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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남자와 사라지는 여자의 사랑 이야기, <도마뱀>
김도훈 2006-05-03

기다리는 남자 조강과 사라지는 여자 아리의 사랑 이야기. 소년 조강 앞에 노란색 우비를 입은 소녀 아리가 나타난다. 자신은 지구인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닿으면 저주를 옮긴다고 말하는 아리. 조강은 애틋한 풋사랑에 빠지지만 살이 처음으로 닿은 날 아리는 사라진다. 10년이 지나 고등학생이 된 조강에게 아리가 연락을 해온다. 조강은 공부를 핑계 삼아 아리가 살고 있는 절로 찾아가고, 둘이 첫 키스를 나눈 날 아리는 다시 사라진다. 그리고 8년이 흐른다. 은행원이 된 조강(조승우) 앞에 또다시 아리(강혜정)가 나타난다. 조강은 아리를 다시는 놓치지 않겠노라 다짐하는데….

꼬리를 자르고 달아나는 도마뱀

<도마뱀>이라는 제목은 꼬리를 남기듯이 애틋한 마음만 살짝 보여주고 사라지는 아리를 의미한다. 그런데 도마뱀은 어떻게 스스로 꼬리를 자르고 달아날 수 있을까. 그 이유는 잘려나가도록 되어 있는 꼬리 부위가 뼈와 힘줄이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도마뱀은 손쉽게 꼬리를 몸체와 분리할 수 있다. 위기의 상황에서 천적의 관심을 꼬리에 남겨놓고 달아나는 무시무시한 생존전략인 셈이다. 약하게 붙어 있는 꼬리가 언제나 이득은 아니다. 도마뱀의 꼬리는 찍짓기 같은 격렬한 운동을 할 때도 손쉽게 잘려나간다. 안타깝게도 새로 생긴 꼬리는 태어나면서부터 가졌던 꼬리보다 훨씬 짧고 약하다.

만났다 헤어짐을 반복하는 연인들

아리와 조강만이 지루하게 반복되는 운명적 사랑에 고통받는 것은 아니다. 1987년작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주인공들은 자동차 여행에서 처음 만난다.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샐리와 남녀 사이에는 섹스가 있기 때문에 친구가 될 수 없다는 해리는 말다툼을 벌이고는 헤어진다. 그로부터 5년 뒤, 뉴욕의 공항에서 마주친 두 사람은 또다시 말다툼을 하고 만다. 다시 5년 뒤, 서점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은 그제야 진짜 사랑을 키우기 시작한다. 평균 주기 5년. 2005년작 <우리, 사랑일까요?>에서 올리버와 에밀리는 비행기 화장실에서 사랑을 나눈 뒤 헤어진다. 그리고 7년 뒤,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와 사진작가로 만난 두 사람은 다시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머뭇거리다 헤어진다. 또 그로부터 7년 뒤, 올리버는 에밀리의 집에 찾아가 사랑을 고백한다. 평균 주기 7년. 10년과 8년을 주기로 만났다 헤어짐을 반복한 조강과 아리의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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