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주년을 맞이한 인디포럼이 7월20일부터 23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인디포럼2006을 개최한다. 재정적, 실무적인 어려움에 부딪히면서 본래 6월 초 열흘 가까이 진행되던 행사를 나흘로 연기, 축소한 올해의 인디포럼은 형식에서도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공모를 통해 그해의 신작 독립영화들을 소개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기획전과 포럼으로 영화제를 이원화한 것이다. 작은 영화들의 입지가 점점 더 좁아져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지금, 독립영화의 의미와 역할에 대한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변화다.
영화제 첫 이틀 동안 진행되는 기획전 ‘독립영화_디지털 프롤로그’에서는 디지털 독립영화 중 디지털의 매체적 특성이 가장 잘 구현됐다고 평가되는 작품들을 상영할 예정이다. ‘대체성’, ‘시간성’, ‘직접성’ 등 상영작들을 가르는 3개의 카테고리는 디지털의 표현 가능성을 좀더 적극적으로 탐색하기 위해 적용한 기준. 먼저 ‘대체성’ 섹션은 디지털이 지닌 경제적, 기술적 편의성을 활용해 기존의 필름이나 비디오 매체의 대체재로서의 성격이 두드러진 디지털영화들을 대상으로 한다. 일반적인 장편영화의 길이를 넘어서는 긴 호흡의 이야기를 흑백 화면의 안정적인 전개로 담아낸 신연식 감독의 <좋은 배우>(2005)가 그 대표적인 예. 사운드를 선택한 뒤 그에 맞는 이미지를 선별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일상의 기억을 재구성한 <TAIPEI-DUREE>(2004), 인물의 사라짐과 나타남을 선, 색, 면의 단순한 구성으로 신비롭게 그려낸 애니메이션 <yellow3>(2004) 등이 함께 준비되어 있다.
‘시간성’ 섹션은 제작 방식과 표현 형식 등에 있어 디지털이 가져온 변화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작품들을 선보인다. 10년의 제작기간을 거쳐 만들어진 <송환>(2003)이 필름이었다면 불가능했을 기록의 시간성을 구현하고 있다면, 인터넷을 통해 시시각각 파업의 상황을 전했던 <대우자동차투쟁속보>(2001)는 반대로 디지털만이 구현할 수 있는 기동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마지막으로 ‘직접성’ 섹션은 필름 이미지의 룩(look)과 차별화되는 디지털 이미지의 느낌을 활용해 낯선 영화적 리듬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상영한다. 두달 동안 채집한 남녀의 일상이 편집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로 전환되는 <자급자족하는 비디오>(2000), 즉흥적 퍼포먼스와 패러디를 결합해 재기발랄한 감성을 펼치는 <정당정치의 원리>(2003), <정당정치의 역습>(2006) 등이 관객을 찾아간다.
기획전이 끝난 뒤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될 포럼은 한국 독립영화에 대해 좀더 전문적인 접근을 원하는 이들에게 좋은 기회다. 첫 번째 포럼 ‘독립영화, 이중성의 모험_90년대 말을 중심으로’는 한국 독립영화의 지난 10년의 흐름을 통해 실험적인 시도보다는 안정적인 표현 형식을 지향하는 현재 독립영화의 지형이 어떻게 형성되어왔는지를 짚어본다. 이를 위해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단편영화 중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작품들, 그중에서도 정지우, 류승완, 박찬옥, 임필성 등 현재 충무로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감독들의 단편 작품들이 상영되며, 이상용(영화평론가·인디포럼 프로그래머), 조영각(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유운성(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3인의 패널이 포럼을 진행할 예정이다.
영화제 마지막날 열리는 두 번째 포럼 ‘영화문화와 비평_이하의 영화를 중심으로’는 동시대 영화문화 형성에 있어 비평이 담당하는 역할과 그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단편영화로 주목받았으나, 장편 데뷔작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으로 관객과 평단 양쪽으로부터 신랄하게 비판받은 이하 감독의 사례가 중심으로 다루어질 예정이다. 김영진(영화평론가), 이상용, 이선화(인디포럼 프로그래머)가 패널로 참여하고, 포럼을 위해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뿐 아니라 과거 인디포럼을 통해 소개된 이하 감독의 단편 <용선탕> <1호선>이 함께 상영될 예정이다. 인디포럼2006의 상영작 관람 및 포럼 참가는 전회 무료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