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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들, 주먹을 휘두르다, <폭력써클> 촬영현장
사진 오계옥김현정 2006-04-17

다른 지방보다 이르게 봄이 찾아오는 부산이지만 한밤중엔 여전히 겨울이나 마찬가지다. 좁은 경사도로를 따라 한참을 올라가는 부산 광안동 동수영중학교 뒤편 테니스장에도 한밤을 밝히는 벚꽃이 무색하게 찬바람이 몰아친다. 이곳에서 <여고괴담> <아카시아>의 박기형 감독은 그동안 가까이해왔던 소녀와 여인들을 떠나 남자가 되고 싶어하는 소년들의 영화 <폭력써클>을 찍고 있었다. <폭력써클>은 축구를 하기 위해 클럽 타이거를 결성한 고등학생들이 폭력서클을 조직한 걸로 오해받고 직업깡패가 된 공고생들과의 싸움에 연루되며 비극으로 치닫는 영화다.

테니스장에 홀로 앉아 있는 상혁(정경호)은 타고난 싸움꾼이지만 육군사관학교에 가기 위해 술과 담배와 여자를 멀리하는 모범생이다. 그는 오해가 쌓인 단짝친구 재구(이태성)를 기다리고 있고, 두 아이는 말다툼 끝에 치고받는 격한 싸움을 벌일 것이다. 정경호와 이태성은 교복 차림의 스턴트맨이 먼저 보여주는 시범을 따라하며 촬영을 준비했다. 스턴트맨이 등돌리고 걸어가는 다른 스턴트맨을 붙잡고 때리기 시작하자, 박기형 감독은 그래선 안 된다고 제지한다. 친구끼리의 싸움이므로 돌아서는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룰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오랜 시범과 리허설이 끝나고 <폭력써클> 제작진은 테스트 촬영을 시작했지만 그리 많은 분량을 찍지는 못했다. 며칠 전에 부상을 입었던 이태성이 다시 한번 발목을 다쳤기 때문이다. 대역을 쓰지 않는 진짜 액션을 선호하는 박기형 감독은 앞으로도 수차례 가벼운 사고를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공포는 폭력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그리 다른 길을 가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하는 박기형 감독은 “폭력이 어떻게 끝나는지 보여주고 싶은, 다소 계몽적인 의도”로 이 영화를 생각했다고 말한다. 아직 인생이라고 할 만한 시간을 살아보지도 못한 어린아이들은 남자다운 남자가 되고자 폭력을 부정하지 않지만, 그 끝에서 죽음과 죄의식을 마주하고 밝은 미래를 떠나보내게 될 것이다. 그 비극의 현장이 되는, 당구장에서 벌어지는 패싸움이 이 영화의 절정. 박기형 감독은 이 장면을 폭력이 멋있게만 보이는 액션영화와는 다르게 찍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정경호와 이태성 외에도 장희진과 김혜성 등이 출연하는 <폭력써클>은 올해 7월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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