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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스릴러영화의 교본, <현기증>

<EBS> 7월17일(일) 오후 1시40분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은 1950년대에 중요한 작품을 여럿 만들었다. <다이얼 M을 돌려라>와 <너무 많이 아는 사람>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등이다. 비슷한 시기에 히치콕이 만든 영화들처럼, <현기증> 역시 특정한 모티브를 바탕으로 한다. 영화에선 ‘죄의식’이라는 것, 그리고 한 여성을 향한 남성의 미묘한 심리가 부각되고 있다. 히치콕 감독은 영화에 대해 “주인공 남자는 어느 불가능한 여성상을 현실로 만들고 싶은 충동을 지니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이미 죽은 여성과 잠자리를 하고 싶은 욕구와 비슷할 것”이라며 작품에 숨어 있는 은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스카티 퍼거슨은 높은 곳에 올라가면 심각한 현기증을 느끼는 고소공포증 때문에 경찰일을 그만두고 사립탐정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어느 날 그는 친구 개빈 엘스터로부터 부인 매들린을 미행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스카티는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매혹되어 홀린 듯이 뒤를 쫓는다. 얼마 뒤 스카티는 강물에 뛰어든 매들린을 구한 다음, 매들린과 사랑에 빠지고 매들린 역시 그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매들린이 이끄는 대로 교외의 한 수녀원에 간 스카티는 종탑에 올라가는 매들린을 뒤따르다가 고소공포증을 느끼게 되고, 매들린은 추락사한다. <현기증>은 두 단락으로 이루어진다. 첫 번째는 매들린이라는 여성이 어이없이 죽음으로 향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으며 두 번째 단락은 주인공이 매들린과 닮은 주디라는 여성과 만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영화가 관객에게 서스펜스를 제공하는 방식은 의외로 단순하지 않다. 제임스 스튜어트가 연기하는 스카티라는 인물은 높은 곳에 올라가면 두려움을 느끼는 증세로 고통을 받고 있으며 그의 심리적 강박은 매들린의 죽음으로 증폭된다. 이후, 매들린과 똑같이 생긴 주디라는 여성을 대하면서 스카티의 태도는 모순적인 것으로 드러나고 성적 집착에 근접하게 된다. 예컨대, 주디에게서 매들린의 모습을 발견하려는 그는 머리 색깔과 옷차림까지 간섭하면서 과거의 기억에 골몰하려고 들기 때문이다. 이후 뜻밖의 반전이 가세하면서 <현기증>은 시각적 효과와 이미지, 그리고 킴 노박이 연기하는 여성 캐릭터가 신비화되는 방식 등에서 흥미로운 스릴러영화로 남게 되었다.

<현기증>은 이전에 히치콕 감독이 만든 <이창>(1954)과 비교되곤 한다. 개인적 공포에 사로잡힌 주인공과 한 여성의 슬프면서도 기이한 사랑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카메라 테크닉 등의 요소에서 현대 스릴러영화의 교본으로 남아 있으며 히치콕 감독 자신의 여성에 대한 태도를 노출한다는 점에서, 다시 말해서 여성에 관한 조심스런 지배욕을 담고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이후 제작된 <마니>(1964)를 예견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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