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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꼭 봐야 할 영화, <비트 댓 마이 하트 스킵트>

어느 몽상가의 이유있는 반항

<비트 댓 마이 하트 스킵트>

미국 여름 극장가에서 성인을 위한 영화를 찾기란 힘들다. 하지만 올해는 약간의 예외가 있다. <뉴욕타임스>가 올 여름 “꼭 봐야 할 영화”라고 평한 프랑스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비트 댓 마이 하트 스킵트>가 바로 그 영화. 이 작품은 뉴욕을 배경으로 한 제임스 토백의 78년작 <손가락들>(Fingers)의 리메이크로, 평론가들 사이에 오리지널과 리메이크의 비교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또 평론을 포함해 이례적으로 3개의 관련 기사를 실은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많은 뉴욕 베이스 평론가와 미디어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토백 감독도 인터뷰를 통해 <비트…>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토백은 “이 영화 때문에 <손가락들>이 다시 관심을 끌었으면 했다”면서, “오디아르의 영화가 좋지 않았다면, 이렇게 그 영화를 알리기 위해 애쓰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는 <스페니쉬 아파트먼트> <추방된 사람들> 등으로 알려진 로맹 뒤리스가 아버지(니엘스 아레스트럽)의 하층 부동산 사업과 피아니스트로의 길 사이에서 방황하는 젊은이를 연기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뒤리스의 연기를 대니얼 데이 루이스에 비교하기도 했다. 오디아르 감독은 2001년작 <리드 마이 립스>(Read My Lips)로 미국 아트하우스 팬들에게 알려졌다.

하비 카이틀이 주연한 <손가락들>은 70년대 허무주의를 배경으로 당시의 시대상을 표현한 작품이다. 원작이 70년대 뉴욕의 시대적 산물이기 때문에 시대와 배경을 21세기의 파리로 옮겨놓는 것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비트…>는 스토리를 견고하게 다듬었으며, 현실과 더욱 가깝게 캐릭터를 묘사해, 일각에서는 존 카사베츠와 데이비드 마멧의 작품에 비유하기도 했다. <손가락들>이 아버지의 폭력성과 어머니의 정신질환 사이에서 방황하는 주인공의 내면의 갈등을 묘사했다면, 어머니가 10년 전 사망한 상태에서 시작하는 <비트…>는 점점 어린애가 돼가는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원망, 자신의 미래 사이에 대한 갈등이라고 볼 수 있다.

뒤리스가 연기한 주인공 톰은 아파트에 쥐를 풀어 입주자들을 쫓아내고, 술집에서 패싸움을 벌이고, 워크맨을 끼고 콧노래를 부르며 파리 시내를 드라이브하고, 벗은 몸으로 바흐의 <토카타 E. 단조>를 피아노로 연주한다. 톰의 모습은 클로즈업과 롱테이크로 촬영돼 관객은 바로 그의 옆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특히 배가 나오고, 헝클어진 머리에 아직도 음식과 여자에 대한 욕심이 넘치는 아버지가 톰을 교묘히 이용해 채무자에게 폭력으로 돈을 받아내게 한 뒤 “그렇게 어렵지 않았지?”라고 말하는 장면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잘 표현해준다. 또 어머니의 전 콘서트 매니저를 우연히 만난 뒤 오디션 기회를 얻은 톰이 프랑스어를 하나도 못하는 중국 피아니스트와 제스처와 음악만으로 소통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뒤리스의 피아노 연주 모습 역시 상당히 설득력 있어 보인다. <비트…>는 자만심에 빠진 한 젊은이의 이야기가 아니라 진실된 자아발견의 여정이다. <뉴요커>의 평론가 데이비드 덴비는 “대부분 욕구불만의 젊은 몽상가들과 달리, 이 주인공은 무정부주의적인 자유를 원하지 않고, 예술과 질서를 갈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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