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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한국영화, 리메이크 아닌 재촬영을 제안한다

별도의 두 캐스트 촬영으로 두 편 영화 제작시, 판권 수익보다 높은 부가가치 획득 가능

지난 5년간 할리우드는 한국영화 리메이크 판권을 사들이면서 리메이크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지만 요즘 들어서 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한 듯하다. 한국영화의 첫 번째 리메이크작인 <레이크 하우스>가 개봉돼서 북미에서 그냥 괜찮은 정도인 5600만달러를 벌어들였고 다른 영화들도 곧 나올 태세다. <엽기적인 그녀>에 엘리샤 쿠스버트가 출연하기로 했으며, 11월 초 뉴욕에서 촬영에 들어갈 것이다. <중독>의 리메이크작에는 사라 미셸 켈러가 캐스팅됐으며, 역시 이번달에 촬영에 들어갈 것이며, <거울속으로>는 감독이 정해졌으며 2007년 1월경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장화, 홍련>을 비롯한 몇편의 다른 프로젝트들도 제작단계에 이르고 있다.

<시월애>

<레이크 하우스>

그렇지만 ‘한국에서 누가 이런 것에 신경을 써야 하나?’라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현승 감독의 <시월애>에는 연기 매너리즘과 소소한 유머들에서부터 멜로드라마가 다뤄지는 방식까지, 한국적인 독특함이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레이크 하우스>를 보면 그런 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또 하나의 할리우드영화일 뿐이다. 또 미국에서 <레이크 하우스>가 개봉된 뒤에 원작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일지도 않았다. 얼마간의 돈을 받았던 싸이더스는 별개로 하더라도, 할리우드가 한국영화를 리메이크할 때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 무엇을 얻고 잃게 될지는 불투명하다.

필자가 아는 한국영화에 깊은 애정을 가진 이들 중에는 한국영화를 개봉하기보다는 리메이크하는 데 열올리는 할리우드 스튜디오를 보고 분개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할리우드에 리메이크 판권을 파는 행위는 몇 뭉치의 현찰을 받는 대신 해외에 한국영화를 보급하는 목적을 포기하는 이상의 타협인 것이다. 본인은 그렇게까지 비약할진 잘 모르겠지만, 미국시장에서의 한국영화 전망에 대해 좀더 현실적인 관점으로 본다면, 동료인 김규현씨가 제안했던 다른 아이디어를 내고 싶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다. 실제로 신상옥 같은 감독들이 1960년대에 종종 했던 방법이다. 1966년 한·홍 합작영화인 <대폭군>을 찍을 때, 신 감독은 두개의 별도의 캐스트를 데리고 찍었다. 한쪽은 한국어를 구사하고, 나머지 한쪽은 중국어를 구사했다. 먼저 한 장면을 한국 배우를 데리고 찍고, 그 다음에 똑같은 방식으로 중국 배우를 데리고 재촬영됐다. 촬영이 완료될 때면 각각의 시장에 맞는 두편의 영화가 나왔다. 오늘날 이런 작업을 영어를 구사하는 배우와 하려면 많이 어려울까? 현장에서 소비되는 상당 시간은 실제 촬영에서가 아니라 각각의 장면을 준비하는 데 들어가는 만큼 시간이 그렇게까지 많이 추가 소요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영화를 찍으면 경비는 더 들겠지만, 두 영화가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는 잠재력은 하나의 한국어영화를 찍었을 때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이런 영화를 공동제작할 할리우드 영화사를 찾는 것도 아마 쉬울 것이다). 한국적 배경이 중요한 영화에는 영어를 하는 한국계 미국인 배우를 캐스팅할 수도 있다. 배경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공포나 SF영화에서는 배경에 상관없이 배우를 캐스팅할 수 있을 것이다. 대사 코칭 감독이 대사전달을 돕기 위해 미국에서 초빙될 수도 있다.

<장화, 홍련>을 이런 식으로 찍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영어권 배우가 한국쪽 캐스트의 훌륭한 수준에 미치지는 못했을지라도 이와 같이 스타일 좋고 잘 구성된 영화를 라이온스 게이트나 뉴마켓 같은 배급사를 통해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5천만에서 1억달러 정도를 버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런 영화는 한국적 미학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김지운 감독에게 국제적 노출을 많이 해줄 수 있었을 것이다. 대신 미국 관객은 첫 장편을 내는 영국 출신의 두 형제가 연출한 <장화, 홍련>의 리메이크작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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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조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