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 로빈 우드와 도널드 스파토가 그의 대표작으로 꼽는 작품이다. 로빈 우드는 이 영화가 이 땅이 생긴 이래로 가장 아름다운 영화, 네다섯편 중 하나로 꼽힌다고 말했다. 도널드 스파토는 무려 26번이나 이 영화를 보았다고 고백했다. 사립탐정 스코티는 사건의뢰를 맡았다가 마들레인이라는 여인에게 연정을 느끼는데 마들레인의 자살 이후 그녀를 똑같이 닮은 주디라는 여인에게 강박적으로 매달린다. 두 여인은 사실 동일인물. 이 영화는 허구 인물 마들레인과 실제 인물 주디의 대비를 통해 현실과 환영, 찰나와 영원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탐구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을 파멸시키는 남성적 강박감의 실체를 건드린 영화이기도 했다. 장면마다 지나칠 정도로 공을 들인 이야기나 화면 구성은 완벽에 가깝다. [씨네21 216호,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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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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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비디오로는 줌과 트랙을 결합하여 "현기증"을 표현한 뛰어난 카메라 워크를 느낄 수 없다. 그러나 한 여자에 관한 집착과 사랑이라는 욕망이 어떻게 변형되고, 죽음까지도 불러올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영화 이다. 대부분의 히치콕 영화와는 달리 느린 템포와 낭만성 때문에 가장 히치콕적이지 않은 작품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욱 애착이 가는 영화.more
(현기증)은 히치콕의 천재적인 영상감각과 절정에 이른 연출역량이 배어 있는 수작이다. 가령, 종루에서 밑을 내려다 볼 때 현기증을 느끼는 장면은 카메라를 뒤로 빼면서(트랙아웃), 피사체를 확대하는(줌인) 기법을 동시에 사용한 것으로 히치콕은 15년 동안이나 이 촬영방법을 궁리했다고 뒷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