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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쟝센단편영화제 [4] - 코미디

코미디 장르 본선 진출작들

희극지왕

코미디의 왕을 가려라

올해 코미디의 왕은 누가 될 것인가? 엎치락 뒤치락 돌발 상황으로 이어나가는 코미디에서 단번에 잘 짜여진 한방을 터뜨리는 코미디까지 10편의 작품들이 있다. <정말 큰 내 마이크> <서울 블루스> <Break Time> <하얀 풍선>처럼 조금만 더 기울면 비정성시 부문에 출품될 만한 무거운 주제를 코미디의 방식으로 소화한 영화들도 있다. 극영화들이 서로 비슷한 수위에서 경쟁하고 있는 반면, <양성평등> <멍크>가 보여준 애니메이션의 재치가 돋보인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정말 큰 내 마이크>/ 우선호/ 22분40초/ 2005년

기죽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내며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더욱이 가진 것 없는 사람이 그렇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얼까? <정말 큰 내 마이크>의 주인공 만수는 당당하게 큰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큰 스피커가 아니라 큰 마이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산다. 마이크와 만수의 인연은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만수 아버지는 동네 이장이었다. 그에게는 마이크가 있었다. 그 마이크 하나면 동네를 쩌렁쩌렁하게 호령하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패가망신한 그가 어느 날 술에 취해 그 마이크에 대고 노래를 흥얼거린 뒤로 마이크의 임자는 바뀌어버렸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만수는 커서 장사꾼이 되었다. 한여름에 여자 속옷을 차에 싣고 다니며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그의 아버지가 그랬듯 지금 그가 믿는 것도 역시 마이크 하나뿐이다. 마이크가 있으면 신이 났다. 차가 견인되어가도 마이크에 잔뜩 힘을 주고 소리를 치면 용기가 난다. 하지만 사실 힘없는 만수에게 되는 일이란 별로 없다. 하루 종일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치이며 점점 더 힘든 나락으로 떨어져갈 뿐이다. 그 순간 그가 오로지 바라는 건 세상에서 정말 큰 내 마이크를 갖는 것이다. 그래서 떵떵거리며 하고 싶은 말 한번 해보는 거다. 결국 하늘에서 사람 두키 만한 마이크가 만수의 눈앞에 떨어지고야 만다. <정말 큰 내 마이크>는 사소한 사건의 연쇄를 차근차근 이어가는 영화다. 때문에 코미디의 왕에 오를 만한 가장 큰 웃음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슬픈 웃음이고, 가장 착한 웃음인 것만은 확실하다.

한국식 단편 화장실 유머

<되면 한다>/ 최원섭/ 29분10초/ 2005년

‘하면 된다가 아니라 되면 한다’라는 이 영화의 제목이 곤란에 빠진 주인공의 코믹함에 관해 모든 걸 말해준다. 되는 게 하나도 없으니 되기만 하면 한다는 것이다. 무슨 말인가? 연애 100일째를 맞은 20대의 두 남녀. 여자의 부모는 여행갔고, 동생은 도서관에 갔다. 여자의 집에 초대받은 남자는 한껏 기대어 부풀어 방문한다. 이제 막 분위기를 잡고 침대에 누우려는 찰나. 갑자기 들이닥치는 부모. 방에 숨은 남자는 소변이 마렵다. 더이상 못 참겠다. 그래서 박카스병으로 해결해보려다 바닥에 넘친다. 방에는 닦아낼 휴지도 없다. 옷으로 넘친 소변을 닦는 남자. 부모가 집을 나서자 이번에는 동생이 돌아온다. 기대에 부풀었던 ‘방문의 목적’은 어이없이 꼬이면서 엉망이 된다. 한국식 단편 화장실 유머라고 부를 만하다.

남자만 길 건너고, 남자만 비상탈출?

<양성평등>/ 조주상/ 2분17초/ 2004년

남녀평등의 시대라고? 아직 아니다. <양성평등>은 아주 명쾌하고 산뜻하게 그 점을 짚어낸다. 짧은 2분여의 상영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차별이 사회 구석구석에 표지로 남아 있는지 여실히 짚어낸다. 여자 화장실 표지판 그림 속에 있던 모형 하나가 갑자기 그림 바깥으로 튀어나온다. 머리카락을 하나 뽑듯 분신을 만들더니 ‘그녀’들을 배제한 표지판들을 하나둘 찾아가기 시작한다. 그렇게 그녀들을 따라가다보면 사회에 빈구석이 너무 많다는 걸 알게 된다. 그녀들은 비상구를 알리는 표지판 안으로 들어가 남자 표시 옆에 선다. 엘리베이터 표지판 안으로 들어가 가운데에 선다. 신호등에 들어가 자기 자리를 잡는다. 매일 마주하는 이 표지판들이 모조리 남성화된 기호로 되어 있다는 걸 우리는 그제야 알게 된다.

양말의 비밀

<스테이크 하우스>/ 김동준/ 12분30초/ 2005년

어느 레스토랑의 점심시간. 두 친구는 마주 앉아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며 스테이크를 먹는다. 오랜만에 만난 듯 보이지만 우정은 꽤 깊어 보인다. 시간은 흐르고 식사는 끝나간다. 아무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상의 시간. 드디어 친구 하나가 재미 삼아 이야기 한 토막을 꺼낸다. 어느 절친한 친구가 있었단다. 그런데 친구의 부인이 다른 친구와 바람을 피웠단다. 어느 날 그 현장을 목격한 친구가 달려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후략. 그리고 재미있게 웃는 두 친구. <스테이크 하우스>는 영화가 거의 끝나갈 때까지 긴장으로 웅크리고 있다가, 기지개를 켜며 한방에 상황을 전복시킨다. 과연 이야기 속 친구는 뭐라고 했을까? 왜 이 친구는 그 에피소드를 꺼낸 걸까? 카메라는 두 친구의 양말을 보여주는데 거기에 비밀이 있다. 웃음 포인트 작성법이 확실한 영화다.

세계의 단편 장르영화를 만나자

해외 초청작 - 코믹 웨이브, 고스트 리턴

<무섭지!?>

미쟝센단편영화제는 총 16편의 해외영화를 같이 상영한다. 미쟝센영화제 프로그램팀이 단편영화제의 칸으로 불리는 클레르몽 페랑 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한 영화 중 직접 6편을 선별해왔고, 일본 도쿄단편영화제에서 상영된 아시안 고스트 필름 섹션 상영작 10편을 초청해왔다. 클레르몽에서 가져온 6편의 영화들은 코미디에서 호러까지 다양하다. 18세기 이후 대대로 특수전문가를 배출해온 한 가족을 다룬 <특산품 수출 주식회사>를 비롯하여 어느 젊은 백수의 하루를 담은 <게걸음>, 목수와 그의 푼수기질의 아내를 소재로 한 <목수와 그의 사랑스러운 아내> 등 미국, 아일랜드, 아르헨티나, 핀란드, 스페인, 노르웨이영화들이 상영된다. 도쿄에서 가져온 10편의 작품들은 귀신 친구들이 모험을 떠나는 <즐거운 나의 집>, 진짜 무서운 귀신이 되기 위해 고투를 벌이는 <무섭지!?>, 오래된 병원 건물 엘리베이터에 전해지는 기담 <다운>, 변심한 남자친구에게 펼치는 기발한 복수 방법론 <침대 밑> 등 일본과 타이, 말레이시아영화 등이 각종 장르들로 고루 포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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