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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편집 남나영·이수연
사진 이혜정이영진 1999-12-28

먼지나 스크래치, 출입금지!

필름을 잘라냈다 붙였다 하는 곳이라 필경 지저분할 것으로 지레 짐작하는 것은 오산이다. 남나영(29)씨와 이수연(28)씨가 의기투합해서 차린 LN편집실은 항상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오리지널 필름을 다루는 네거편집의 공정을 고려한다면 이는 기본규칙인 셈이다. 매끄러운 프린트를 위해서 먼지나 스크래치는 절대사양. 네거편집이란 최종편집본이 나오면 이를 기준으로 오리지널 네거필름을 잘라 붙이는 과정. 이 작업이 끝나면 곧장 현상에 들어간다. 그림만 놓고 보면 마지막을 장식하는 셈이다. 별도의 전문기사가 담당하는 할리우드 시스템과 달리 국내에서 네거편집만을 전문적으로 맡고 있는 곳은 올해 7월 문을 연 LN편집실이 처음이다.

남나영씨는 박곡지 기사 밑에서, 이수연씨는 박순덕 기사 밑에서 일을 배웠다. 기술시사 때 조금이라도 프린트에 이상이 있으면 자신들을 먼저 쳐다보는 시선에 막내 땐 적잖이 마음상했던 적도 있다. 조금만 기다리면 편집기사로 데뷔할 기회가 주어질 차례였지만, 자신들의 이름을 맡기기엔 아직 이르다고 판단했다. ‘자기 것을 갖고 싶다’는 욕심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적어도 이름 석자를 걸려면 그만큼의 ‘실력과 책임’ 또한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좀더 경험을 쌓고 싶었다. “네거편집이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 작업이라고 보긴 힘들죠. 길이대로 잘라 붙이는 단순한 기술이니까요.” 하지만 단조롭다고 손가는 대로 작업하는 것은 금물. ‘꼼꼼하게 반복해서 확인해야 한다’고 몇번을 강조한다.

전보다 나아졌지만 아직 충무로의 후반작업 일정은 너무 인색하다. 편집장비 상황만 해도 그렇다. “그 비싼 아비드 편집기를 개인이 갖고 있는 건 아마 우리나라밖에 없을 거예요.” 91학번인 이들은 5개월 남짓 동안 애니메이션 <성춘향뎐>과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을 기록한 <노래로 태양을 쏘다>를 비롯해서 단편영화 작업을 주로 했다. 현재 진행중인 작업은 단편영화 <해 아래 햇살>. 앞으론 장편 극영화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광고 구분하지 않고 보폭을 늘릴 요량이다. 자신을 세워놓고서 셔터를 눌러대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 때문에 ‘사진 찍히는 건 쥐약’이라는 남나영씨는 공포와 멜로를, 카메라 앞에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다’는 이수연씨는 가슴 한켠을 훈훈한 기운으로 채워주는 영화를 즐겨 본다. 시간과 흘린 땀을 버무려 언젠가 자신들의 작업대 위에 개성적인 스타일 한 접시를 차릴 때까지 쉬지 않겠다는 것이 이들의 밀레니엄 각오다.

남나영/ 1971년 부산 출생·경성대 연극영화학과(영화연출 전공) 졸업·<넘버.3> <접속> <쉬리> <거짓말> 네거편집

이수연/ 1972년 서울 출생·서울예전 영화학과(편집 전공) 졸업·<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태백산맥> <창> <편지> 네거편집, 단편 <동시에>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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