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들이 잇따라 드라마 연출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그동안 방송사의 드라마 프로듀서들이 영화계에 진출한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영화감독이 드라마 연출을 한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찜> <하루> 등 멜로 중심의 영화를 만들어온 한지승 감독이 16부작 미니시리즈 ‘썸데이’(가제)의 연출을 맡는다. 종합영상 콘텐츠 기업 옐로우프로덕션은 “한지승 감독과 <실미도>의 시나리오 작가 김희재씨, 영화배우 및 영화쪽 제작진이 참여해 영화 이상의 완성도를 갖춘 드라마를 제작하기로 했다”고 최근 밝혔다.
‘썸데이’는 발랄하고 개성있는 한국의 여성 작가가 일본에 갔다가 우연히 재일동포 관광가이드를 만나면서 진실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코믹 멜로 드라마. 이 드라마는 사전제작 시스템에 따라 본촬영 뒤 편집과 보충촬영이 모두 끝나면 지상파 방송사에 편성될 예정이다. 7월부터 일본에서 촬영에 들어가며, 내년 초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방송한다는 계획이다.
영화 <에미> <접시꽃당신>의 박철수 감독도 베트남전을 소재로 한 HD드라마 제작에 나선다. 제작사 화이트베어 미디어는 17일 “제작비 약 75억원을 들여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한 전쟁멜로물 <브라운 각서>를 제작한다”며, “이윤택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극본을 집필하고 연출은 박철수 영화감독의 총지휘 아래 에스비에스 <귀엽거나 미치거나>의 조유진 프로듀서가 맡는다”라고 밝혔다.
얼마 전엔 영화 <여자, 정혜>의 이윤기 감독이 지난 15일 밤 11시5분 방영된 한국방송 ‘HD TV문학관’의 두번째 작품 <내가 살았던 집>을 연출해 호평을 받았다. 은희경의 원작 소설을 HD 영상으로 옮긴 이 드라마는 빼어난 영상미와 섬세한 이야기 전개로 영화를 보는 것처럼 브라운관에 빨려들어갔다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많았다.
한 대중문화 평론가는 “영화감독들의 드라마 연출은 영화적 표현이 드라마에 녹아들 수 있어 드라마 질을 높이고 드라마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