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엔터테인먼트의 충무로 천하통일이 종착역을 향하고 있다. 지난 4월4일 CJ엔터테인먼트는 “시네마서비스에 150억원을 프로젝트 파이낸싱 형식으로 투자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봤다”고 밝혔다. 투자대상 작품 수는 총 10편이며 편당 15억원씩 투자될 계획이다. 이미 시네마서비스의 지분 40%를 확보하고 있는 CJ는 이로써 국내영화 투자·배급 시장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굳히게 되었다. 양쪽은 이번 투자에 대해 “우호적인 관계사간의 정상적인 지분투자일 뿐”이라고 언급했다. CJ 신상한 영화사업부장은 “시네마서비스가 살아나야 한국영화 시장 전체에도 큰 도움이 된다. 순수하게 작품에 투자했을 따름”이라고 이번 투자의 의미를 밝혔다.
첫 투자작은 4월15일 개봉하는 박흥식 감독의 <역전의 명수>로 결정되었다. 그 다음은 5월4일 개봉하는 김대승 감독의 <혈의 누>, 이후에는 <여고괴담 네 번째 이야기: 목소리> <오로라 공주> <박수칠 때 떠나라> <사랑니> <형제는 용감했다>, 강우석 감독의 <택스>, 장윤현 감독의 차기작 등이 투자대상에 포함됐다. 시네마서비스는 CJ로부터 투자받은 대신 CJ 계열 케이블TV 채널에 자사의 영화를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며, 해외 마케팅에서도 CJ를 적극 도울 방침이다.
한편, CJ의 시네마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워낙 전격적이었던 탓에 한때 충무로에서는 다양한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시네마서비스 배급 포기설’은 대표적인 경우. 하지만 시네마서비스의 강우석 감독은 “CJ가 그동안 투자작의 배급권을 다른 곳에 넘기지 않은 데서 나온 소문 같다. 시네마서비스는 배급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CJ와 나눈 얘기는 서로 상대방을 죽이려 하지 말고 힘을 모아 영화판을 키우자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 협상주체로 CJ엔터테인먼트, CG-CGV, CJ아메리카의 업무를 총괄하는 이미경 부회장이 직접 나선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12월 부회장으로 선임된 뒤 3월 중국 출장, 가도카와 홀딩스와의 전략적 제휴 등 글로벌 경영에 박차를 가하던 이 부회장이 강우석 감독과 이번 건을 직접 성사시킨 사건은 앞으로 CJ엔터테인먼트와 CJ-CGV의 국내외 업무가 본격적인 친정 체제로 돌입한다는 신호탄이다. 동원, 삼성을 비롯한 유수의 증권사들이 CJ-CGV의 프리머스 인수를 상승 모멘텀의 요인으로 지적하는 보고서를 쏟아내는 와중에 시네마서비스가 CJ로부터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받는 모습은 ‘충무로에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격언을 새삼 떠오르게 한다.