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평등의 시대라고? 아직 아니다. <양성평등>은 아주 명쾌하고 산뜻하게 그 점을 짚어낸다. 짧은 2분여의 상영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차별이 사회 구석구석에 표지로 남아 있는지 여실히 짚어낸다. 여자 화장실 표지판 그림 속에 있던 모형 하나가 갑자기 그림 바깥으로 튀어나온다. 머리카락을 하나 뽑듯 분신을 만들더니 ‘그녀’들을 배제한 표지판들을 하나둘 찾아가기 시작한다. 그렇게 그녀들을 따라가다보면 사회에 빈구석이 너무 많다는 걸 알게 된다. 그녀들은 비상구를 알리는 표지판 안으로 들어가 남자 표시 옆에 선다. 엘리베이터 표지판 안으로 들어가 가운데에 선다. 신호등에 들어가 자기 자리를 잡는다. 매일 마주하는 이 표지판들이 모조리 남성화된 기호로 되어 있다는 걸 우리는 그제야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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