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생인 수영은 극단에 들어간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연기. 그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한 방법을 찾아 ‘지환’이 있는 강원도 산골까지 들어간다. 하지만 세상으로 나온 지환의 모습에 혼란만 더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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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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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70분에 달하는 상영시간을 지닌 작품. 데뷔작으로 이렇게 이례적인 상영시간을 가진 것 자체가 신선하다. 감독은 전혀 무명인 신연식. 비디오 프로덕션에서 일한 것이 경력의 전부인 그는 평소 안면이 있는 연극배우들과 함께 단 돈 300만원으로 이 영화를 완성했다. 한 연극집단의 모습을 따라가면서 예술이 어떤 과정으로 창작되는가를 탐구한 이 영화는 신인감독의 연출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능숙한 연출 호흡과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력을 겸하고 있어서 보는 동안 다소 놀라게 된다. 이는 새로운 스타일을 발명하겠다는 야심보다는 묘사하는 대상과 상황에 대해 한 눈 팔지 않고 끈질기게 다가서는 성실성의 결과로서 문법에 충실한 안정감과는 근본이 틀리다.more
<좋은 배우>는 예술창작이 어떻게 이뤄지는가라는 주제에 덤벼든 만큼 얼마간 관념적인 주제를 싸안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는 있으나 그걸 넘어서는 표현의 손끝이 매우 여물어서 일종의 전문가주의에 대한 구체적인 탐구로 손색이 없다. 무명감독과 무명배우가 덤벼들어 성취한 모험으로, 이만한 예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170분의 상영시간이 자의식 과잉의 산물이 아니라 묘사대상에 대한 신중한 존중의 산물이라는 걸 수긍하게 되는 독특한 영화다. 저예산 작가영화의 가능성이 이런 식으로도 펼쳐질 수 있다는 점에서 타의 모범이 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