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우>는 제작비의 55배인 5515만달러(한화 500억원)의 수입을 올린 저예산영화다. 이 정도면 대박이다. 영화의 성공비결이 뭔가? 바로 기발한 반전(反轉)이다. 오, 한땐 신선했으나 이젠 지겨워져버린 이름이여. 이미 <식스 센스> <유주얼 서스펙트> 등의 성공 이후로 <와일드 씽> <디 아더스> <블랙아웃> <숨바꼭질> 등 웬만한 스릴러영화 홍보마다 따라붙는 게 반전 컨셉이다. 반전은 효과가 센 만큼 치명적인 약점도 지녔다. 관절염보다 더 지긋지긋한 그것은 바로 스포일러. 스포일러는 좋은 기분을 한큐에 망쳐버릴 수 있는 놀라운 힘을 지녔다. 그럼 어떻게 하면 반전 스포일러의 피해를 막을 수 있을까?
만일 당신이 해당 영화의 제작·홍보·배급 관련 직원이라면? 따로국밥, 아니 따로결말을 만들어라. 즉 A극장에서 본 사람과 B극장에서 본 사람이 마지막 1분50초 동안 서로 다른 결말을 보게 하는 것이다. 로버트 드 니로와 다코타 패닝 주연의 스릴러 <숨바꼭질>은 두 가지 버전으로 국내 개봉되었으나, DVD에는 무려 네 가지 엔딩이 수록돼 있다. 그것도 서플먼트가 아닌 심리스 브랜칭 방식(챕터의 재생 순서를 조작해 특정 장면을 끼워넣거나 뺄 수 있게 한 DVD 고유의 기술)이기 때문에 네편의 영화를 보는 효과가 있다. <쏘우 2>는 한발짝 더 나갔다. <쏘우>의 충격으로 잔뜩 기대할 관객 때문에 제작진은 개봉 전까지 언론시사회를 포함해 단 한 차례의 시사회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네 가지 버전의 엔딩컷을 제작해 출연한 배우조차 어떤 결말로 영화가 끝나는지 알 수 없게 했다고. 에이,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더니.
만일 당신이 일반 관객이라면? 인터넷이 가장 큰 반전의 원흉이다. ‘스포일러’라고 당당히 명시한 글은 무조건 피해라. ‘<XX> 영화의 반전(결말)을 알아버렸어요’ 하고 하소연하듯 쓴 글은 더 큰 적이다. 괜한 동정심에 클릭질했다간 낭패 보기 십상이니까. 만일 스포일러를 일부러 알려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까이 꺼 대충 관계 정리하자. 그런 사람은 언젠가 당신의 비밀도 쉽게 폭로할 소지가 높다. 그래도 화가 안 풀리면, 그가 아직 보지 않은 다른 반전영화의 결말을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슬쩍 보내보자. 복수도 때론 괜찮은 해결법이라고 <뮌헨>은 말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