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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가장 가까운 영화, <장 르누아르의 강>

EBS 12월18일(일) 오후 2시

장 르누아르는 영화비평에 있어 난공불락의 존재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는 특정한 영화사조에 속하지 않았으며 자신만의 영화 스타일에 집착하지 않았다. 그리고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간명하게 요약할 무엇인가를 관객에게 제시하지도 않는다. 요컨대 장 르누아르의 영화는 하나의 소우주에 비견할 만하다. <게임의 규칙>(1939)을 만든 장 르누아르에게 <장 르누아르의 강>(이하 <>)은 인도에서 제작한 컬러영화라는 점에서 이채롭다.

<>은 인도 갠지스 강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성장과 발견, 첫사랑을 그리고 있다. 강가에 영국인 가족이 살고 있다. 장녀 해리엇은 열네살로 어른이 되면 작가가 되고 싶어한다. 해리엇에게는 두 친구가 있다. 열여덟살의 발레리와 멜라니다. 미국 청년 캡틴 존이 인도를 방문하는데 그는 사촌을 만나러 온 길이며 인생의 믿음과 목표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중이다. 해리엇 등의 소녀는 캡틴에게 사랑을 느끼고 각자의 방식으로 그에게 다가간다.

<>은 제작에 관한 일화가 독특하다. 르누아르 감독은 사랑을 발견하는 소녀들의 에피소드가 담긴 원작 소설을 읽은 뒤 제작자를 찾으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우연하게 케네스 매켈다우니라는 꽃가게 주인을 만난 르누아르 감독은 그에게 제작비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제작자는 ‘코끼리 사냥’ 에피소드를 영화에 넣어줄 것을 강력하게 원했지만 르누아르 감독의 반대로 좌절되었다고. 영화 <>은 첫사랑에 관한 영화이자 성장기 소녀들이 현실과 꿈 사이에서 충돌을 겪는 이야기이다. 르누아르 감독이 언젠가 밝혔듯 영화엔 “이야기의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

다시 말해서 서사가 뚜렷하게 부각되지 않으며 인도에서 살아가는 한 가족, 그리고 그들의 주변인물의 삶을 다큐멘터리에 가깝게 근접하고 있다. 강 근처에서 살아가는 인도인들의 모습, 종교의식 장면, 그리고 사소한 사건들이 펼쳐지면서 <>은 자연에 대한 애정과 르누아르 감독 특유의 휴머니즘을 담고 있다. 감독 자신의 표현처럼, 영화는 “자연에 가장 가까운 영화”로 태어난 것이다. 아마추어 배우들의 등장 역시 영화가 현실의 일부처럼 보이도록 하는 강력한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은 후기 르누아르 영화의 서사 특징, 즉 한 사람을 둘러싼 사랑 싸움을 그리면서 이를 통해 희극과 비극을 교차하는 연출세계를 보인다. 그의 모든 필모그래피가 그렇듯, <> 역시 흥미로운 실험작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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