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비밀을 아는 …
피를 부를 때까지 … 한번 해보자는 거지!!변두리 한적한 이발관, 그 곳엔 이발을 천직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이발사가 있다.
“사실 저 같은 명이발사는요, 단순히 기술만 가지면 되는 게 아닙니다.” 이발관 구석구석 깨끗이 쓸고 닦고, 드문드문 찾아오는 손님을 정성껏 면도하고 이발해 주는, 법 없이도 살 것 같은 사람이다.
그에게는 아리따운 아내가 있다. 동네 사람들은 밖으로만 나도는 아내를 두고 말들이 많지만 이발사는 점심도 못 먹고 바쁘게 다니는 아내가 안쓰럽기만 하다. “내 걱정일랑 하덜 마시고 클라이 … 랑 중요한 비즈니스나 잘하세요.”
그러나 착하디 착한 이발사에게도 말 못할 고민은 있다.
한달 전, “너의 더럽고 추악한 비밀을 알고 있다” 며 이발사를 찾아 온 남자는 면도를 핑계로 일주일에 두 세 번씩 이발관에 들러 매번 정확히 두 배씩 돈을 뜯어간다. 남자 때문에 이발사는 사채까지 얻어 쓰기 시작했다. 남자는 이발사의 아내까지 넘본다. “자네 와이프 말야. 오우~ 지쟈스!! 뷰티풀 그 자체야.”
협박자를 미행한 후 협박자의 정체에 대해 더욱 알 수 없게 된 이발사는 급기야 해결사를 고용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호기심 많은 해결사는 오히려 이발사의 뒤통수를 노린다. “어째 좀 구린 냄새가 나긴 나.”
소심한 이발사와 같이 사는게 지긋지긋한 이발사의 아내. 변두리 이발사의 아내로 살아가기엔 가지고 싶은 것도, 숨기고 싶은 것도 너무 많은 그녀에게 접근하는 협박자와 해결사. “시끄럽고, 약속이나 해. 비밀 지키겠다고.”
“강한 자만이 살아 남는다.” 이발사, 낯선 손님, 해결사 그리고 이발사의 아내, 속셈을 알 수 없는 기묘한 만남은 전혀 예상치 못한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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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리뷰
아슬아슬한 스릴러, <손님은 왕이다> by 김지미 셰익스피어는 “인생은 연극이며, 인간은 무대 위의 배우”라고 말했다. 이것은 일종의 은유적 표현인데, 이것을 축어적으로 해석해서 인생을 살아간다면 어떻게 될까? 진짜 삶을 잠시 제쳐두고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삶을 연기하면서 살아간다면, 즉 나의 정체성은 버려둔 채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하고 연구해서 내 삶 속으로 이식한다면 과연 어떤 것이 진짜 삶이고 어떤 ... 예기치 못했던 파국, <손님은 왕이다> by 이영진 변두리 이발관 주인인 30대 중반의 안창진(성지루). ‘깎새’라고 불리기를 온몸으로 거부하는 이 남자에게 이발은 그야말로 성스러운 의식이다. 뽕짝 대신 클래식을 틀어놓고, 바리깡 대신 고급 가위로 손님을 맞이하는 안창진에게 어느 날 특별한 손님, 김양길(명계남)이 찾아들면서 예기치 못했던 고통도 뒤따른다. “너의 추악한 비밀을 알고 있다”며 돈을 갈취하는 김양길은 ...- 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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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친절에는 이유가 있고, 어떤 협박에도 사연은 있다.more
오직 <손님은 왕이다>에만 있는 특이한 이발관
나른하면서도 강박적인 이발사의 일상을 대변하는 이발관은 사건의 출발점이자
영화의 결정적인 순간을 담아내는 중요한 공간이다. 개성 뚜렷한 캐릭터의 대비를 극단적 비쥬얼로 보여주는 이발관을 만들어내기 위해 흑과 백의 체스무늬 바닥이 동원되고 차가운 스테인리스 소재의 날카로운 면도칼, 면도가위들이 선반 위에 가지런히 놓여졌다. 말끔하게 정돈된 평화로운 이발관은 오히려 금방이라도 위협적인 공간으로 돌변할 듯한 긴장감을 한껏 연출한다. ‘바리깡’을 든 이발사와 손님의 기묘한 표정이 흥미로운 최석운 화백의 <이발소> 그림은 묘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색다른 캐릭터 도전, 배우의 발견!!
색다른 캐릭터를 입은 배우들의 연기변신은 <손님은 왕이다>의 가장 흥미로운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로 협박의 광기를 보여주는 명계남은 사연 있는 협박자 캐릭터로 양아치 같기도 하고 사이코 같기도 한 매력적인 악역을 만들어냈다. 변두리 이발사로 분한 성지루는 순박하고 어눌한 이발사에서 협박자에 대한 강한 분노에 휩싸이는 극과 극을 오가는 캐릭터를 보여주었다. 비밀스러운 팜므파탈이 아니라 애교 많고 사랑스러운 밝은 겉모습 속에 독을 숨긴 요부로 캐릭터를 재해석한 성현아, 비열한 웃음 띤 얼굴로 여유롭게 상대를 제압하는 프로 해결사의 노련함을 보여준 이선균의 연기도 확실한 볼거리이다.
오랜 조연, 당당한 주연으로 우뚝 서다
<마파도>(05) <웰컴 투 동막골>(05) <왕의 남자>(06)로 이어지는 소위 스타급 배우 없이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의 기세는 <손님은 왕이다>까지 이어진다. <손님은 왕이다>의 주역 명계남과 성지루도 ‘꽃미남’ 주연이기 보다는 개성 있는 조연으로 오랜 시간 관객과 만나온 배우다. <손님은 왕이다>의 명계남, 성지루와 더불어 <그때 그 사람들> <싸움의 기술>의 백윤식, <마파도> <공필두>의 이문식, <흡혈형사 나도열>의 김수로, <선데이 서울> <방과 후 옥상>의 봉태규로 이어지는 개성파 조연들의 주연 열풍은 한국 영화계의 새로운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탱고가 흐르는 누아르
협박난무 느와르 <손님은 왕이다>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건 탱고 성향이 짙은 영화음악이다. 원래 가난한 사람들의 기쁨, 눈물, 집착과 애욕을 격정에 녹인 탱고음악은 일류 보다 삼류에 가까운 이발사, 협박자, 요부, 해결사의 얽히고 설킨 복잡한 관계를 돋보이게 하는 음악이다. 탱고의 거침없는 선율은 속고 속이고 쫓고 쫓기는 인물들 사이의 밀고 당김과 어우러져 영화에 강렬함을 더한다. 협박자 명계남의 탱고음악에 맞춰 추는 춤은 영화를 더욱 강렬하게 한다.
단편 추리소설의 화려한 부할
<손님은 왕이다>의 원작은 일본 최고의 미스터리 추리소설가로 알려져 있는 니시무라 쿄타로의 <친절한 협박자>이다. 니시무라 쿄타로는 <침실특급 살인사건> <종착역 살인사건> 등 열차 미스터리의 대가로 그의 소설 <화려한 유괴>는 일본에서 <애인은 스나이퍼>(04)로 영화화되었다. 단편 <친절한 협박자>는 이발관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이발사와 협박자의 폭발할 듯 말 듯한 긴장감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손님은 왕이다>는 원작의 기본 틀에 협박자의 숨겨졌던 사연을 가미하여, 원작에서 볼 수 없었던 감동적인 결말을 만들어 냈다.
특명, 한겨울에 늦여름 분위기를 연출하라!
체감온도 -20도의 한파로 ‘12월 들어 가장 추운 날씨’였던, 대한민국이 꽁꽁 얼던 그때. 촬영 막바지에 이른 제작 스탭들은 때아닌 늦여름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다. 앙상한 가지에 푸른 잎새를 붙이고, 늦여름 소나기를 위해 살수차가 동원되었으나 컷을 외치자 마자 얼어붙기 시작하는 탓에 온 제작 스탭들은 바닥에 얼어 붙은 빙판을 온갖 방법으로 녹이고, 또다시 비 장면을 위해 물을 뿌리고 또 녹이는 웃지 못할 해프닝을 반복해야 했다. 얇은 옷을 입은 배우들이 입김을 막아보고자 얼음을 입에 물고 촬영에 임했던 한겨울의 제작현장. 고생 끝에 늦여름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