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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시간 Time

2006 한국 청소년 관람불가

드라마, 멜로·로맨스 상영시간 : 98분

개봉일 : 2006-08-24 누적관객 : 28,021명

감독 : 김기덕

출연 : 성현아(새희) 하정우(지우) more

  • 씨네216.33
  • 네티즌7.75

김기덕감독 열세번째 영화

그대의 어디를 움켜쥐어 잠시 멈춰있게 할 수 있을까…

오랜 시간을 함께한 연인 세희와 지우. 세희는 지우의 사랑이 변했음을 느끼고 그 이유가 자신이 더이상 새롭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 지우는 그런 그녀의 민감한 반응에 피곤을 느낀다. 상처받은 세희는 어느 날 갑자기 모든 흔적을 지운 채 떠나고, 과감한 성형수술로 새로운 사람이 되고자 한다. 그리고 어느 날, 지우는 세희와 즐겨 찾던 단골 카페에서 스스로를 ‘새희’라고 소개하는 묘한 분위기의 웨이트리스를 만난다.

언제까지나 결코 잃어버릴 수 없는 것 때문에 눈물 흘리는 것이다…

새로운 새희와 사랑에 빠지는 지우, 새희는 그를 유혹하면서 동시에 그가 예전 세희와의 사랑을 잊은 것은 아닌지 시험하고, 결국 그가 세희를 잊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예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그녀는 세희의 사진으로 만든 가면을 쓰고 나타나, 돌아온 자신을 사랑해달라며 사실을 고백하고 놀란 지우는 자리를 박차고 떠나버린다. 홀로 남겨진 새희(세희)는 지우 또한 새로운 모습으로 자신 앞에 나타날 것임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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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별점 (3명참여)

  • 5
    김은형새로운 듯 익숙한 듯
  • 6
    박평식관객의 편견도 감독의 오만도 시간이 풀어줄 터
  • 8
    황진미변화와 불변을 충돌시켜 비선형적, 비인칭적 시간에 이르다
제작 노트
가장 효율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감독

세계 3대 판타스틱 영화제 중 하나인 시체스 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시간>과 함께 나란히 출품된 영화 <괴물>의 봉준호 감독은 국내 개봉을 앞둔 인터뷰에서, “촬영 중 가장 어려웠던 장면에선 17일이나 소요해야 했다, 그 정도면 김기덕 감독님이 영화 한 편을 만드실 수 있는 시간이다”고 대답해 웃음을 자아냈으나 영화 <시간>의 촬영 회차는 실제로 17회차로, 그야말로 ‘농담이 아니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김기덕 감독.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비상식적으로 보일 만큼 적은 촬영 회차로 장편영화를 만들어내지만, 연출의도를 전달하는 데나 작품성에는 부족함이 없다는 이유로 세계의 다른 감독들로부터 감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외부 자본에 좌지우지 되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김기덕 감독의 독립 프로덕션 ‘김기덕 필름’은 <사마리아>로 시작, <빈 집> <활> 그리고 <시간>에 이르기까지 그의 영화를 만들어낸 시스템이다. 김기덕의 영화가 진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을 위해 사회적 구속이나 잣대를 걷어내는 것처럼, 김기덕 필름은 원하는 대로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불필요한 비용이나 과정을 생략해 제작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낸다. 예로부터 즉석에서 스스로 미술 소품 등을 만들어 제작해 사용하거나, 아무리 원하는 배우가 있어도 제작비에 맞지 않는 출연료를 요구할 경우 그를 위해 투자를 받기보다는 깨끗이 단념하고 새로운 배우를 찾아내곤 했던 김기덕 감독의 실용적인 제작 원칙이 적용되는 것이다. <시간>의 메이킹 필름에서도 우리는 김기덕 감독이 스스로 사진을 붙이고 세트를 손보는 등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촬영을 준비하는 잠깐의 사이 김기덕 감독은 스스로 종이를 잘라 만든 ‘시간’이라는 글씨를 촬영한다. 이것은 오프닝 타이틀로 변신해 관객을 김기덕 감독의 세계로 초대하는 대문이 된다. 김기덕 감독은 스스로 그토록 중시하는 ‘행동’으로, 영화감독이기 위해 창작의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음을 증명하고 있는 귀중한 존재다.


반복되는 장소, 반복되는 시간

“사람들은 시간을 너무 짧게 이해한다. 시간은 반복되고 재생되는 것인데 과거의 시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한 번 시간을 바치면 거기서 빠져나오지 않으려 하고 자꾸 보상받으려 한다. 나는 빠져나온다. 다시 만나도 집착하지 않는다. <섬>도 그 얘기다. 집착, 그 다음에는 무엇이 있을까. 무소유의 단계라고 믿었는데 그 단계 다음에 다시 소유의 단계가 온다. 그럼 그 다음에는… 그 이야기다.”
-2000년 영화평론가 김영진과의 인터뷰 中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은 이 세상의 것 같아 보이지 않는 산사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보여준다. <나쁜 남자>의 주인공들은 영화의 오프닝에서 남남이었던 두 사람의 인생이 처음 만났던 장소로 돌아오고 도망쳤던 여인을 데리고 갔던 바닷가로 다시 돌아간다. <사마리아>의 여고생은 원조교제를 했던 친구의 지난 남자들을 찾아다니며 섹스를 하고 돈을 돌려준다. <빈 집>의 연인은 함께 방문했던 빈 집들을 다시 한 번씩 방문한 후 다시 여인의 빈 집으로 돌아온다. 어째서 열세번째가 되어서야 <시간>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나왔나 싶을 만큼,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서 반복순환하는 공간과 시간은 언제나 중요한 테마로 등장하고 있다.
<시간>은 주인공이 성형수술을 하고 다시 연인 앞에서 나타난다는 설정 때문에 더더욱 반복적인 연출이 불가피하다. 성형수술 후 새희가 된 세희는 예전 지우와 세희가 함께 했던 공간들을 복습하듯이 다시 방문한다. 주요 공간은 연인의 단골 카페, 그리고 그들의 사랑이 뜨거웠던 시절 함께 여행하며 여러 사진을 남겼던 어느 섬의 조각공원이다. <시간>은 홍대의 카페와 전남 모도라는 공간에, 지우(하정우)의 옆자리에 세희(박지연)와 새희(성현아)를 나란히 놓으며 관객을 혼란시킨다. 지우의 사랑에 실망한 세희가 처음으로 찾아가는 성형외과에 세희의 뒤를 이어 지우가, 그리고 그 뒤에 다시 새희가 놓여지고, 새희는 어딘가 구부러진 시간의 터널 속에서 다시 한 번 세희를 만나며 끊임없는 고통의 틀 속에 갇힌다. 결국 세 사람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별 도리 없는 인간의 다른 모습일 뿐 그들로부터 파생되는 수많은 동일인물들, 혹은 동일인물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사이에서는 더더욱 정체성을 추스리지 못하고 길을 잃는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주인공의 존재 자체가 실종되어버리는 이 독특한 영화는 “시간”에 던져지는 가장 최신의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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