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깨다’ 혹은 ‘사랑을 떠나보내다’ 혹은 ‘사랑을 잃다’가 아니다. ‘사랑을 놓치다’라는 문장은 결과가 비슷할지언정 원인이 많이 다름을 가리킨다. 가장 비슷한 표현인 ‘사랑을 잃다’조차 결과를 초래한 원인에 자기 판단과 의지가 얼마나 섞여 있는지 의문스럽다. ‘사랑을 (붙잡으려 했으나) 놓치다’에는 자기 탓이 명백히 내포돼 있다. <마파도>의 코미디 활극에서 아스라한 멜로로 선을 달리한 추창민 감독의 <사랑을 놓치다>는 ‘자기 탓’에 대한 탐구 로맨스다.
자기 탓인 까닭은 사랑을 놓친 원인의 절반이 망설임에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조정코치로 생계를 꾸리는 우재(설경구)는 10년 만에 만난 대학친구 연수(송윤아)에게 야릇한 감정을 느낀다. 남자의 본능과 운동선수다운 맷집으로 일단 돌격을 감행한다. 깃발은 꽂았는데 우재는 기어코 망설인다. 그녀를 사랑하는 것일까, 아닐까. 들떴던 연수가 우재의 그 틈을 보고야 만다. 더욱이 우재가 스스로에게 확신을 입히는 시간의 여유는 그가 개입할 수 없고, 알 수도 없었던 돌발 사고의 변수와 마주친다. 우재와 연수의 이상한 엇갈림을 두고 흔히 인연이 없다고 한다.
자기 탓의 나머지 절반은 둔함 나아가 무지에 있다. 10년 전, ‘혈기방자’한 조정선수 우재는 수의대에 재학 중인 ‘현모양처’형 연수의 존재감을 도무지 의식하지 못한다. 연애 200일째 날에 이별 통보를 받은 우재는 연수의 위로주를 받아먹으며 꺼이꺼이 운다. 그걸 바라보는 연수의 속내도 꺼이꺼이 운다. 자신이 없어서였을 테지만, 자기감정을 표현 한번 제대로 못하는 연수의 탓보다 우재의 둔함이 더욱 나빠 보인다. 우재의 병영으로 면회 온 연수가 터미널에서 막차를 타지 않으려는 계획된 지연조차 알아채지 못하는 그 무지함이란.
그렇다면 우재에 대한 처방은? 선택적 의지에 있다,고 말한다. 누군가 재회하는 장면에 누군가 이별하는 삽화를 끼어넣은 장면이 말하는 바, 운명이나 인연이 개입하기는 하지만 ‘그 사람이 내 사람이다’라는 선택적 의지가 없고서는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 뒤늦게 깨닫고 실천하는 우재는 행운아다.
우재의 설경구는 착하거나 순하지만 않은 남자라는 점에서 <역도산>이나 <공공의 적2>의 ‘설경구스러운 이미지’의 멜로 버전을 보여준다. 송윤아의 연수는 여기에 비대칭이라 할 정도로 순애보적이다. <사랑을 놓치다>는 우연 같은 인연으로 마무리하는 남성적 시선의 로맨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