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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의 타이식 리메이크, <더 레터>

최진실, 박신양 주연의 최루성 멜로 <편지>가 타이식으로 리메이크되었다. 타이를 배경으로, 타이 출신 배우들과 감독에 의해 다시 만들어진 만큼 영화의 세세한 부분들은 원작과 사뭇 다르다. 그러나 죽음을 앞둔 남자와 그를 지켜보는 여자의 슬픔, 둘의 이별, 죽은 남자에게서 날아온 편지 등과 같은 기본 소재는 그대로 남아 있다. 그래서인지 <더 레터>를 ‘타이의 멜로’라고 소개하기에 영화는 다소 심심하다. 한 장면을 보면 다음 장면이 금방 떠오르는 타이의 신파 역시, 특별할 것은 없다.

웹사이트 프로그래머인 듀(앤 통프라솜)는 직장 동료이자 친한 친구인 케이트(수피샤 준라와타카)와 함께 이모할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한다. 이들은 장례식을 떠나는 날, 우연한 기회에 톤(아태폰 티마콘)을 만나게 되고, 이때의 인연으로 듀와 톤은 전화로 사랑을 나누는 사이로 발전한다. 그 와중에 케이트가 사고로 죽게 되자, 듀는 상실감에 사로잡히고 톤에게 의지하게 된다. 마침내 듀와 톤은 결혼을 하지만, 행복을 누릴 새도 없이 톤이 뇌종양 진단을 받는다. 그 다음 이야기는 <편지>와 거의 유사하다.

물론 신파의 공식대로, 남자의 죽음 뒤 여자에게 편지가 도착하고, 그녀가 그 편지를 읽고 흐느낄 때까지의 분량이 영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다르게 말하자면,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적 속도가 느려져 이미 그 이야기를 다 알고 있는 우리로서는 지루함을 피하기 어렵다. <편지>가 유행한 이래로, 여기저기서 닳고 닳은 시한부 멜로가 10년 만에 다시 한국 관객을 찾았을 때, 우리는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분명한 점은 그 ‘무엇’이 순정한 사랑과 순결한 죽음의 반복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더 레터>는 한국영화 <편지>를 타이에서 리메이크했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차별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 영화는 2004년 타이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잔다라> <쓰리> <라스트 라이프 라스트 러브> 등을 제작했던 두앙카몰 림차에론뿐만 아니라, <옹박: 두 번째 미션>을 썼던 콩드 자투란나스미, <잔다라>의 미술을 담당했던 엑 이엠추엔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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