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계남, 문성근, 이창동은 삼총사 같은 이미지를 가졌다. <초록물고기>는 그 도원결의의 상징 같은 영화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장관 이창동은 감독 이창동으로 돌아와 전도연, 송강호 주연의 <시크릿 선샤인>(가제)의 촬영을 코앞에 두게 됐다. 배우 문성근은 <한반도> <두뇌유희프로젝트, 퍼즐> 등 스크린과의 만남이 잦아졌다. 그런데 배우이자 제작자 명계남에게 쏟아지는 영화 바깥의 ‘치도곤’은 멈출 줄 모른다. ‘바다이야기’의 뒤에서 상품권을 주무르며 큰돈을 거머쥔 어둠의 보스 같은 대우를 일부 언론과 야당으로부터 받고 있다. 이렇다 할 근거가 밝혀진 건 하나도 없다. 결국 그는 두 친구가 영화계로 회귀한 시점에, 그 자리를 스스로 물러나기로 했다. 영화계 밖에서 시작된 역차별이 영화계 안으로 파고든 탓도 있다.
그가 진정 서글퍼 보였던 건, “그 좋은 영화일”을 접기로 한 심정을 쏟아낼 때가 아니었다. 인터뷰가 끝난 뒤, 사진은 싣지 않으면 안 되겠냐며 진지하게 검토해달라고 말하던 순간. 배우가 영화 매체와 인터뷰하면서 얼굴 내밀기를 꺼려 한다는 건 그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침몰되지 않을 거라고 자신했지만, 몹시 힘겨워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최근에 청와대 다녀오신 것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 =청와대 가면 안 돼요?
-이 시점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궁금하지 않겠어요? =시점하고 무슨 관계가 있어요? 이번 일과 관련해서 뭘 물어보거나 의논할 일도 없었고, 다른 일로 갔어요. 아는 사람이 제법 있잖아요. 지금까지 두세번.
-청와대와 연결된 활동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외부의 시선이 있는데. =그렇게 보려면 보라죠. 내가 아니라고 해도 그렇게 보는데 어떡합니까. 어찌할 방법이 없어요.
-바다이야기에 관련해 입게 된 피해를 이야기해주시죠. =뭐 유치하게 이야기하면 이른바 유명세죠. 알려진 사람이고, 표적이 되는 사람이니까. 이제 길거리를 지나가면 사람들이 ‘배우 명계남 간다’가 아니라, ‘바다이야기 명계남 간다’로 봐요. 아마 늙어죽을 때까지 그럴 겁니다. 또 저와 관계되는 비즈니스를 (사람들이) 하려고 하질 않아요. 예전부터도 그랬지만 더 확실히 안 하죠. 구체적인 사례가 최근에 있기도 했어요. 제가 제작하는 영화에 투자를 할 수도 있는데, ‘에이, 가능하면 여기랑 걸리지 말자’ 하는 식의 말들이 공식적으로 투자자들 모임에서 오르내렸다고 들었어요.
-검찰로부터 연락이 오거나 한 적은 없나요. =아직 연락없어요. 제가 고소고발한 것에 대한 조사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요. 그럴 수밖에 없겠죠. 상품권 관련된 수사가 핵심이니까요. 제가 그것으로 돈을 챙겼다느니 스위스 은행에 계좌가 있다느니 대선자금을 만들고 있다느니 소문을 퍼뜨리고, 그것을 기사화하고, 그것을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면책특권을 이용해 발언하는 것이 저에게 명예훼손이 됐으니 벗겨달라는 건데, 검찰이나 감사원 조사와는 본질과는 다른 개인적인 차원의 일이거든요.
-<오아시스>에 아케이드 게임회사가 2억원을 투자한 사실을 대단한 문제처럼 들췄지만, 영화계 제작투자 방식을 안다면 크게 문제삼기 어렵지 않나요. =(중소 투자자를) 알 필요도 없고, 그런 걸 메인 투자자가 일일이 알려줄 이유도 없죠. 바다이야기 게임제작업체 대표가 전에 일하던 회사에서 <오아시스>에 2억원을 투자했다고 해서 제가 바다이야기와 관련된 것처럼 크게 보도했는데, 영화쪽에선 사실 다 아는 얘기 아닙니까. 메인 투자자가 있고 메인 투자자가 작은 투자자들을 모으는 것 말이에요. 저하고는 관계가 없어요. 그 사람이 소액 투자를 했는지 안 했는지도 모르고. 하다 못해 <괴물>을 보세요. 크레딧만 한 스무개 올라가지 않습니까.
-그 기사에 사회부나 정치부 기자가 아니라 영화기자가 동원됐더군요. =<중앙일보>의 경우는 기사를 쓴 것이 영화 담당기자더라고요. 그러니까 나는 참 한심하게 느껴지는 거지. 그런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해놓으면 멋있지 않습니까. 명계남이 관계가 있는 것처럼. 그러니까 참 기가 막힌 거죠.
-영화기자들이 주요 투자사에 전화해 투자할 만한 영화가 아닌데 왜 명계남 영화에 투자했느냐는 식의 취재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했다고 하더라고요. <조선일보> 영화기자들이 많은 영화사들을 찾아가서 나와의 관계를 물어봤다고 들었어요. 의도가 있는 행위인 거죠. 소문을 증폭시키고 이것을 의혹으로 기사화해서 부풀리는 것은 의도가 있는 거죠. 그런 세력이 있는 거죠.
-그런데 청와대도 다녀오고 글도 쓰고 하니까 정치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 않나요. =전 열린우리당 당원이에요. 당원으로서의 임무는 다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전업 정치인은 아니니까, 그런 의미에서는 정치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 것이고, 당원 조직 내에서 발언하고 활동하는 측면에서는 어쨌건 정치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 거죠. 하지만 그것과 바다이야기와는 아무 관련이 없어요.
-그런 상황이 제작에 어떤 유형의 피해를 주고 있나요. =업무가 마비상태예요. 중소 제작사로서 치명적이죠. 이스트필름 대표가 명계남이라는 사실이 남아 있는 한 피해가 계속될 겁니다. 제가 청와대가 아니라 어딜 가도 표적이 될걸요. 팀을 짜서 절 쫓고 있다는 이야기도 듣고 있어요. 패기 위해서. 저와 관계된 모든 사람들은 다 피해를 보고 있어요.
핵심은 그래서 영화 제작자 일을 더이상 못하겠다는 거예요. 영화 제작자 명계남의 역할을 그만두겠다는 겁니다. 물론 이스트필름을 완전히 접지는 못합니다. 청산해야 할 부채도 있고, 그 부분에 대해선 법적으로 대표인 제가 책임을 져야겠죠. 하지만 이스트필름을 경영한다거나 제작자로서 투자를 유치하고, 영화 산업 현장에서 투자사, 배급사를 만나는 일은 더이상 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회사 이름도 새로 짓고, 대표이사도 젊은 친구가 맡아서 새 출발을 하려고 합니다. 그게 제가 오늘 하고 싶은 핵심적인 말입니다. 제가 겪는 아픔, 고통, 상처… 이런 것들은 세상 사람들이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요.
-새로운 제작사에는 전혀 관여 안 하겠다는 말인가요. =그래요. 새로 대표 맡을 분을 영화계에 소개하고 인사드리는 일 이외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거죠. 돈 많이 버는 제작자가 되고 싶었는데…. 하지만 이창동 감독 덕에 상도 받고 훈장도 받았으니 만족합니다. 직원들에게 고통만 안겨주는 못난 제작자인데요 뭘.
-결심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바다이야기 파문인가요. =그전부터도 조짐은 있었어요. 지난해부터 직원들에게 누차 얘기했어요. 제가 제작자 중에서는 나이가 많은 쪽에 속하고 해서 업계 분들과 사실 대화가 어렵습니다. 저와는 연배가 다르고 껄끄러워하는 부분이 있으니까. 그래서 “젊은 사람들 판이 돼야 하니까 난 빠지겠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근데 직원들이 그렇지 않다, 자기들이 열심히 뛸 테니 그냥 가자, 해서 1년을 끌어온 겁니다. 근데 이번 일이 결정적인 계기가 된 거죠. 그래서 다시 새롭게 시작하도록 기회를 열어주고 저는 빠지는 겁니다. 이제 이스트필름은 없습니다. 회사 이름이 바뀌고 대표도 바뀌니까.
-흥행이야 어찌됐든 이스트필름은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작품들을 만들어왔고, 바다이야기 건은 의혹만 받았지 밝혀진 것은 하나도 없고, 그런 사실을 영화인들도 잘 알고 있는데 굳이…. =그렇더라도 마찬가지예요. 저랑 안 엮이려고 하는 것은 변함이 없어요. 제가 어디 은행에서 돈을 대출받으려 해도 은행 지점장이 긴장을 해요. 담보를 제공해도 말이죠. 명계남이한테 과연 돈을 꿔줘도 되나 회의가 열리고 그래요. 영화의 작품성이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보세요. <오아시스>에 2억원 투자받은 것이 기사화된 다음에 어떻습니까. 영화계 사람들 말고 <중앙일보>나 <한국일보> 보는 일반 독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최모씨로부터 2억원 받았다. 그렇게 끝인 거죠. 큰 투자사들이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어쨌건 조심을 할 거라는 거죠. 왜 괜히 엮이겠어요. <오아시스>의 메인 투자사도 이번 일로 상당한 피해를 입었으니까요. 제가 가진 시나리오가 스필버그가 와서 채갈 정도라면 제작사 대표가 노무현이어도 가져가겠지만, 그런 상황도 아니고 서로 시나리오를 보고 논의하고 발전시켜야 할 단계에서 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건 당연한 거죠. 저는 이제 이 땅에서의 제작자 일을, 남의 투자를 받아내는 일을 하기가 어려워요.
-배우로서 섭외 오면 출연할 의향은 있는지. =할 용의가 있죠. 하지만 안 오잖아요. 어떤 감독이 저를 배우로 쓰려고 했더니 실무회의에서 투자자가 좀 곤란하지 않겠냐라고 했다더군요. 그래서 캐스팅이 됐다가 계약 단계에서 없어져버렸어요.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형님은 배우일 때가 좋습니다, 연극이라도 하세요, 왜 고통당하세요 하는 식의 격려 전화를 많이 받았는데, 사실 배우는 자기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누가 캐스팅을 해줘야 하는 거잖아요. 나이를 먹어서 할 수 있는 역의 한계도 있고요. <손님은 왕이다>를 할 때 아, 이게 내 마지막 작품이겠구나, 하는 느낌이 오더라고요.
-이스트필름의 영화 제작이 사실상 중단된 지 좀 되지 않았나요. =그렇게 표현하면 좀 심하죠. 아니 제작 안 하고 있는 회사가 한둘입니까. 그런 회사들이 다 망한 것도 아니고, 또 지금 촬영하고 있는 회사가 다 흥한 것도 아니고. 우리도 좋은 시나리오 개발 많이 하고 있고요. 완전히 개발이 끝난 것도 2개가 있습니다. 진짜 기가 막힌 아이템의 영화도 2개 정도 있고요. 자세한 내용은 이야기 못하지만 상업영화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괴물> <왕의 남자>에 비견될 만한 상업영화.
-제작자 일을 그만두겠다는 말을 이제 정치적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려나보다 하는 걸로 해석하는 쪽도 있을 텐데요. =그럴 수도 있죠. 제 가슴에 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있고 열정이 있으니까 그걸 표현하고 싶은 건 사실이에요. 이제 시간을 갖고 당원으로서의 활동도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이고, 공부도 계속할 생각입니다. 연출 공부와 언론에 대한 공부. 언론 공부는 사실 2000년부터 쭉 해오고 있어요. 책보고 자료 찾고 모니터링하고…. 언론이 이 사회 의제결정에 끼치는 영향에 관해서 스터디를 하고 있습니다. 연출 공부도 더 열심히 해서 감독으로 제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도 있고요.
-배우로서도, 제작자로서도 수입이 끊긴 지 꽤 됐을 텐데, 생활은 어렵지 않나요. =그렇죠. 어려운 사람은 저뿐만 아닌데. 그리고 어렵다고 이야기해야 소용이 없어요. 안 믿어주니까. 민예총 때 주역이었던 지인도 제가 큰돈 챙겨뒀을 거라고 믿고 있는 경우가 있을 정도니까요. 아마 제 가족도 저를 안 믿을지 몰라요. (웃음)
-스크린쿼터 관련해서 영화인들과 거리가 멀어지진 않았는지. =뭐 그런 게 있나요. 나에게는 오히려 부담이 되니까 물어보지도 않고, 저도 도움이 안 되니까 가만히 있고 그런 거죠. 가까웠던 사람이 그 문제로 저에게 등을 돌리거나 한 것은 없어요. 찬성이건 반대건 선 쪽에 도움이 안 되는 건 분명한데 그러니까 가만히 있는 게 맞죠.
-스크린쿼터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은 어떤지. =복잡해서 이야기하기가 어려워요. 저야 영화인이고, 제작자니까 제작자협회쪽 입장에 동의를 하죠. 폐지 찬성쪽이나 반대쪽이나 다 나라를 위한다는 생각에서 하는데, 단지 입장 차이가 있는 거죠. 둘 다 만족시킬 수 있는 길은 사실 없는 것 같아요. 그 와중에 회사가 어려웠기 때문에 저에게는 회사 살림살이가 제일 중요했어요. 스크린쿼터가 어떻게 가건 회사에는 영향이 없고요. 작은 영화들, 독립영화들, 예술영화들이 설 수 있는 기반이나 소외된 영화인들이 일할 수 있는 풍토에 대한 생각들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봐요.
-잘사는 나라를 만들자는 목적으로 노사모 일도 하셨는데 FTA가 단순히 영화산업 차원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함정이 되는 정책이다, 라는 비판의 논점에서 본다면 어떤가요. =정부에서 FTA, 스크린쿼터 축소 추진하는 것이 나라를 망하기 위해서 하는 거라고는 생각지 않아요. 방법상의 차이죠. FTA 반대하는 쪽에서도 시점이나 쟁점 사항, 협상 기술상의 문제를 더 중요시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대립점만 세우는 식의 극단적인 전개가 아니라면 중요하고 의미있는 결정들은 협의를 통해 잘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정부와 시민단체를 신뢰하는 거죠. 박정희 시대처럼 말 못하는 세상도 아니고, 뭐 한다고 다 우르르 따라가는 시대도 아니잖아요. 다양한 목소리들이 나오는 것이 오히려 잘된 일이라 생각해요.
-이창동 감독이나 문성근씨가 영화 작업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데. =저는 두 사람에 대한 질문을 왜 나에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걔네들은 언론 다 피하고 가만히 있고 전부 나에게 물어봐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
-친구로서, 이 시점에서의 느낌이 있을 것 같은데. =이창동 감독은 공익근무하듯 장관하고 나와서 좋은 작품 만들 것이고, 문성근도 배우로서 아주 열심히 하고 있죠. 그 친구도 한동안 수입이 없이 지냈으니까 빚 많이 갚아야 할 거예요. 저는 문성근에게 출연 요청이 들어온다는 것이 참 다행스럽고 기뻐요. 제대로 배우로 봐준다는 거니까. 사실 문성근이가 정치적인 이미지가 저보다 더하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그렇게 활동할 수 있는 것을 보면 우리 영화판이 건강한 것 같아요.
-<천의 고원> 제작이 중단된 뒤 장선우 감독하고는 전혀 연락을 하지 않나요. =서로 바쁘고 그러니까 뭐. 회사에 가끔 연락을 하긴 하는데, 지금 장선우 감독이 먼 지방에 있고.
-제작 중단으로 빚까지 안았는데, 더 큰 문제가 닥치기 전에 접은 건가요. =저 혼자 결정한 게 아니에요. 감독과 전 스탭이 모여서 결정하고, 저는 거기 따른 겁니다. 제작비가 해외 펀딩으로 조금씩 왔어요. 그걸 밑받침으로 해서 다른 데서 돈을 가져왔어야 했는데 그게 안 됐고, 타이밍상으로 영화가 들어갔어야 하는데 여러 가지 조건이 부족하니까, 그 액수로 이 영화를 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고민을 한 거죠. 소기의 목적보다 잘 안 나올 경우가 많으니까 접고, 이건 애니메이션으로 하는 게 더 낫겠다고 전 스탭과 감독이 결정한 겁니다.
-지금 상황에 이른 심정이 참담할 텐데, 아예 당원도 완전히 접고, 영화에만 전념할 생각은 없나요. =어떻게 당원까지 접어요. 박찬욱도 민노당이고 문소리도 민노당인데. 저 몇달 동안 아무런 공식적인 활동 안 하고 영화했었잖아요. 무슨 차이가 있어요. 밤에 앉아 있으면 참담하기는 하죠. 그래도 책임들이 많이 있으니까… 언론문제나 의도적으로 세상을 뒤흔드는 세력과 관련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합니다. 시민운동이든 당원으로서의 활동이든 능력이 닿으면 열심히 해보려고요. 이 사회 언론과 지식인 사회의 비겁성이나 폭력성에 대해 공부해오던 것도 계속하고. 우리 애들 사는 세상이 수구 기득권세력에 의해 함부로 좌지우지된다거나, 제 딸이 가부장적이고 성추행당해도 끄떡없는 세상에서 살게 하는 건 아버지로서 정당하지 않다고 보는 거죠.
-최근에 쓴 글이 대대적으로 보도됐는데, 보면 투쟁 의지를 스스로 북돋우려는 것이 느껴져요. =작은 우리 모임 게시판에 올린 건데 그걸 퍼다가 전재를 했더라고요. 답답해요. 저를 날선 놈으로, 뾰족한 놈으로 몰아치는 용도로 쓴 거예요. 제작자 그만둔다면 더 오해할 사람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 분들은 긴장하길 바라요. <조선일보>나 일부 세력들이, 다음 대선이나 정치적인 상황에서 주요한 역할을 할 것 같은 인물들을 미리 솎아내는 작업을 한다는 소문도 있어요. 소문이죠. 일단은 성공했다고 봐야지요. 그러나 그들이 내게 새로운 결심을 하게 하고 다른 준비를 하게 한 역할도 한 거죠. 그런 의미에선 고맙죠. 이제 저도 나이 먹고 쉽게 흥분하는 것도 옛날보다 줄어들고. 저만의 방식으로 행동할 겁니다. 제작자 짐을 벗어서 홀가분하기도 하고 직원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요. 더 열심히 해야죠. 택시 운전을 하거나 음식점을 열어서라도 직원들 경상비를 대야죠. 사실 지금까지 이스트필름은 명계남이라는 이름 때문에 부사장이나 다른 직원들이 알려지고 자리잡을 기회도 적었는데, 이제 제가 물러나니까 이들이 그 판에서 어울리고 협력해나가면서 작은 영화사로서의 길을 찾아나가겠죠. 저도 한 귀퉁이에서 제가 하고 싶은 영화를 추진하고 싶은데 잘될지는 모르겠어요. 아무튼 제작자, 프로듀서, 대표이사, CEO는 이제 능력이 없어서 안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