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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우>의 각본·주연하고 <쏘우2> 제작한 리 와넬
김도훈 2006-02-13

저예산 호러영화 <쏘우>가 예상외의 성공을 거두었던 지난 2004년. <쏘우>의 각본가이자 주연배우 리 와넬은 여전히 초조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할리우드 호사가들은 <쏘우>의 성공이 단발성이라 떠들어댔고, 제작사인 라이온스 게이트는 개봉한 지 일주일 만에 속편을 내놓으라 닦달이었다. “제왕절개로 막 아기를 낳은 여자에게 또 아기를 가지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회고하는 그는 재빨리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쏘우2>의 제작에 들어갔다. 결과적으로는 해피엔딩에 이어지는 해피엔딩. <쏘우2>는 1억달러에 가까운 흥행성적을 거두며 전편의 성공을 뛰어넘었고, 마침내 리 와넬은 할리우드가 발행하는 신용장을 얻었다.

멀끔한 외모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리 와넬은 배우로서 쇼비즈니스 인생을 시작한 청년이다. 호주의 국민 드라마 <이웃들>(Neighbours)에 출연해 소녀들의 브로마이드를 장식했던 그는 여러 TV쇼의 진행을 맡으며 명성을 얻어갔다. 그럼에도 그의 할리우드 진출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90달러짜리 호빗 귀를 달고 찾아간 <반지의 제왕> 오디션에서는 쓴잔을 마셔야 했고, <매트릭스2 리로디드>에서는 꽤 인상적인 조연인 액셀 역을 맡는 행운을 차지했지만 크게 주목하는 이는 없었다. <쏘우>의 영화화를 읍소하기 위해 찾아갔던 한 영화사에서는 그에게 “주연을 맡길 수 없다. 우리는 올랜도 뭐시기 등등의 배우를 원한다”고 쏘아댔다. 하지만 이제는 어떤 제작자라도 그를 문전박대하지는 못할 것이다. <쏘우> 시리즈의 성공을 거머쥔 그는 “리 와넬은 할리우드의 가장 창조적인 정신병적 재능”이라 칭송하는 골수팬을 거느린 젊은 제작자·각본가·배우이다. 태평양을 건너서 날아온 그의 서면 인터뷰 역시 자신의 재능을 이제 막 펼치기 시작한 청년의 패기가 등등하다.

-당신이 가장 무서워하는 건 뭔가. =영화 속에서 가장 무서운 건 잘 다듬어진 섬세한 공포일 테고, 사실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건 연체된 청구서들이다. (웃음)

-하지만 <쏘우>로 벌어들인 수익이 꽤 짭짤했지 않은가. =돈을 실제로 만지기까지 아주 오래 기다려야 했다는 점만 빼면 만족스럽다. (웃음) 액수가 정해진 수표를 주고 “이게 전부야” 하는 식은 아니었다. 영화가 벌어들인 금액만큼 나누어줬으니 꽤 많이 받은 셈이다.

-<쏘우2>는 1편보다 개봉과 최종 성적이 훨씬 좋았다. 공포영화의 속편으로는 지극히 드문 일이다. =관객이 1편의 결말에 상당히 흥미를 느꼈던 것 같다. 사실 나 스스로도 공포영화의 속편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편이다. 하지만 속편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던 관객을 놀라게 만들었던 것이 성공의 비결인 듯하다. <나는 아직도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처럼 1편의 반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편과 속편이 일종의 동반자가 되기를 바랐다.

-<쏘우2>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시작되었나. 내용을 발설하지 않을 한도 내에서 자세히 말해달라. =<쏘우2>의 아이디어는 <쏘우>에서 찾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쏘우>의 설정을 기초로 이야기를 만들고 마지막에 가서는 관객의 허를 찌르며 테이블보를 한꺼번에 낚아채듯이 모든 것을 뒤집어놓았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살인마 ‘직쏘’를 전면에 드러내는 것이었다. 제임스 완(<쏘우>의 감독)이 ‘직쏘’를 가둬두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그래서 초반에 ‘직쏘’가 저지른 범죄에서 경찰이 그의 정체를 알아내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경찰이 들이닥쳤을 때 그는 이미 또 다른 범죄를 구상해놓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살인마 ‘직쏘’의 이야기는 <쏘우> 이후에 새로 덧붙인 것인가. =처음 <쏘우>의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부터 ‘직쏘’의 이야기는 구상이 돼 있었다. 내 머릿속에는 그의 실명, 정체 등 모든 것이 들어 있다. 그에 대한 그림책까지 만들어놓았을 정도다. 덕분에 <쏘우2>에서 그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게 어렵지 않았다. 사실 1편에서 그가 지하실을 나서기 전에 자신의 범행 동기를 밝히는 부분이 있었지만, 편집 단계에서 모두 잘라내버렸다. 하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쏘우2> 이야기가 나왔을 때, 지금이야말로 잘라낸 이야기를 다시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느꼈다.

-내년 할로윈에도 <쏘우3>를 발표할 것인가. =라이언스 게이트의 속편 제의가 기쁘기는 하지만, 좀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좋은 시나리오가 나와서 <매트릭스>나 <반지의 제왕> 같은 멋진 트릴로지를 만들 수 있다면 행복하겠지만, 그러기 전까진 아직 좀더 쉬고 싶다. 구체적인 것은 아니나 <쏘우>의 주인공인 아담의 이야기로 돌아가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지금 제임스 완과 작업 중인 <사일런스>는 어떤 작품인가. =복화술에 관한 공포영화이다. <슬리피 할로우>나 <바스커빌가의 개>처럼 호러의 전통에 충실한 고전적인 작품이 될 것이다. <쏘우>보다 더 큰 예산이 투입되는 작품이라 우선은 메이저 스튜디오 시스템을 배우는 중이다. 아직은 제작 단계이기 때문에 더이상은 얘기할 수 없다. 우리로서는 또 다른 모험이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 속에서 일하는 것은 어떤가. 통제가 많지는 않은가. =누구보다 자유롭게 일하고 있다. <쏘우>는 저예산영화였기 때문에 누구도 작품에 간섭하지 않았다. 그 이후로는 제작비가 부족해 얼음장 같은 세트에서 핸드헬드로 촬영한다 해도 자유롭게 일하는 것 자체가 소중하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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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무비&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