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과 학생들이 현재와 미래의 감독으로 점지한 인물은 박찬욱 감독과 봉준호 감독이다. 설문에 응한 영화과 학생들은 감독에게 집중된 초반 다섯개의 질문에서 두 사람을 모두 5위권 내로 진입시키는 애정을 과시했다. 박찬욱 감독은 ‘가장 높이 평가하는 감독’으로 꼽혔고 봉준호 감독은 ‘최고의 한국영화, 한국영화 베스트5, 2000년 이후 데뷔한 감독 중 가장 주목받을 감독’으로 선정됐다. <살인의 추억>과 <올드보이>는 설문 전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높은 순위를 점했다. 두 사람은 작가주의와 웰메이드한 상업영화 사이를 교묘하게 넘나드는 공통분모를 지녔다. ‘상업적인 감각을 가진 감독’을 묻는 문항과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영화를 만드는 감독’ 항목에서도 수위를 차지한 강제규 감독과 김기덕 감독보다는 박찬욱 감독, 장진 감독의 약진이 눈에 띈다. 두 질문의 핵심은 흥행과 제작기간이지만 박찬욱 감독과 장진 감독의 선전은 응답자들의 취향을 보여준다. 봉준호 감독도 두 질문 공히 5위를 점하고 있다.
최고의 한국영화를 묻는 설문 결과와 한국영화 베스트5는 거의 쌍둥이처럼 보인다. 최고의 한국영화 항목에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를 추가하면 한국영화 베스트5가 구성된다. 박찬욱 감독은 최고의 한국영화, 대중적 성취를 이룬 작품, 한국영화 베스트5의 설문 결과에 각각 두편씩 자신의 작품을 올려놓았다. 이는 어떤 관점으로 평해도 응답자들이 박찬욱을 특별하게 고려한다는 결론이 된다. 그래서일까? 박찬욱은 과대평가된 감독으로도 1위를 기록했고 <친절한 금자씨>가 가장 과대평가된 영화로 지목됐다.
최고의 남녀 배우에는 <너는 내 운명>의 커플 황정민과 전도연이 나란히 정상을 차지했다. 문소리가 전도연의 뒤를 이었고 황정민은 최민식, 설경구, 송강호보다 많은 사람의 지목을 받았다. 두 사람은 다른 설문 그룹에서도 공히 최고의 배우로 선정됐다. 과대평가된 배우로 한류스타 배용준과 권상우, 과소평가된 배우에는 정재영과 차승원이 자리했다.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외국 감독은 왕가위와 팀 버튼이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왕가위와 스티븐 스필버그는 영향을 많이 끼친 감독인 동시에 과대평가된 감독으로도 지적됐다. 그들과 달리 팀 버튼이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감독과 과소평가된 감독에서 공히 수위를 차지한 것은 학생들의 팀 버튼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다. 다만, 고려할 것은 최근 팀 버튼의 영화 두 편이 연달아 개봉했다는 사실이다. 이와이 순지는 소장목록에서 1위를 차지하여 왕가위와 팀 버튼 못지않게 사랑받는 감독임을 입증했다. 외국영화 베스트5는 <화양연화>를 제외하면 미국영화 일색. <타이타닉>이나 <반지의 제왕>에 대한 애착과는 대조적으로 전 문항에서 흥행성이 약한 예술영화를 선호하는 움직임은 찾아보기 어렵다.
현존 한국영화 감독 중 가장 높게 평가하는 인물은?
박찬욱 (40) 봉준호 (27) 이창동 (16) 임권택 (13) 김기덕 (11) -하고 싶은 이야기를 덤덤하게 할 수 있는 자신감. -대중적이지 않은 스토리를 대중적으로 소화하는 능력.
최고의 한국영화는?
<살인의 추억> (21) <올드보이> (17) <8월의 크리스마스> (11) <복수는 나의 것> (8) -풍자적이면서도 긴장감의 무게중심을 잃지 않는다. -장르의 공식이나 흥행요소를 따르지 않고 만듦새로 성공을 이뤄냈다.
상업적 감각이 가장 뛰어난 감독은?
강제규 (51) 강우석 (37) 장진, 박찬욱 (각 19) 봉준호, 류승완 (각 5) -상업영화 경계 내에서 관객의 시야를 내다보는 눈을 가진 감독. -흥행에 전부 성공한 그가 다른 사람보다 미학적 지식이나 표현능력이 떨어져서 그런 영화를 찍지 않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대중영화로서 가장 높은 성취를 이룬 영화는?
<태극기 휘날리며> (30) <올드보이> (18) <웰컴 투 동막골> (16) <살인의 추억> (15) <실미도> (12) -저비용 고효율의 한국영화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를 보여준 사례. -한국 국민이 가진 트라우마를 통해 국민 정서를 통합한 것.
가장 효율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김기덕 (45) 장진 (26) 박찬욱 (14) 류승완, 봉준호 (각 7) -최소인원, 최소자본, 최단기간에 완성한다. -자신이 택할 수 있는 선에서 원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창출했다.
과대 또는 과소평가된 한국 감독은?
과대평가_ 박찬욱 (15) 임권택, 곽경택 각 (10) 홍상수 (9) -국제영화제 수상이 모든 것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과도한 명성 때문에 작품에 대한 기대치만 높아진다.
과소평가_ 유하 (10) 임상수 (7) 이명세 (5) 봉준호, 장준환 (각 5) -흥행과 감성 양쪽에 저력을 가진 감독. -작가라는 이력에 비해 베테랑을 연상시키는 연출 실력.
과대 또는 과소평가받은 한국영화는?
과대평가_ <친절한 금자씨> (22) <웰컴 투 동막골> (9) <태극기 휘날리며> (8) -언론과 광고가 빚은 선정주의 연속. -친절하지 않은 영화, <올드보이>와 <복수는 나의 것>의 그림자만 남았다.
과소평가_ <형사 Duelist> (6) <사랑니> (5) <외출>, <깃> (각 4) <지구를 지켜라!> (3) -미래의 텍스트가 될 기념비적 작품. -강동원의 클로즈업만으로 한편의 영화를 끌어내는 연출력.
최고의 남자배우는?
황정민 (30) 설경구 (21) 최민식 (20) 송강호 (17) 정재영 (10) -황정민의 연기에는 황정민이 자취를 감춘다. -주·조연을 가리지 않는 성실과 진실로 관객의 가슴을 두드리는 배우.
최고의 여자배우는?
전도연 (43) 문소리 (26) 강혜정 (19) 이영애 (9) 염정아 (8) -소녀에서 요부까지 자유자재. -이미지를 계속 변주하면서 날이 갈수록 영화에 스며든다.
과대 또는 과소평가받은 한국 배우는?
과대평가_ 배용준 (34) 권상우 (17) 최민식 (9) 전지현, 손예진 (각 8) -<스캔들>에서 거둔 스크린 안착의 효과가 <외출>에서 어긋나버렸다. -한류스타의 가치는 있지만 연기력은 미지수.
과소평가_ 정재영 (16) 차승원 (15) 황정민 (14) 류승범 (7) 이나영 (5) -다양한 캐릭터와 감정이 숨어 있는 얼굴과 표정. -어떤 역이라도 자로 잰 듯 연기하는 영민함.
2000년 이후 데뷔한 감독 중 가장 기대되는 감독은?
봉준호 (57) 장준환 (20) 류승완 (14) 박진표 (12) 최동훈 (10) -시나리오 작법, 촬영 이해도, 미장센 구성력 등 기본기가 탄탄하고 작가적 집념이 완벽에 가깝다. -<플란다스의 개>에서는 최고의 스타일, <살인의 추억>에서는 최고의 연출력.
충무로에 데뷔하지 않은 감독 중 가장 기대되는 인물은?
김종관 (12) 윤종빈 (11) 김선민, 노동석 (각 3) -남다른 멜로의 감수성. -힘있는 시나리오.
1990년 이후 한국영화 베스트5?
<살인의 추억> (54) <올드보이> (53) <8월의 크리스마스> (27) <봄날은 간다> <복수는 나의 것> (각 16) -최고의 시나리오가 놀라운 결말과 결합한다. -과연 이 영화에서 흠잡을 곳이 있을지 궁금하다.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외국 감독은?
팀 버튼 (21) 왕가위 (18) 스티븐 스필버그 (15) 기타노 다케시 (11) 쿠엔틴 타란티노 (9) -그의 영화를 보면 꿈꾸는 기분이 든다. -기괴하면서도 재치있고 따뜻하면서도 냉소적이다.
과대 또는 과소평가받은 외국 감독은?
과대평가_ 스티븐 스필버그 (11) 왕가위 (7) 뤽 베송 (6)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3) -후기로 갈수록 주제의식은 사라지고 CG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든다. -스필버그가 지구를 지킬 수는 없다. 과거에 영화를 잘 만들던 감독일 뿐.
과소평가_ 팀 버튼 (5) 기타노 다케시 (4) 차이밍량 (3) -판타지를 만드는 감독이라는 이유로 평가절하됐다 -그의 상상력을 보라. 누가 눈이 오는 것이 가위손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랴.
거장들 가운데 당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은?
앨프리드 히치콕 (35) 스탠리 큐브릭 (15) 오즈 야스지로 (12) 장 뤽 고다르 (9) 프랑수아 트뤼포 (8) -어떤 촬영과 편집 부분은 지금 봐도 새롭다. -영화는 재밌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조용히 가르쳐주는 거장.
가장 많이 소장한 영화타이틀(DVD 또는 비디오)의 감독은?
이와이 순지 (12) 왕가위 (10) 팀 버튼 (6) 앨프리드 히치콕, 마틴 스코시즈 (각 5) -예쁘고 착하고 아픈 이야기를 가장 잘 담아내는 시대의 이야기꾼.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에서 실타래처럼 얽힌 이야기를 마술처럼 풀어낸다.
1990년 이후 외국영화 베스트5?
<화양연화> (15) <타이타닉> (15) <반지의 제왕> (13) <킬 빌> (12) <매트릭스> (11) -왕가위 영화의 정점, 슬로의 미학. -동시대의 도시적 감각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