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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합작 애니메이션, <파이스토리>
최하나 2006-07-04

<파이스토리>는 한국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에펙스 디지털과 디지아트가 미국의 원더월드 LLC와 공동 제작한 한·미 합작 애니메이션이다. 바닷속 물고기들의 모험담이라는 <파이스토리>의 설정은 자연스레 디즈니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를 연상시킨다. <니모를 찾아서>가 인간에게 잡혀간 니모와 아버지가 다시 만나기까지의 우여곡절이라면, <파이스토리>는 주인공 파이가 부모를 잃고 홀로서기를 하는 과정을 그린다. 부모의 마지막 소원대로 캐리비안에 도착한 파이는 미녀 물고기 코딜리아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를 점찍은 포악한 상어 트로이의 공격을 받는다. 파이는 전설의 고수 네리사로부터 혹독한 훈련을 받고, 트로이와 최후의 일전을 벌인다.

<파이스토리>는 황새치, 돛새치, 호랑이 상어 등 40여종의 다양한 캐릭터들을 선보인다. 하지만 각각의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상상력은 부족하다. 한결같이 선악 구도에 충실한 메인 캐릭터들은 물론, 감초 역할을 해야 할 조연 캐릭터들도 눈길을 끌 만한 독특한 개성이 없다. 캐릭터 디자인을 포함한 기술적인 부분을 한국에서 전담했기 때문인지 3D그래픽의 완성도에서도 한·미 합작의 시너지는 크지 않은 느낌이다. 아가미 하나 없이 미끈한 파이의 캐릭터 디자인은 몇 가지 단순한 표정을 구현할 뿐이고, 다소 투박하게 그려진 바닷속 풍경도 시각적인 즐거움을 맛보기엔 미흡한 수준이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이자 가장 공들여 제작된 동굴과 산호협곡에서의 추격신이 그나마 역동적인 장면이지만, 전체적으로 <파이스토리>의 완성도는 픽사나 드림웍스 등 여름 극장가를 찾을 할리우드 애니메이션들과 힘겨루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다만 <빨간 모자의 진실> <헷지> 등 최근 개봉한 여타 애니메이션처럼 <파이스토리> 역시 성우들이 큰 힘을 발휘한다. 주인공 파이 역을 맡은 김형준을 비롯해 인기그룹 SS501의 전체 멤버가 더빙에 참여했고, 개그맨 박명수와 최근 돼지바 광고로 인기를 얻은 배우 임채무가 각각 트로이와 네리사의 목소리를 맡아 맛깔스러운 연기를 선보인다. “싸움의 명수는 누구?”, “반칙하면 퇴장이야” 등 성우들의 기존 이미지에 맞춰 각색한 대사가 그들의 목소리로 튀어나올 때 국내 관객은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다. <파이스토리>는 100% 한국어 더빙판으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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