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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로메르부터 ‘마스터즈 오브 호러’까지, 시네바캉스 서울
최하나 2006-07-19

서울아트시네마 7월25일부터 한달간 ‘시네바캉스 서울’ 개최

시네바캉스 서울 포스터

서울아트시네마가 7월25일부터 8월24일까지 한달 동안 여름맞이 영화축제 ‘시네바캉스 서울’을 연다. 일상에 쫓겨 미뤄왔던 것들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여름 바캉스처럼, ‘시네바캉스 서울’은 일반 관객이 시간과 장소의 제약으로 보지 못했던 고전·예술영화들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7월25일 개막작 <뜨거운 것이 좋아>(1959)를 시작으로, 총 6개의 메인 프로그램이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들고 관객을 찾아간다.

메인 프로그램 중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에릭 로메르의 8편의 사랑 이야기’ 섹션이다. 장 뤽 고다르, 프랑수아 트뤼포, 클로드 샤브롤 등 다른 누벨바그 감독들에 비해선 비교적 늦게 알려졌지만 에릭 로메르는 문학과 철학을 넘나드는 사색과 인간 정신세계에 대한 탐구로 ‘최후의 누벨바그’라는 칭호를 얻은 프랑스의 거장이다. “영화가 정신적인 삶을 깊이 파고들기에 적합한 것임을 보여주는 사람이 바로 에릭 로메르다”라는 질 들뢰즈의 말처럼 그는 인간의 마음속 풍경을 밀도있게 그려내면서도, 간결하면서도 아이러니한 화법으로 독창적인 영화세계를 구축했다.

이열치열_ 에릭 로메르, 불멸의 스타와 뜨거운 시간

이번 섹션에는 <봄 이야기>(1990)부터 <가을 이야기>(1998)까지 4편의 ‘계절 이야기’ 연작을 비롯해 <모드 집에서의 하룻밤>(1968), <녹색광선>(1986), <수집가>(1967), <해변의 폴린느>(1983) 등 총 8편의 작품이 준비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모드 집에서의 하룻밤>은 에릭 로메르에게 상업·비평적 성공을 안겨준 초기의 대표작.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자 엄격한 도덕주의자인 주인공 장 루이가 친구 비달과 그의 애인인 모드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으로, 도덕과 종교 이면에 감춰진 위선을 경쾌하면서도 섬세하게 포착해냈다. 장 루이, 비달, 모드 세 사람이 파스칼에 대해 토론하는 긴 시퀀스는 영화사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마릴린 먼로, 잉그리드 버그만, 험프리 보가트 등 영화사 속 걸출한 스타들의 모습을 스크린에서 확인할 수 있는 ‘명화극장: 불멸의 스타’ 섹션도 준비되어 있다. 영화제의 개막작이기도 한 빌리 와일더의 59년작 <뜨거운 것이 좋아>는 1920년대 금주법 시대 미국을 배경으로 갱단에 쫓기게 된 두 연주자(토니 커티스, 잭 레먼)가 여장을 하고 악단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작품. 마릴린 먼로의 전성기 시절 모습이 담겨 있을 뿐 아니라, 2시간의 러닝타임이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코미디영화의 고전이다. 그 밖에도 잉그리드 버그만과 험프리 보가트의 전설적인 로맨스물 <카사블랑카>, 왕년의 서부 사나이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세르지오 레오네의 <석양의 건맨> 등 영화사의 명작 5편이 함께 준비되어 있다.

소름오싹_ 공포 특급, 마스터즈 오브 호러와 쿨하게

무더위를 날려줄 으스스한 공포를 원하는 관객이라면 ‘공포 특급’과 <마스터즈 오브 호러>를 선택하면 된다. ‘공포 특급’ 섹션에는 토드 브라우닝의 저주받은 걸작 <프릭스>(1932), 오컬트영화의 기념비라 할 수 있는 로만 폴란스키의 <악마의 씨>(1968), 브라이언 드 팔마의 <캐리>(1973) 등 장르의 명작들이 포진되어 있다.

<마스터즈 오브 호러>는 2005년 10월 미국 <쇼타임> 채널에서 방영된 공포영화 연작으로 다리오 아르젠토, 존 카펜터, 미이케 다케시 등 공포물의 대표급 감독 13인이 총동원된 작품이다. 올해 부천영화제를 찾을 예정이 아니라면, 서울에서 최초로 극장 상영되는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좋다(<마스터즈 오브 호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씨네21> 제552호 참조).

그 밖에도 2차대전 당시 비시 정권하의 프랑스가 만들어낸 수작들을 국내 최초로 소개하는 ‘되찾은 시간: 프랑스영화 1940-1944’와 이탈리아 무성영화를 연주와 함께 상영하는 ‘필름 콘서트’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다. 박찬욱, 봉준호, 김태용 감독이 각각 연출론을 강의하는 ‘시네 클래스’는 미래의 영화인을 꿈꾸는 이라면 올 여름을 알차게 보낼 좋은 기회다. 자세한 시간표는 134쪽 게시판 참조(문의: 02-741-9782, www.cinematheque.seou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