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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고] 마이클 베이 감독의 신작 <아일랜드> 부분 공개

인공복제에 관한 불안, SF영화로

“처음 이 작품을 구상할 때는 SF 스릴러물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지난주 신문에 한국에서 인간 배아 복제를 성공했다는 기사를 읽고 나니 현대 의학 스릴러물로 바꿔서 선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5월24일 저녁, AMPS(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 Sciences)에서 영화 <아일랜드>의 프로듀서 월터 F. 파크스가 행사를 열며 사용한 멘트이다.

마이클 베이는 감독 최고의 악몽이 현실로 다가왔다며 스크리닝을 시작했다. 즉, 아직도 편집 중인 미완성 영화의 초반 40분과 액션신 5분을 기자들에게 공개하는 것. 바로 어젯밤만 해도 편집기를 떠나지 못한 상태로 오늘 들고 왔다며, 개봉일 완성된 필름은 덜 마른 약품이 뚝뚝 떨어지는 상태로 배달될 것이라고 농담을 했다. 아직 CGI가 안 들어가 임시로 그린 스크린이 남아 있는 그래픽과 낮은 해상도의 영상을 크게 키워놓은,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들을 보게 될 것이니 너그러이 용서해 달라고 했지만, 실제 스크리닝이 진행되자 몇몇 장면을 제외하곤 여느 때깔 좋은 할리우드영화와 같은 흐름을 보여주었다. 특히 마이클 베이 감독다운 화려한 액션신은 언론으로 구성된 관객의 탄성을 자아냈다.

스크리닝이 끝나자 아래층에서는 영화에서 보던 그대로의 할리우드 파티가 열렸다. 고급 음식과 주류보다 더 인기를 끌었던 것은 영화에서 클론들이 신고 있던 퓨마 운동화를 받기 위한 줄이었다.

미완성본을 공개할 수밖에 없는 이유

그럼 이완 맥그리거, 스칼렛 요한슨 주연, 마이클 베이 감독의 대규모 블록버스터의 홍보를 준비도 안 된 채 진행하는 이유는 뭘까? 올 여름 할리우드 개봉작들을 보면 쉽게 이해된다. 현대 미 팝컬처의 한획을 긋는 다스 베이더의 탄생을 30년 기다려온 <스타워즈>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는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 소싯적 코믹북에서부터 접해오다 이젠 세계적인 영웅이 된 배트맨의 초기 모습을 보여줄 <배트맨 비긴즈>, 스필버그가 H. G. 웰스 원작소설을 또다시 영화화하여 톰 크루즈의 이름을 걸고 내놓는 <우주전쟁>이 포진해 있는 올 여름에 개봉일이 잡힌 <아일랜드>로서는 실로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 내용은 둘째치고 일단 들어본 적은 있어야 관객을 불러들일 것이 아닌가? 앞에 언급한 세 영화들만큼 인지도가 높은 작품들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14개월 전에 급히 크랭크인해 기존의 프랜차이즈와 연고도 없이 흔한 에로물로 착각받을 제목을 단 영화 <아일랜드>를 급히 언론에 공개해야 하는 것이다. 즉, 올 여름 할리우드에서 내놓는 블록버스터 중 제목을 듣고도 내용을 알 수 없는 영화라는 마케팅적인 ‘약점’을 이른 시일 내에 극복해야 하는 심각한 과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아일랜드>의 내용은 과연 어떨까? 먼 미래, 오염에 휩싸인 지구 표면에서 구출받은 인간들이 모여사는 시설물이 있다. 밖에는 아름다운 섬이 있는데, 그 섬이 지구상 마지막 낙원, 유일하게 오염되지 않은 지역인 ‘아일랜드’. 모든 사람들은 그 섬에 가는 것이 인생의 유일한 소원이며, 매일 방영되는 추첨을 보며 자신이 행운의 당첨자이기를 바란다. 시설물에 온 지 2년이 지난 링컨 식스-애코(이완 맥그리거)는 이 모든 것이 못마땅하다. 인생엔 뭔가 다른 것이 있을 것만 같고, 자신이 매일 입는 흰색 운동화 대신 색깔이 있는 운동화를 신었으면 좋겠다. 그의 친구 조든 투-델타(스칼렛 요한슨)가 아일랜드행 티켓에 당첨되는 날 밤, 링컨은 진실을 알게 된다. 환경오염은 없으며, 자신들은 모두 클론이며, 아일랜드로 간다는 것은 자신의 원본인 고객에게 장기이식을 하기 위해 죽임당한다는 사실을.

‘내가 알고 있던 세상이 사실은 모두 허구이며, 실제 세상은 나를 하나의 소모품으로 간주하여 이용할 목적으로 나를 사육하고 있다. 이 모든 허상을 깨고 바깥 세상으로 나가 진실을 깨닫고, 나의 동료들을 구원한다.’ 어떤가? 어디서 많이 들어본 줄거리라면 당신은 아마 <매트릭스>의 팬일지도 모르겠다. ‘신체의 아픈 부위를 인공 부품으로 갈아서 생명을 연장한다.’ <은하철도 999>를 떠올린다면 당신은 8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사람임이 틀림없다.

공개시사회에서 제작진은 깊은 철학적 질문이나 과학적 당위성을 애써 회피하며 오락성을 강조했지만, “신? 신이 뭐예요?”라는 링컨의 질문에 “음…. 정말 간절히 뭔가를 원할 때 있잖아? 그때 너를 무시하는 사람이 바로 신이야”라고 답해주는 스티브 부세미의 답 속에 본 작품의 세계관이 비친다. 신과 도덕성을 배제한 상태에서 과학이 갈 수 있는 현대 의학의 미래를 미연에 폭로하는 것이다.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6번째 날>, 마이클 키튼의 <멀티플리시티>, 최근 <스타워즈>에 나오는 수천명의 클론 군단까지, 유전자 조작과 클로닝에 대한 공상과학물은 알게 모르게 많은 영화의 소재가 돼왔다. 하지만 <아일랜드>가 우리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은 그것이 그다지 머지않은 미래라는 것과 의학의 용도로 사용될 스페어 부품의 제조기로서 클론을 본다는, 그다지 불가능하지도, 우리가 읽고 있는 신문 기사와 영화가 만나는, 머잖은 우리의 미래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제작진이 <아일랜드>를 통해 우리에게 묻는 질문은 바로 이것. 폐암으로 죽어가는 마당에 돈만 내면 몇 개월 만에 복제인간을 통해 건강한 폐를 키워 기증받을 수 있다면 당신은 하겠는가? 인간 존엄성을 고려하여 거부하겠는가? 만일 누군가가 복제인간은 아무런 의식도 없는 실험실 배양관 속의 세포덩이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해준다면? 유혹받지 않을 사람은 드물지 않을까?

링컨과 조든이 탈출하여 자신들의 원본을 찾아온 로스앤젤레스는 지금으로부터 불과 15년 뒤인 세상. 날아다니는 오토바이를 제외하면 현재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몇년 뒤에 내 몸이 늙어 쇠약할 때 내가 살아봄직한 가까운 미래라는 설정이 생각해볼수록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일랜드>의 특별한 점이다. 갈수록 속편과 리메이크 만들기에 급급한 할리우드 트렌드가 어느 때보다 두드러진 올 여름. 그나마 신선한 발상과 통쾌한 액션이 가미된 영화를 찾는다면 극장으로 발길을 돌릴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프로듀서팀인 월터 파크스와 로리 맥도널드가 현재 <장화, 홍련>을 리메이크하려고 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그들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액션이 없어 몸이 근질근질했다”

감독 마이클 베이 인터뷰

-영화 제작은 얼마나 남았나.

=편집이 상당량 남아 있다. 오늘 보면서도 여기 자르고, 저기는 빠진 장면이 있고 등등 많은 생각을 했다. 제작진 외 사람들에게 보여준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하지만 기자들은 진짜 관객이 아니지 않은가? (웃음) 관객과 기자들의 반응은 차이가 크다.

-큰 액션장면이 없는 첫 영화가 아닌가.

=그렇다. 몸이 근질거리는 데 참느라 혼났다.

-초반 30분 정도 액션이 전혀 없는데, 단지 영화의 컨셉만으로 스토리를 끌고 나가는 기분이 어떤가? 두렵진 않은가.

=아니다. 멋지다. 주제가 개인적으로 흥미있는 것이라 아무 문제 없었다. 작품 소개를 처음 받았을 때도 나의 관심을 끈 것은 나에게 그런 기회가 온다면 나도 클론을 주문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사실 여러분들에게 오늘 보여주진 못했지만, 탈출 뒤에 원본 주문자들이 나오는데, 500만달러를 지불하면 60, 70년 정도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설정이다. 당신이라면 하겠는가?

-당신이라면 하겠는가.

=물론이다! 오래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는가?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그렇지만도 않을 것이다. 그것이 이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최근 줄기세포 등의 발전과 연관되어 이 영화가 정치적인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을 걱정하지는 않는가.

=전혀 하지 않는다. 줄기세포 이야기는 나오지도 않는다. 영화에서는 태아상태를 뛰어넘어 어른인 상태의 클론을 만들어낸다. 현재 과학과는 거리가 있는 발상이다. SF가 그런 것 아니겠는가?

-영화에 나오는 주문자(인간)들은 클론들이 의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나.

=영화의 내용을 알려주는 게 되어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아주 서늘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풀려나갈 것이다.

-성인 클론을 잉태하는 양수 주머니가 유방 확대 수술 실리콘같이 생긴 것은 어떤 이유인가?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가.

=당신만 그렇게 생각한다. (웃음) 아니다. 예리한 질문이다. 초반부터 그런 실리콘 형태를 선정했고, 실제 프로덕션디자이너들에게 실리콘을 구해다 비교 검토했다. 성인을 넣을 정도의 실물 크기를 제작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친구들 중에 헤프티(잘 늘어나고 찢어지지 않는 쓰레기 봉지 브랜드) 봉지를 발명한 사람을 아는 친구가 있었다. 그 사람이 제작해주었다.

-잠시 보여줬던 하이웨이 추격신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일단 다른 건 몰라도 차량 액션신은 나에게 맡기라고 프로듀서, 작가들에게 이야기했다. 발상은 어느 날 운전을 하다가 옆 트럭이 코일이 감겨 있는 거대한 릴들을 싣고 가는 걸 봤는데, 저게 굴러서 떨어지기 시작하면 얼마나 아찔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것을 이용한 것이다.

-다른 SF영화의 영향을 받았다면.

=특별히 의도한 것은 없다. 난 영화를 많이 보는 사람이지만, SF물을 만드니까 SF물을 50여개 보고 시작해야지, 하는 식의 행동은 하지 않는다. 그저 한 시대를 살아가면서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나름대로 표현할 뿐이다. 클론들을 키우는 시설물을 내가 관리한다면 뭘 입힐까? 2만원짜리 운동복을 입혀놓는 게 좋겠군. 뭐, 이런 식이다. 다른 영화를 따라하려는 생각도 없고, 특별히 의식적으로 피하는 것도 없다.

-캐스팅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여러 배우들을 놓고 생각했는데, 둘이 한 세트로서의 가능성이 우리를 흥분시켰다. 영화 후반부를 보면 알겠지만, 이완과 스칼렛은 호감이 가는 커플로서 관객에게 어필할 것이다.

-이완 맥그리거와 스칼렛 요한슨같이 관객에게 이미 성립된 이미지가 강한 스타들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끌어내는 것이 어려운가.

=나는 배우를 볼 때 백지 상태에서 시작한다. 스칼렛은 이렇게 큰 영화에 참여한 적이 없고, 이완은 이런 모습으로 출연한 적이 없다고 생각된다.

-이 영화로 사회적으로 시사하고자 하는 바는.

=클론이 태어나는 장면으로 거의 함축되지 않나 싶다. 한 인간이 태어나는데, 트럭 운전사 같은 사람들이 대충 끄집어내는 장면이다. 이 얼마나 불안한 장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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