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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왜?’와 ‘어떻게?’ (+영어원문)

<달콤, 살벌한 연인>이 감상의 즐거움을 안겨준 이유

사람들은 흔히 영화를 ‘이야기를 해주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영화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이탈리아 공포영화에서의 “누가 살인자인가?”와 같은 정체를 묻는 질문일 수도 있고, 한국 공포영화에서의 “왜 유령이 복수를 하려고 하는가?”와 같은 동기의 질문일 수도 있다. 영화에서 제기되는 이런 질문이야말로 관객에게 계속 흥미를 갖도록 한다. 어떤 의문들은 영화 마지막에 풀리지만, 어떤 것들은 우리 머릿속에 남아서 끊임없이 떠오르는 것들도 있다.

<달콤, 살벌한 연인>

언젠가 한 선생님이 “교육이란 그저 좋은 질문을 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 유사하게 영화를 분석하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영화가 어떤 종류의 질문을 묻고 있는가를 알아내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유사해 보이는 두 영화, 곽경택의 <태풍>과 미미 레더의 <피스메이커>(1997)의 예를 들어보자. 두 영화 모두 테러리스트가 대량파괴를 일으키려고 시도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태풍>에서 한국계 테러리스트는 한반도를 파괴하려 하고, <피스메이커>에서는 보스니아계 테러리스트가 뉴욕에 핵폭탄을 터뜨리려 한다. 그러나 두 영화는 다른 질문을 한다. <태풍>에서 핵심적 질문은 “왜?”이다. 무엇이 장동건이 맡은 인물로 하여금 한국에 등을 돌리도록 만들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긴 플래시백을 통해서 보여지고, 엔딩 크레딧에서 다시 한번 확인된다. 이것이 영화의 핵심이라는 것은 누가 봐도 분명하다. <피스메이커> 또한 짧은 플래시백에서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보다 “어떻게?”라는 질문에 더 관심을 둔다. 어떻게 테러리스트가 폭탄을 손에 넣게 되었나? 그걸 어떻게 폭파시킬 것인가? 주인공들은 어떻게 그를 막을 것인가?

“어떻게?”는 장르영화에서 특히 중요한 질문인 것 같다. 그것은 현재에 초점을 둔 실제적인 질문이다. 그래서 “어떻게?”를 묻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는 영화들은 늘 기억에 남을 만한 디테일들로 가득하다. 등장인물의 캐릭터 묘사는 그들이 누구인지를 설명하기보다는 그 인물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여주면서 이루어진다. 봉준호, 박찬욱, 허진호, 홍상수 등의 몇몇 한국 감독들은 특히 “어떻게?”를 묻고 답하는데 상당히 흡인력있는 기술을 갖춘 것 같다. 그들의 영화에서 무작위로 5분을 선택해봐라. 심지어 어떤 배경지식 없이도 그것을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왜?”는 멜로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멜로드라마영화들은 늘 등장인물의 무죄나 유죄를 중심으로 벌어지기 때문에 “왜?”라는 질문은 결정적이다. 왜 ‘갑’이 ‘을’을 배신하고 ‘병’과 함께 달아났는가? 만약 ‘갑’의 무죄를 증명할 수 있는 답이 있다면, 멜로드라마가 성립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것은 옳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해마다 70편 이상의 한국영화를 보는 사람으로서 필자는 때때로 왜 한국 장르영화- 액션, 공포, 코미디- 들이 “어떻게?” 대신에 “왜?”라는 질문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투여하는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많은 한국영화들은 주요인물의 행동을 설명하느라 에너지를 소진한 나머지, 마지막 릴에 가선 힘을 다 잃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점에서 손재곤의 최근 코미디 <달콤, 살벌한 연인>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미나라는 인물은 극악한 행동을 저지르지만, 영화는 그녀가 왜 그런 짓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신경을 애써 쓰지 않는다. 다른 감독이었더라면 고통스러운 어린 시절의 회상장면을 보여주며 그녀가 마음속 깊은 곳은 결백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확신시키려 애썼을 것이다. 손재곤 감독은 이런 모든 것을 넘어가버리고 그저 그녀가 다른 인물들과 상호 행동하는 것을 지켜보며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순수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Why?" and "How?"

People usually think of films as telling stories, but they also ask questions. They may be questions of identity, such as "Who is the killer?" in an Italian horror film. They may be questions of motive, such as "Why did the ghost seek revenge?" in a Korean horror film. It is these questions presented in a film that keep viewers interested. Some questions are answered at the end of a film, while others are left to bounce around inside our heads.

I remember a teacher telling me once, "Education is simply learning how to ask good questions." In a similar way, one of the easiest ways to analyze a film is to figure out what kind of questions it is asking.

Take for example two films that on the surface seem similar: Kwak Kyung-taek's Typhoon and Mimi Leder's The Peacemaker (1997). Both films end with scenes where a terrorist is attempting to cause mass destruction: in the former, a Korean terrorist tries to lay waste to the Korean peninsula, while in the latter, a Bosnian terrorist tries to set off a nuclear bomb in New York. Yet the two films are asking different questions. In Typhoon, the central question is "Why?" ? what has caused Jang Dong-gun's character to turn his back on Korea? The answer to this question is played out in long flashbacks, and returns in the ending credits; it's clear that this is the heart of the film. The Peacemaker also considers the question "Why?" in a brief flashback, but the film is much more concerned with "How?" How did the terrorist get the bomb? How is he going to set it off? How will the heroes stop him?

"How?" seems to be a particularly important question for genre films. It's a practical question that is focused on the present, so films that spend a lot of time asking "how?" are usually filled with memorable details. Characterization is accomplished by showing us how the characters act, rather than explaining who they are. Some Korean directors seem particularly skilled at asking and answering "how?" in an engaging way: Bong Joon-ho, Park Chan-wook, Hur Jin-ho, Hong Sang-soo, etc. Choose five minutes at random from any of their films, and they will be interesting to watch, even without any background knowledge.

"Why?", on the other hand, is the most important question for melodrama. Melodramatic films usually center around a character's innocence or guilt, and so the question "why?" is crucial. Why did character X betray character Y and run off with character Z? If an answer can be found that demonstrates X's innocence, then the melodrama is preserved.

Perhaps it's wrong to oversimplify in this fashion. But as someone who watches 70+ Korean films per year, I sometimes wonder if Korean genre films ? action films, horror films, comedies ? spend too much time asking "why?" instead of "how?" So many Korean films seem to lose their energy in the final reel, in a drawn-out attempt to explain the main character's actions.

In this sense, it was a pleasure to watch Son Jae-gon's recent comedy My Scary Girl [달콤, 살벌한 연인]. The character of Mina commits some heinous acts, but the film expends little energy worrying about why she did it. Another director may have provided flashbacks to a traumatic childhood, in a desperate attempt to convince us that she is, deep inside, innocent. Son Jae-gon dispenses with all this and simply lets us enjoy watching her interact with the other characters. The result is a film that is pure enjoyment, from start to fin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