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베니스영화제엔 아시아영화와 관련한 여러 가지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아시아 애호가인 베니스 집행위원장 마르코 뮐러는 아시아영화가 더 많이 포함(2005년보다 50% 증가)됐음에도 질은 오히려 떨어진 것에 대해 비판받았다. 이탈리아 언론들은 ‘정말 이게 아시아가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칸엔 못 들어갔는데 그 뒤로 재편집된 지아장커의 <스틸 라이프>가 깜짝 상영된 것을 포함하면 경쟁부문과 경쟁 외 부문에 모두 6편의 중국어권 영화, 4편의 일본영화, 한편의 한국영화, 그리고 한편의 타이영화가 들어가 있었다. 중국어권 영화 중 두기봉 감독의 <방축>은 관객과 편견이 없는 비평가들에게 최고의 영화로 평가받았다. 크고 화려한 중국 본토영화 <야연>은 영화의 미술에 너무 압도되어 실패로 돌아갔고, 차이밍량이 모국 말레이시아에서 만든 첫 영화인 <혼자 잠들고 싶지 않아>는 심지어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중요한 것으로 평가되지 않았다.
다른 중국어권 영화인 진목승의 전형적인 홍콩 액션영화 <BB프로젝트>는 이탈리아 배급사를 확보한 영화라는 것과 <야연>의 공동제작사였던 화이 브러더스가 공동제작했다는 것 외에는 베니스에서 상영될 만한 이유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유일한 한국영화인 <짝패>는 류승완 감독이 만든 ‘충분히 역량있는’ 내지는‘좋은’ 영화이긴 했지만 그 이상의 것은 아니었다. 뮐러가 정말로 미드나잇 섹션을 사로잡을 뛰어난 한국영화를 원했다면 왜 유하 감독의 <비열한 거리>를 선정하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
베니스에 온 많은 아시아인도 서양인들만큼이나 영화제의 아시아영화 선정에 혼란스러워했고, 박찬욱 감독이 심사위원으로 온 올해, 한국인들은 특히나 분개한 것 같았다.
그렇다면 거기에 없었던 작품들로 과연 어떤 것이 있었을까? 일단, 베니스에 출품됐지만 결국 각각 토론토와 산세바스찬영화제에 가게 된 두편의 한국영화가 있다. 홍상수 감독의 <해변의 여인>과 임상수 감독의 <오래된 정원>이다. 또 토론토엔 갔지만 베니스엔 없었던 작품으론 홍콩 허안화 감독의 <이모의 포스트모던 라이프>가 있었고, 뉴욕영화제와 신설된 로마영화제에는 가지만 베니스엔 없었던 티엔주앙주앙의 <체스마스터>가 있다.
대규모 영화제 대부분의 프로그래머와 마찬가지로 뮐러 역시 일단 정치인인 다음에야 영화광이다. 즉, 그는 영화를 선정할 때 (칸을 포함한) 라이벌이 되는 영화제들에 타격을 입히거나 난처하게 만들기 위해 할 뿐만 아니라, 자국 내 배급사와 제작사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또 레드 카펫에 설 스타들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기 위해 선정한다. 올해 스타들을 데려오는 데는 성공했지만 아시아영화 선정에서는 별로였다. 그래서 그의 네 번째(이자 마지막) 해인 2007년에 아시아 제작사와 세일즈사에서 새로운 작품을 찾으려고 할 때 타격을 입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베니스에서 가장 이상했던 일은 상이었다. 중국어권 영화들이 공식부문과 오리존티 부문에서 모두 최고 수상을 했다. 프랑스 지식인 비평가들이 좋아했던 지아장커의 <스틸 라이프>는 프랑스 여배우 카트린느 드뇌브가 수장이었던 심사위원단에게서 최우수 영화상을 받았다. 칸에서 거절당한 영화가 베니스에서 최고 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줄잡아 세 번째이다.
에밀리오 에스테베즈 감독의 <바비> 같은 훨씬 더 실력있는 영화를 무시하면서 내린 명백하게 정치적인 이 결정은 아시아 애호가인 뮐러는 좋아 보이게 했지만 영화제는 시대에 동떨어진 느낌이 들게 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더 이상했던 오리존티 수상작 중국 본토영화로, 여행하는 시골 판사의 매우 진부한 이야기를 다룬 <말 등 위의 법정>에 돌아갔다. 기자시사회에 참석한 이가 많진 않았지만, 30명 정도의 기자만이 참석했던 지아장커의 <스틸 라이프>만큼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