명으로 등장하는 쓰카모토 다카시는 <배틀 로얄>에서 매서운 눈매를 선보였던 미무라다. 최근에는 영화 <눈물이 주룩주룩> <기사라즈 개츠아이> <태양의 노래> 등에 출연하며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TV드라마 <맨해튼 러브스토리>와 현재 방영 중인 <철판소녀 아카네>의 코믹하고 귀여운 역할도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